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21년 05월 2021-05-01   678

[만남] 지역 문제 해결하는 동네 연극단 꿈꿔요 – 김경락 회원

“지역 문제 해결하는 동네 연극단 꿈꿔요” 

김경락 회원

 

월간참여사회 2021년 5월호 (통권 285호)

 

참여연대 아카데미느티나무 시민연극단과 성남·광주·용인 지역회원소모임 등에서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는 김경락 회원을 만났다. 성남·광주·용인 지역회원소모임은 코로나19로 대면이 어려운 상황에도 온라인 공간을 통해 꾸준히 지역 회원 간 만남을 이어가고 있는 곳이다. 온라인 모임 참여 경험이 많은 분인 만큼 이번 인터뷰도 특별히 온라인으로 진행해보았다. 

 

요즘 재택근무 중이라고 들었어요. 6시 퇴근(?)하자마자 이렇게 인터뷰에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어떤 계기로 참여연대 회원이 되셨는지 궁금해요.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퇴진운동 촛불집회에 참가하고 나서, 안 그래도 세월호 참사 이후 마음에 부담감을 갖고 있었는데 더는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후원하고 참여할 수 있는 곳이 어디일까 찾아보다가 몇 군데 전화를 했는데 이상하게 다들 연락을 안 받으시더라고요. 그중 유일하게 연락된 곳이 참여연대였어요.

 

현재 23개 참여연대 지역회원소모임 단체카톡방 중에서 ‘성남·용인·광주’ 지역이 최다인원이라고 들었어요. 처음 어떻게 모임을 갖게 되셨나요?

첫 만남은 2019년 여름으로 기억해요. ‘우리동네참여연대’라는 행사로, 활동가들이 먼저 지역까지 찾아오셨고, 성남·용인·광주 지역 회원들이 한 30명쯤 모였어요. 그 자리에서 제 소개를 하면서 ‘이렇게 말이 통하는 사람들과 지역에서 자주 만나는 자리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더니 한 열 분 정도 저랑 비슷한 생각을 갖고 계시다는 걸 알았어요. 그래서 바로 다음 달 뜻이 맞는 분들과 첫 모임을 갖고 이후 여섯 차례 정도 연달아 오프라인 모임을 열었는데 다 너무 좋았어요. 모임 준비 과정에 참여연대 시민참여팀 간사님들도 도움을 많이 주셨고요. 

 

특히 임지봉 당시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님이 일일특강을 오셨는데, 검찰이 왜 문제인지 강의를 들으면서 그동안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던 부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게 됐죠. 그때 ‘각성’한 덕분에 지역회원 선생님들이랑 공수처 서명받으러 서초동 집회까지 나가게 됐고요. 배워서 참여하고 같이 연대한 ‘아주 이상적인 시민운동’이 펼쳐진 것이죠(웃음).

 

월간참여사회 2021년 5월호 (통권 285호)

성남·광주·용인 지역회원소모임

 

코로나19 이후로 대면 모임이 어려워졌는데, 지금은 어떻게 모임을 열고 있나요?

2020년 2월 전까지는 매달 두 명씩 돌아가며 모임 주제도 정하고 준비를 해서 열었는데요, 코로나 이후로는 공식적인 대면 모임은 자제하고, 한두 번 정도 소수 인원이 야외에서 만났어요. 그런데 코로나 상황이 쉽게 바뀌지 않을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그동안 열심히 오셨던 지역회원 선생님들께 전화를 드렸고, 좋았던 모임인데 아무것도 안 하기엔 너무 아까우니까 다른 방식으로라도 모임을 이어가자고 의견을 모았죠.  

 

지난 1월 단체카톡방에서 전체 회의를 한번 했고요, 지금 저희 카톡방에 50명 넘는 회원들이 계신데 다 같이 의견 모으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아서 그중 11명 정도 ‘준비모임’을 결성해서 거기서 매달 모임 주제도 정하고 날짜도 정해서 지금은 온라인으로 모임을 이어나가고 있어요. 

 

오프라인 중심에서 온라인 중심으로 모임이 바뀌면서 달라진 점이나, 어려운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시민참여팀에서 지원해주셔서 줌ZOOM으로 온라인 특강을 열고 있는데요, 강의만 듣는 게 아니라 줌 소회의실 기능을 활용해서 모든 구성원들이 이야기할 수 있도록 토론 시간도 갖고 있어요. 잘 듣는 것도 참여지만, 서로 의견을 나누고 토론해보는 것도 참여라고 생각해서예요. 

