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2년 01월 2002-01-01   1514

무스탕이든 밍크코트든 NO!

고등학교 2학년이 끝나갈 때쯤일 것이다. 구두 밑창이 다 떨어져서 구두를 하나 사러 동네 신발가게로 갔다. 그냥 평범하게 생긴 걸로 하나 골라서 신어보았다. 뭐, 그런 대로 괜찮았다. 아차! 물어봐야지.

“아저씨, 이거 가죽이에요?”

아저씨께서는 “가죽은 아니지만…” 하면서 말꼬리를 흐렸다. 난 바로 “아뇨, 전 가죽 아닌 게 좋아요”라고 대답하며 그 구두를 샀다.

나에게도 한때는 안감에 털이 붙어 있는 무스탕이 있었다. 그 옷을 입으면서 ‘참 따뜻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지금 나는 가죽벨트조차 하지 않는다. 어떤 이들은 ‘살이 쪄서 벨트가 필요 없는 것이 아니냐’고 우스갯소리도 하지만, 나에겐 모피 등 가죽제품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시간이 있었다.

우리는 가방, 신발, 벨트, 지갑 등 주변에서 가죽으로 된 제품을 흔히 접할 수 있다. 또한 겨울이 오면 많은 아가씨, 아주머니들이 모피 옷을 입고 다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분들은 한번쯤 깊이 되돌아볼 기회가 없었는지, 아무 생각 없이 이런 옷을 입고 다니는 걸 보면 안타까울 뿐이다.

나는 진짜 가죽과 인조를 잘 구분하지 못하고, 또한 어떤 게 소가죽인지 양가죽인지도 잘 모른다. 하지만 예전부터 농가에서 한가족처럼 함께 살았던 소에 대해 한번 생각해보자. 소는 그냥 소가 아니라 ‘아낌없이 주는 소’이다. 고기부터 시작해서 뼈도 사골국으로 우려먹고, 가죽으로 각종 의류나 생활용품을 만들고, 피까지 선지라 하여 먹으니 인간중심적으로 보면 참 쓰임이 많은 존재다.

생태계 안에서 인간과 모든 동물은 동등한 권리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소를 고기로만 보고 있지 않은가? 악어 가죽도 다르지 않다. 가격도 호가일 뿐더러 우리나라에서는 동물원에나 가야 그나마 볼 수 있는 동물인데, 그 가죽을 벗겨 만든 핸드백을 들고 자랑하니 참 답답한 심정이다.

가능한 한, 가죽제품의 사용을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던 것을 조금만 다른 각도에서 바라본다면 가죽이 그리 좋은 것만은 아닐 것이다. 더구나 가죽제품말고도 다른 재료들로 만든 질 좋은 제품들이 많이 있지 않은가?

지금 나는 환경운동연합에서 ‘모피 옷 반대운동’을 하고 있다. 야생동물들을 잡거나 사육해서 그들의 가죽을 얻는다는 것부터 너무 원시적인 발상이 아닌가? 지금은 얼마든지 따뜻한 옷감이 많이 있는데 말이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오직 보온 효과만을 위해서 모피 옷을 입는 것은 아닐 것이다. 모피 옷을 입으면 좀더 아름답고 멋있고 부유해 보이리라는 속물 근성 때문이다. 하지만 정말 그렇게 보일까? 겉은 아름다울지 몰라도 그 이면에는 많은 죄 없는 동물들의 고통과 죽음이 새겨져 있다.

구체적으로 나열하자면 밍크코트 한 벌을 위해서 밍크가 45∼200마리까지 필요하고 여우는 11마리, 친칠라는 100마리 이상이 필요하다. 그 동물들을 죽이는 과정도 전기충격, 가스 질식 등으로 매우 잔인하며 사육환경도 너무나 열악한 수준이다. 야생동물을 사육한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일 아닌가.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인간은 다른 모든 동물들이 멸종해도 어떻게 해서든지 살아남을 것이다. 자신을 어떻게 변화시켜서라도 살아남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인간은 외로움이라는 병에 걸려 죽을 것이다.”

이 말처럼 인간은 여타 생명들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 모든 생명은 동등하고 똑같이 존중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승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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