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0년 09월 2000-09-01   803

인터넷 공간에서의 시민운동 생존법

인터넷이 우리를 고문하고 있다. 정보의 홍수가 하루를 지치게 만들고 돈벼락 맞은 벤처사업가들이 저녁 식탁을 우울하게 한다. 세상 변하는 속도로 인해 머리가 어지럽다.

2000년 들어 우리는 디지털로 대표되는 정보화의 물결에 대해 무수히 보고 듣고 느끼며 살고 있다. 국가와 기업은 디지털의 선동자·신봉자가 되어 마치 온 국민이 이 정보화 사회에 동참하지 못하면 미개인이나 되는 것인 양 세뇌를 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흐름이 거역할 수 없는 대세인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그렇다면 이른바 NGO로 대표되는 시민사회단체는 어떠한가? 전국적인 이야기는 차치하더라도 전국 정보화지수 최하위라는 광주전남, 그 속의 NGO의 정보화 수준은 열악하기 그지 없다.

가장 큰 문제는 우선 말뿐이며 투자를 하지 않으며 공부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NGO 단체의 몇몇 선배들에게 물어보면 하나같이 정보화는 중요하다고 하며, 이 시대 절대절명의 과제 중의 하나라고 한다. 그러나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PC 작업을 위해 순서를 기다려야 하고, 인터넷을 하려 해도 전화요금이 걱정되는 단체가 비일비재한 상황이었다. 단체의 대표나 집행책임자가 인터넷을 활용하고 전자우편을 사용하며, 스스로가 이를 위해 공부나 투자를 계속한다면 시민운동의 정보화는 성큼 다가온다.

변화·발전하는 정보화에 대한 재교육은 시민단체 일꾼들에게 필수 불가결한 요소이다. 그러나 이처럼 중요한 사안에 과연 단체들은 얼마나 투자하고 있나? 이런 교육에 대한 유료화에조차도 반감을 가지며, 그나마 무료교육에도 참석율은 저조한 상황이다. 어찌 보면 실무자 2∼3명의 지역 단체가 갖는 한계요, 본질적으로는 대부분의 시민단체가 갖고 있는 재정문제, 시민 없는 시민운동, 재생산구조 없는 시민운동 등 시민운동의 일반적인 문제에 부딪치게 된다.

또 자기 색깔을 분명히 해야 한다. 몇몇 단체 홈페이지를 제작하면서 느낀 것은 홈페이지 속에 채울 내용이 없다는 것이다. 즉, 그 단체의 설립취지·미션에 맞는 중장기적인 사업추진이 아닌, 국가·지방자치단체·기관 등 민간단체 보조사업(이른바 프로젝트 중심의)이 주되게 추진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무자들이 이런 사업에 매몰되어 버려 자기단체의 분명한 색깔을 갖고 그를 실현하기 위한 내용들이 없다는 것이다. 무엇이 먼저고, 무엇이 나중인지를 정확히 판단해야 할 때다.

정보독점을 파괴하자. 아직도 정보의 독점과 조직 이기주의가 남아 있는가? 공개하지 못할 회의록이 있는가? 회계정산에 의혹은 없는가? 진실에 기초한 당당함이 없으면 정보공유는 원천봉쇄될 수 밖에 없다. 투명함이 없다면 정보화는 출발할 수 없다. 포장은 어떻게 할지라도 내용은 바뀔 수 없다. 우리 자신의 정보마인드도 중요하지만 시민운동의 정보화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소유하고 있는 정보공개가 이루어져야 한다. 개인사에서 일기가 소중하듯 NGO의 모든 문건들은 살아있는 정보요, 생명이다. 이를 소중하게 공개함으로써 정보주권이 형성되는 것이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흩어져 있고 관리되지 않는 정보는 쓰레기일 뿐이다. 모든 시민단체들이 홈페이지를 만든다고 해도 뭉치치 않으면 생명력이 없다. 어떤 매체보다도 뭉치면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이런 주장에 대해 나 스스로 질투와 견제의식을 떠올리는 것은 지역 시민운동에 일정정도의 패권주의적 사고가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로 대표되는 정보화의 물결에 거부할 수 없다면, 받아들여야 한다. 아니 앞서가야 한다. 머니(MONEY)들이 인터넷 제국을 건설하기 위해 전쟁을 하고 있다. 인터넷 공간에서 시민운동이 자생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한 가지뿐, 뭉쳐야 한다.

차혁렬 (사) 참여자치정보센터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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