 

그런데 확실히 온라인 모임에서는 서로 안부를 묻거나 하면서 관계를 쌓아나가는 데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특히 카톡만으로 하는 소통에는 오해가 생기기 쉬운 것 같아요. 단체카톡방에서 토론을 하다가 결국 방을 퇴장하신 경우도 있고, 밤늦게 메시지 올리는 것에 대한 불편함이나 기준도 사람마다 다르고요. 잠깐 들여다보지 않으면 수많은 글들이 어느새 후루룩 지나가 버리고 특정 메시지를 곧바로 확인하기도 어려워요. 

 

무엇보다 의사결정이 참 어려운 것 같아요. 카톡에 투표기능이 있긴 하지만, 투표로 정할 수 있는 사안은 한정돼 있잖아요. 모임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좀 더 긴밀한 의사결정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돼서 앞서 말한 준비모임을 따로 만든 것이기도 해요.

 

참여하는 지역 회원들의 연령대도 매우 다양할 것 같아요, 그로 인한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연령뿐 아니라 직장, 가족관계 등이 전부 다를 텐데요, 서로의 안전한 관계 형성을 위해서 첫 모임 때부터 사적인 것에 대해서는 서로 묻지 않기로 정했어요. 참여연대 아카데미느티나무 시민연극단에서 했던 방식인데, 한 페이지짜리 간단한 약속문을 만들어서 서로 공유했죠. 처음엔 좀 낯설고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렸지만 모임이 안전하게 정착되는 데 확실히 도움이 컸어요.

 

지역회원 소모임에서 ‘특강’이라는 형식을 잘 활용하고 계신 듯해요. 모임에서 강의가 어떤 기능을 한다고 보시나요?

사실 사회문제라는 게 어렵잖아요. 단순하지 않고 되게 복잡하죠. 저희 모임에 나오시는 분들의 가장 큰 욕구는 ‘제대로 이해하고 싶다’ 였어요. 내가 사는 지역에 기여하고 싶어도 제대로 알아야 할 수 있으니까요. 혼자 알아보고 이해하는 데는 다들 본업으로 바쁘니까 한계가 있고, 이해를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전문가에게 배우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방법이 꼭 특강만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독서토론이라든가, 캠페인에 같이 참여하면서 배우는 방법도 있겠지요.

 

말씀하신 대로 강의를 듣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직접 공수처 서명운동에 나가는 등 다양한 오프라인 활동에도 참여하고 계신데요, 지금까지 가장 인상 깊었던 활동과 아쉬웠던 활동을 꼽아본다면요.

결과가 만족스러웠던 ‘공수처 서명운동’이 가장 먼저 생각나요. 특강을 통해 전문가의 설명을 듣고 ‘각성’한 뒤 이어진 실천이기 때문에 훨씬 재밌게 참여할 수 있었어요. 재미있다는 말은, 그러니까 ‘정치 효능감’을 느꼈다고 해야 할까요. 정치효능감을 느끼기가 참 어렵잖아요. 내가 뭔가 옳다고 판단해서 선택했는데 그게 정책으로 반영되는 데는 시간이 엄청 걸리니까요.

 

반면 좀 아쉬웠던 것은 한반도 종전 평화 캠페인이에요. 주변에 서명해 달라고 많이 알렸는데 코로나에 묻힌 탓이기도 하고 홍보가 적었는지 아직 6만 5천 명? 정도밖에 안 돼서 좀 안타깝더라고요. 아직 끝난 것은 아니니까 앞으로 캠페인이 더 많이 알려졌으면 해요. 

 

바쁜 일상에서도 적극적인 참여와 연대를 가능하게 만드는 힘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지역회원 소모임에서 함께하는 분들이 계신 덕분에 이어나갈 수 있는 것 같아요. 혼자였으면 못 했겠죠. 지쳐있다가도 연락 주고받으면 힘이 나거든요. 그게 제일 커요. 힘든 이 시기를 선생님들과 이야기 나누면서 이겨 나가고 있고, 덕분에 일만 하지 않고 참여하면서 살고 있으니 지면을 빌려 저희 지역회원 소모임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는 말씀 전하고 싶습니다. 

 

참여연대 아카데미느티나무 시민연극단에서도 활동하고 계세요. 연극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5년 전쯤 ‘제2의 인생을 찾고 싶다’는 생각으로 예술 활동을 할 만한 공간을 찾아보기 시작했어요. 그러다가 아카데미 느티나무 과정 중에 연극 강좌 커리큘럼이 있다는 걸 알게 됐죠. 지역 안에서도 찾아봤는데 대부분 연극을 전문적으로 하기 위한 곳들이지, 제가 원하는 ‘시민을 위한’ 공간은 아니었어요. 제 꿈 중의 하나가, 지역사회에서 사람들이랑 동네 문화를 되살리는 데 기여하는 것이에요. 동네에서 마음 맞는 사람들이 모여 연극도 하고 노래도 부르면서 자연스럽게 지역 문제를 같이 풀기도 하고, 이런 모습을 항상 생각해 왔어요.

