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0년 09월 2000-09-01   698

상임위별 정책과제 중심으로 옥석 가린다

16대 첫 국정감사와 국감시민연대

‘당신들이 감히 국정감사를 감시한다고…’

지난해 40여 개 시민단체 연대체인 국감시민연대가 국감을 감시한다고 나섰을 때 정치인이 내보인 반응이다. 방청하는 과정에서 정치인들과 심한 몸싸움을 벌였고, 결국 시민단체 모니터 요원들이 국감장에 들어가지 못하는 사태가 속출했지만 올해 역시 시민단체들은 국감을 ‘감히’ 감시하겠다고 나섰다. (편집자 주)

‘우리가 국회의원 시다냐!’.

이 말은 한 국회의원 보좌진의 푸념이 아니다. 정치인을 감시하겠다고 나선 국감연대 준비모임 회의에서 불쑥 튀어나온 말이다. 술집에서나 나올 법한 이런 말이 국감연대 준비회의에서 불거져 나온 이유는 뭘까.

지난 14일 오후 4시30분. 서울 동교동에 위치한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회의실에는 시민단체 활동가 16명이 둘러앉았다. 오는 8월 31일 발족을 앞두고 국감시민연대(www.civilnet.net) 간사단체 회의를 하기 위해 모인 자리다. 15개 상임위의 2∼3개 간사단체를 제외한 모든 단체 활동가들이 참석했다. 연대운동을 위한 회의치곤 참여율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각 단체의 참여 열기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국감연대 8월 31일 발족

경실련 고계현 시민입법국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회의의 주요 내용은 의원평가 지표. 국회의원들의 국감 활동을 어떤 근거에 의해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였다. 국감 평가 활동에서 가장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 분야다. 지난해 국감 때 정치인들은 ‘이런 평가지표로 국회의원들을 어떻게 감시하겠냐’며 전문성 문제를 제기했었다. 이 때문에 참여단체들은 이번 평가지표에서는 꼬투리를 잡히지 않기 위해서도 나름대로의 전문성과 과학성을 담보해야 한다는 데에 공감하고 있었다.

“굳이 계량화(점수화)할 필요가 있습니까. 지난해에도 무리하게 계량화를 시도하다가 비정상적으로 진행된 일이 있었습니다. 또 워스트 의원이 다음 날은 베스트 의원으로 둔갑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서술형 위주로 평가서를 작성하는 것은 어떨까요.”(민언련 김시창 간사)

“서술형으로만 평가한다면 운동이 밋밋하게 진행될 우려도 있습니다. 약간의 충격은 필요한 게 아닐까요. 의원들의 동기부여 측면에서도 지난해 그 같은 문제를 보완한 평가틀이 있어야 합니다. 언론의 관심 영역에서 사라질 수도 있는 겁니다.”(경실련 고계현 국장)

이날 결론은 의원 활동평가의 계량화는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귀결됐다. 결국 개량형과 서술형의 병행 평가. 이 밖에도 이날 결정된 내용은 ‘의원 평가는 국감장에서의 발언에 국한시킨다(서면 제출 자료는 제외)’ ‘매일 논평 정도는 내되 지난해처럼 1일 WORST, BEST 의원은 발표하지 않는다’ ‘평가 방식은 매일평가, 중간평가, 사후평가 등으로 한다는 것이었다.

‘국회의원 시다’란 표현은 이날 나온 것은 아니다. 국감연대가 발표할 국감의 정책과제를 어느 정도 수준으로 내놓을 것인지에 대한 지난 논의 과정에서 불거져 나온 것이다. 지난해의 경우 정책과제를 내놓았지만 의원들이 이 자료집을 실제 활용하기에는 다소 미약했다는 평가가 나왔었다. 다분히 구호적이고, 개혁과제를 뒷받침할 수 있는 보충자료가 제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에는 정책과제 ‘완결편’을 내놓아야 한다는 의견과 ‘우리가 국회 보좌진도 아닌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는가’라는 안이 상충됐던 것. 어쨌든 ‘완결편’ 쪽으로 어느 정도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단체들의 개혁과제가 제대로 반영될 수 있다면 제한적이나마 최선을 다할 필요는 있다는 것이다. 또 지난해처럼 국감 과제와 분야별 중장기 과제를 혼용해 썼던 것과는 달리 국감 기간에 꼭 다뤄야 할 과제와 중장기 과제를 분류해 정책자료집을 펴낼 계획이다.

