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5년 05월 2005-05-01   887

독도문제,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독도문제, 교과서 왜곡과 관련된 일본의 망동이 계속되면서 국민들의 일본에 대한 비판의식은 매우 고조되는 한편, 우리 내부의 ‘친일’ 청산이 더 시급하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또한 한국의 대일 외교정책에 대한 기본목표에 의문을 제기하며 이와 동시에 일본의 계속적인 영토 소유에 관한 주장을 국제패권 장악 의도라 추측하기도 한다. 따라서 본지에서는 독도문제에 대한 본질과 이에 대응하는 시민사회의 바른 접근과 시각을 점검해본다. 편집자주

독도문제란 독도를 둘러싼 한국과 일본의 영토분쟁을 가리킨다. 일본은 북으로는 러시아, 남으로는 중국, 서로는 한국과 영토분쟁을 일으키고 있다. 주변의 모든 나라와 영토분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그 역사적 뿌리는 제국주의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른바 ‘메이지유신’으로 일본은 막부정치를 끝내고 천황정치로 회귀한다. 이로써 일본의 지배세력은 봉건시대를 끝내고 근대적 국민국가를 형성하게 된다. 당시 일본은 이미 근대화를 이룰 수 있는 물질적 기반을 갖추고 있었다. 1853년 페리 미국 제독의 ‘포함(砲艦)외교’를 통해 비로소 오랜 쇄국에서 벗어나 개항하게 된 일본은 1868년 메이지천황을 옹립하여 더 활발하게 부국강병책을 펼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변화는 일본 국내에만 한정되지 않았다. 이미 토요토미 히데요시 시절부터 대륙 침략을 열렬히 추구했던 일본은 근대화를 통해 강력한 힘을 갖게 되자 다시금 그 꿈에 몰입하기 시작했다.

일본 제국주의 침략사에서 드러난 독도문제의 본질

일본의 영토확장은 우선 홋카이도와 류쿠의 병합으로 이루어졌다. 홋카이도는 아이누족의 땅이었다. 1868년 메이지 정부는 홋카이도 식민위원회를 설치해 홋카이도를 병합하기 시작했고, 1873년 토지세 개정법을 만들어 홋카이도를 ‘주인 없는 땅’으로 선언해 완전히 병합했다. 일본인은 홋카이도를 ‘개발’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오늘날 아이누족은 2만 명밖에 남지 않았다. 류쿠도 역시 일본으로부터 독립된 나라였고, 그 민족도 아이누족과 마찬가지로 일본민족인 야마토족과 전혀 다르다. 메이지 정부는 1879년 ‘류쿠처분’이라는 것을 발표해 류쿠를 완전히 병합했다. 그 뒤 류쿠는 야마토족에 의한 수탈과 학살의 수렁 속으로 빠져들게 됐다. 이렇게 해서 오늘날과 같은 일본의 영토가 거의 이뤄졌다. 국민국가를 확립하고 영토확장을 이룬 일본은 본격적으로 제국주의 침략을 감행하기 시작했다. 메이지 정부는 1894년 청일전쟁을 일으켜 전쟁에 이긴 대가로 타이완을 1945년까지 지배했다. 1904년에는 러일전쟁을 일으켜 쿠릴열도와 사할린 남부를 지배하게 됐다. 1905년에는 미국 정부와 태프트-카츠라 밀약을 맺어 미국은 필리핀을 갖고 일본은 조선을 갖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조선에 을사늑약을 강요하고, 결국 1910년 조선을 홋카이도와 류쿠처럼 합병했다. 1853년 강제 개항으로부터 50년 만에, 그리고 1868년의 메이지유신으로부터 35년 만에 일본은 동북아 최강국으로 떠오르게 됐던 것이다. 그 한 정점이 조선병합이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일본은 중일전쟁과 태평양전쟁으로 나아갔다. 독도문제를 포함해서 일본이 일으키고 있는 영토분쟁은 이러한 일본의 제국주의 침략사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이런 점에서 독도문제를 영토분쟁이라고 보는 것은 사실 잘못이다. 독도문제의 본질은 ‘독도침략’이다. 그것은 이 세계를 아비규환의 지옥으로 만들었던 일본 제국주의의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생생한 증거이다. 이른바 독도문제에서 우리는 일본 제국주의가 아직도 살아 있다는 사실을 읽어야 한다. 일본 제국주의를 세우고 확장한 지배세력이 여전히 일본의 지배세력이며, 그들이 과거의 영광을 되찾으려고 끊임없이 획책하는 까닭에 영토분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지배세력이 외치는 ‘보통국가 일본’은 사실 ‘제국주의 일본’을 뜻한다.