 

월간참여사회 2021년 5월호 (통권 285호)

작년 11월, 아카데미느티나무 시민연극단의 여섯 번째 정기공연이 열렸다 

 

회원님이 생각하는 연극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연극을 통해 내 삶의 변화된 점이 있다면요. 

연극이 충격적일 만큼 좋았던 점은, 배역 연구를 통해 다른 이들의 삶을 깊이 바라보게 된다는 점이었어요. 대본에 담기는 이야기들뿐 아니라 그 당시의 역사와 배역이 처한 상황을 이해해야 하고, 상대 배역이 ‘이 말을 왜 했을까?’ 끊임없이 연구하게 되거든요. 사실 제가 직업이 개발자이다 보니 ‘사실’ 중심으로 사고해온 편인데, 연극을 하면서 많이 바뀌었어요. 상대를 바라볼 때는 현재 자기가 속한 배경과 상태에 따라서 보는 것이기 때문에, 섣불리 내가 상대를 ‘이해했다’고 말하기 어렵다는 것을 느끼게 됐죠. 

 

특별히 참여연대 아카데미느티나무 ‘시민연극단’이 갖는 매력이랄까, 자랑스럽게 느끼는 점이 있나요. 

저희 극단의 목적이 ‘현실 속에서 직면하게 되는 개인과 사회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공감하며 시민들의 얘기를 연극으로 만든다.’예요. 참가자들이 직접 극본을 만드는 과정부터 참여하거든요. 그 과정이 처음엔 되게 당황스러웠어요. 나이도 모르고 직업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내 얘기를 꺼내야 하고 또 상대방 이야길 들으면서 그 고민들이 극본에 담기거든요. 여기서만 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죠.

 

그래도 참여연대라는 비교적 안전한 울타리 안에서 만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친해지기 전에 먼저 자기 이야기를 꺼낼 수 있다고 봐요. 서로 이해가 깊어지고 점점 마음이 모이면 대본이 자연스럽게 구성되죠. 무엇보다 좋은 연출가 선생님이 계신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또 하나는 아카데미느티나무 시민연극단이 일종의 시민공동체 형태로 운영된다는 점이에요. 처음 극단을 기획하신 주은경 전 아카데미느티나무 원장님과 이 극단 공동체를 소중하게 지켜오신 단원 선생님들께도 감사를 표하고 싶어요. 

 

지역회원 소모임을 온라인에서 하신 것처럼, 혹시 온라인 연극을 해보실 계획은 없으세요?

다행히 작년에 코로나 상황이 조금 나아지던 때라서 운 좋게 낭독극을 대면으로 열었어요. 여러 논의 끝에 ‘그래도 대면으로 하자’고 결정해서 최대한 조심하면서 진행했는데, 온라인으로는 연습하는 것조차 쉽지 않더라고요. 상대의 눈을 봐야 의미를 잘 읽을 수 있는데, 온라인은 그런 면에서 답답하죠. 제 반응을 제대로 전달하기도 어렵고 설명하는 분도 답답해하시는 것 같아요. 연극의 3대 요소가 배우, 무대, 관객이잖아요. 그래서 연극을 온라인으로 하기는 쉽지 않을 거 같아요. 저는 200% 대면 방식을 선호합니다(웃음).

 

마지막으로, 회원님에게 참여연대란?

민주주의의 최후의 보루! 너무 거대한가요? (웃음) 제가 좋아하는 노무현 전 대통령 명언 중에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다”라는 말이 있어요. 저에게 있어서 참여연대는 제가 참여도 할 수 있고 권력에 대한 감시와 함께 바꿔나갈 수 있는 그런 곳이라고 생각해요. 

 

아무리 랜선이라도 ‘즐기는 힘’, ‘연대의 힘’ 같은 강력한 에너지는 타고 넘어와 전달되기 충분했다. 어려운 상황 가운데서도 자신뿐 아니라 구성원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최선을 찾고 실행하는 김경락 회원이 있기에 이번 달도 든든하다.

 


글. 이은주

계간 「평화저널 플랜P」 편집장, ‘지혜로운 협력대화 모델’ 와이즈 서클 대표. 민주적 의사소통 및 회의, 진행자 과정 프로그램으로 학교, 마을 공동체, 민간단체나 평생학습관 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있으며, 참여연대 운영위원 및 아카데미느티나무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사진. 김경락 제공

녹취. 조연우 자원활동가

 

>> 2021년 5월호 목차보기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