국감연대가 앞으로도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우선 사람 문제. 지난해에 이어 벌이는 시민단체 연대사업이고, 비슷한 단체들이 다시 모였지만 실제 각 단체에서 참가하는 사람은 다른 얼굴들이다. 70∼80% 이상의 얼굴이 바뀌었다. 국회 시스템에 대해 다시 ‘공부’해야 한다는 얘기다.

‘모의 국감’ 통해 모니터 요원들 리허설

모니터 요원의 전문성에 대한 대책도 서둘러야 한다. 가령 지난해의 경우 전문가 10%, 상근자 50∼60%, 자원활동가 30∼40% 정도의 구성이었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자원활동가들이 어떻게 우리를 평가할 수 있느냐’며 전문성의 문제를 제기했었다. 따라서 올해는 모니터 요원 50%를 단체 대표 및 사무총장급 인사와 각 분야 전문가들로 충원하고, 나머지는 상근자들이 맡자는 쪽으로 시민단체간 의견접근이 이뤄지고 있지만 실현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지난해보다 훨씬 강화된 모습을 선보일 전망이다. 이미 지난 7월 중순에 70여 명의 시민단체 상근자들이 1주일간 국회 연수국에서 시행하는 의정연수를 받았다. ‘국감 실전투입’을 위한 기본 교육을 받은 셈이다. 이들은 또 모니터 요원 교육에 그치는 게 아니라 지난해 국감 회의록을 참고해 ‘모의 국감’을 실시할 예정이다. ‘모의 국회의원’을 출연시켜 질문 답변을 연출케 하고, 모니터 요원들로 하여금 직접 체크하도록 해 평가지표 등의 부족한 부분을 메운다는 것이다. 또 객관적인 평가지표를 설정하기 위해 국회의원과의 간담회를 실시하고, 지난해 정책과제를 일방적으로 제시했던 것과는 달리 각 당 정책위의장과의 토론 등을 거칠 예정이다.

조직 구성도 지난해와는 달리 각 단체의 책임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올해 공동사무국은 경실련, 여성연합, 참여연대, 함께하는 시민행동 등 4개 단체다. 지난해의 경우엔 이들이 연락업무를 담당하고 모니터 보고서를 취합해 발표하는 등 대부분의 역할을 해야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15개 상임위(정보위 제외)의 간사 단체를 정하고 간사단체의 책임아래 정책과제를 조율하는 한편 평가보고서 발표 등에서 자율성을 최대한 부여했다. 단체의 재정분담 역시 지난해 일괄적으로 동일한 금액을 배당했던 것과는 달리 액수는 위원회별 자율에 맡기기로 하는 등 분권적 구조로 운영될 전망이다. 국감을 감시한다는 공동의 목적 이외에도 연대운동의 원칙을 세워나가겠다는 게 참여단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국감연대 공동사무국 양세진 씨는 “며칠 전 문광위와 건교위에서 전화가 걸려왔고, 오늘도 환경 노동위 상임위원 보좌관이 전화를 걸어 왜 우리 상임위는 ‘미팅’(국감연대는 각 상임위별로 보좌진들을 만나 정책과제 등에 대한 조율을 하고 있다)을 하지 않느냐고 물어왔다”며 “단순히 점수를 잘 받기 위해서 신경을 쓰기보다는 국회의원들이 이번 국감에서 정책과제에 대한 시민단체의 요구를 받아들였으면 하며 또 이를 법제화하는 데 기여하는 국감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병기(참여사회 기자)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