미국 안에 일본 있다

일본은 독일, 이탈리아와 함께 분명히 2차 세계대전의 전범국이다. 이런 식으로 일본 제국주의의 부활이 이뤄진다는 것은 분명히 잘못된 일이다. 우리는 어떻게 해서 이런 잘못이 저질러지고 있는가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 한다. 잘 알다시피 이 모든 잘못의 연출자는 바로 미국이다. 미국은 동북아에서 러시아와 중국의 진출을 막는 것을 가장 중요한 전략적 과제로 여겼다. 이 때문에 일찍이 1905년 일본과 밀약을 맺어 일본이 조선을 지배하도록 승인했던 것이다. 역사적으로 일본이 우리의 원수라면, 미국도 그렇다. 2차 대전 이후 중국이 공산화되자 동북아에서 러시아와 중국의 진출을 막고자 하는 미국의 요구는 더 강해졌다. 이 때문에 일본의 전략적 가치는 더 커졌다.

미국에게 일본은 중국과 러시아의 진출을 막는 교두보이며, 한국은 실제로 전쟁을 벌이게 될 잠재적 전쟁터이다. 미국의 지배세력이 신봉하는 지정학의 논리에 따르면, 한국을 잃을 수는 있어도 결코 일본을 잃어서는 안 된다. 이 때문에 미국은 ‘일본의 히틀러’인 히로히토를 전범재판에 회부조차 하지 않았고, 기시 노부스케와 같은 1급 전범이 총리가 되는 것을 도와주었다. 같은 맥락에서 일본이 영토분쟁을 일으킬 수 있는 실마리를 남겨둔 채 일본과 강화조약을 맺었다. 미국은 일본 제국주의를 길들여서 동맹국으로 삼는 것이 러시아와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전략이라고 판단했던 것이다.

독도문제 해결의 관건은 동북아 시민사회 연대 강화

이처럼 독도문제는 일본 제국주의뿐만 아니라 미국 제국주의의 문제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이런 점에서 독도문제는 동북아의 평화가 구조적으로 대단히 취약한 상태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따라서 독도문제는 평화와 민주를 갈망하는 모든 세력이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하는 문제이다. 물론 수구적 민족주의와 국가주의가 이 문제를 악용할 가능성도 있다. 바로 이 때문에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더욱 더 실천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사실 대다수 시민들이 독도문제에 대해 보이는 반응은 반성하지 않는 후안무치한 친일독재세력에 대한 것과 마찬가지로 정의와 합리에 대한 요구이다.

독도문제를 계기로 동북아 시민사회의 연대가 다시금 강조되고 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 초점이다. 우리는 일본의 민주주의가 사실은 대단히 취약하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일본 시민사회는 일본 제국주의에 맞설 힘을 가지고 있지 않다. 독도문제는 일본 제국주의가 척결되기는커녕 여전히 일본의 지배세력이며 동북아 평화를 위해 일본 민주주의에 대한 깊은 토론과 실천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물론 이런 과제를 제대로 이루기 위해서는 우리의 민주화가 더 진척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때문에 일본 제국주의의 문제를 부차화해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우리는 국내 차원에서, 동북아 차원에서, 세계적 차원에서 민주주의를 동시적으로 심화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홍성태 『참여사회』 편집위원장, 상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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