월간참여사회 2008년 10월 2008-09-01   523

삶의 희망, 통인(通人)할 줄 아는 그대들이여

삶의 희망, 통인(通人)할 줄 아는 그대들이여

 김정인 참여연대 상임집행위원, 춘천교대 교수 kji@cnue.ac.kr

그녀는 요즘 베이징 올림픽 ‘완벽 즐감’을 위해 TV에 매미처럼 딱 달라붙어 있다. 그녀가 선택한 응원복은 ‘어둠을 촛불을 이기지 못한다’는 글씨가 새겨진 참여연대 ‘공식 촛불’ 티셔츠 두 벌이다. 얼마 전까지 그녀는 빨간 티를 입고 상경 시위를 감행하던 열혈 촛불 소녀였다. 미친 듯이 응원에 몰입하는 그녀를 보며 스포츠 애국주의의 그림자를 떠올리다가도, 곧 그녀의 한마디에 안도한다. “아니, 지금이 어느 때라고 환영식을 하고 퍼레이드를 해. 뭐든 거꾸로 가잖아” 며칠 전에는 이런 말도 던졌다. “이명박은 정말 날아다닌다니까. 멋대로야”

 이 맹랑 소녀, 주해는 1994년 9월 5일 생이다. 그녀가 세상에 나올 준비를 하던 10개월 동안 예비 엄마는 미력하나마 참여연대 창립을 준비하던 모임을 좇아다녔다. 참여연대는 그 해 9월 10일에 창립했다. 그렇게 나는 참여연대의 창립회원이 되었고, 주해는 ‘참순이’란 별명을 얻었다. 
 아이를 키우는 건 정말 미지의 모험이었다. 사랑과 지혜가 동시에 요구되는 힘든 자기 수양 과정이었다. 참여연대가 내딛는 첫 발도 또 다른 차원의 모험이었다. 불안한 앞날을 토로하는 새내기 간사들과 함께 미지의 ‘직업’이던 시민운동가에 대해 고민하던 기억이 새삼스럽다. 이제는 각 분야에서 프로 시민운동가로 활약하는 그들의 출발은 신선했고 또 듬직했다. 그런 그들을 믿고 잠시 평회원으로 몇 년을 보낸 뒤, 다시 ‘전선’으로 돌아왔다.  

 그 14년의 세월 동안 참여연대도, 참순이 주해도 잘 자라주었다. 돌아와 들여다본 참여연대는 놀랍게도 조직과 사람 모두 참 건강했다. 과중한 업무에 허덕이면서도 가치 있는 삶을 고민하며 당당하게 그리고 즐겁게 살고자 하는 영혼들을 만나는 일은 즐거웠다. 주해도 밝은 표정과 따스한 마음씨를 지닌 소녀로 성장했다. 이젠 세상과 인생을 논하는 정겨운 내 친구다.  

 그리고 2008년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려 하자, 참여연대는 시민과 함께 촛불을 들고 광장을 지켰다. 주해도 친구와 기차를 타고 광장을 찾았다. 그리고 구속과 수배 등 초유의 사태를 경험하고 있지만, 참여연대 사람들은 꿀꿀해하지 않는 듯하다. 안팎의 새로운 환경 속에서 암중모색 중이다. 주해도 <한겨레21>, <경향신문>을 열독하며 이렇게 자평한다. “이렇게 세상일에 관심을 갖게 한 사람은 바로 이명박이에요” 무엇보다 반가운 건 촛불소녀의 경험 속에서 참여연대의 존재감을 느끼게 된 것이다.      

 가끔 주해와 건강한 삶을 살고 있는, 통인의 의미를 실천하는 참여연대 ‘인(人)’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주어진 삶이 아닌 선택한 삶을 사는 아름다움을 찬미하며. 주해가 참여연대에서 일하게 될 날을 꿈꾸기도 한다. 그렇게 참여연대와 주해를 통해 삶의 희망을 엮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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