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8년 10월 2008-09-01   751

참여마당_회원생각: 아름다운 촛불을 노벨상으로 추천합니다

회원생각

아름다운 촛불을 노벨상으로 추천합니다

이영구 참여연대 회원

노벨상이 꼭 좋은 것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니 촛불 집회의 시작도 어린 학생이 했다고 하고 『녹색평론』 7-8월호에서 50쪽이나 되는 네티즌들의 좌담 기사를 읽고났더니 국제적으로 자랑할 만한 것으로 확신하게 되었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연구과제로 또는 학위논문 주제로 되면 우리나라가 전세계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생각했다. 이것은 이명박 정부를 반대하고 찬성하고 하는 문제를 떠나서 우리 국민의 성숙한 민주주의를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나라 안에만 가두어놓기에는 너무 아깝다. 만일 노벨상 추천 운동이 시작된다면 나는 회의장소 정리하고 음료수 준비하고 편하게 논의할 분위기를 조성하는 일에 헌신할 생각이다. 일급호텔 지배인 자격증 소지자로서 열심히 하면 분위기 조성에는 도움될 것으로 믿는다.

나는 올해로 76세이며, 촛불 집회에는 5번 정도 참석했는데 엄청 행복했다. 이 경험은 내 젊은 시절을 떠올리게 했다. 1960년 4·19 무렵, 나는 육군대위로 복무하고 있었는데, 4월 19일 때마침 휴가 중이어서 사복 차림으로 한국일보사 앞에 갔다. 별다른 의식 없이 발걸음이 저절로 향한 것 같다. 중앙청 앞에서 학생들이 와~ 하고 광화문 앞으로 몰렸다. 땅땅땅 총성이 들리자 학생들이 흩어졌다. 여기저기 학생들이 쓰러져 있었다. 흰 옷 입은 의대생이 총알 맞은 사람을 들것에 옮겼다. 잠시 후 시발택시 지붕 위에 눕히고 서울대 병원으로 소리소리 지르면서 달려갔다. …다시 학생들이 모였다. 땅땅땅, 사람이 쓰러지고 의대생이 들것에 옮기고 이것이 반복되었다. 50여 년 가까이 흐른 지금, 그때 감정을 제대로 표현할 글재주가 나에게는 없다.

세월이 흘러 1987년 6월 항쟁 당시, 젊지도 않은 내가 운명적으로 적극 참여하게 되었다. 5월 18일 故김승훈 신부가 박종철 사건에 관한 진상을 발표할 때 나는 비록 천주교 신자는 아니었지만 명동성당에 있을 정도로 열심이었다. 그때 최루 가스를 엄청 마셨고 눈물깨나 흘렸다.

그러나 이번 촛불 시위는 마치 50년대 보릿고개 삶과 풍족한 지금의 삶과 비교할 만큼 달랐다. 우리나라가 이렇게 발전했구나, 총알이, 최루 가스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 노래와 웃음이, 그리고 따뜻함이 가득 차 있었다. 촛불도, 차 한 잔도, 물도 한 병씩 나누어 주었다. 옆에 앉아 있던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여학생이 초콜릿 한 개를 주었다. 그런데 이 여학생 알고보니 중학교 국어선생이었다. 내가 귀가 어두워져 사회자 말을 알아듣지 못해 무슨 말인지 묻곤 했다. 그러다가 한국일보사 앞에까지 같이 걸었다. 경찰의 저지가 없는 거리가 6월 항쟁과는 너무 달라 혹시 함정을 파놓지 않았는가 의심이 들 정도였다. 나는 놀랐다. 서울도심광장은 남녀, 노소의 벽이 무너지고 하나를 이뤘다. 이보다 더 큰 아름다움이 이 세상에 존재할까?

그런데 60년 전 광복절의 의미는 친일파에 의해서 훼손되고 오늘의 광복절 100번째 촛불집회는 시대를 거꾸로 가려는 사람에 의해서 아름다움이 짓밟혔다. 아름다움을 가꾸는 방법의 하나로 노벨상 추천 운동을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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