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5년 04월 2005-04-01   883

의사표현의 자유는 언제 얼마나 제약될 수 있나

최근 몇몇 인사들의 일제 식민지배 합리화 발언을 두고 국가의 제재를 시도하는 제안이 있었다. 야당의 모 의원이 새로 법을 만들어 공공연하게 ‘일제 침략기간의 반민족행위, 전쟁범죄, 반인륜적 범죄 행위 등을 찬양하거나 옹호할 경우, 이를 법으로 처벌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친일발언을 규제하는 법이 필요하다는 취지이다.

이런 법이 만들어지면 의사표현의 자유에 위배된다는 참여연대의 비판에 대해 의원측은 “유엔 인권규약도 개인의 인격을 침해하거나 국가의 안전, 공공복리를 침해하는 경우 표현의 자유를 제약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반론을 폈다.

그러나 ‘친일’을 잠시 접어두고 보면 문제가 간단치 않다. 먼저 혐오스러운 발언, 사회적으로 문제가 많은 발언을 놓고 국가가 규제할 수 있는가의 문제가 제기된다. 사회적으로 승인된 발언이 무엇인지도 논란이거니와 사람의 마음과 말을 국가가 규제해야 하는가가 큰 문제다. 전쟁범죄, 반인륜적 범죄의 찬양과 옹호 문제는 조금만 찬찬히 생각하면 일제의 침략뿐만 아니라 한국전쟁 당시 미군의 민간인학살, 베트남전쟁 당시 국군과 미군의 베트남 민간인 학살, 그리고 최근 이라크 침략전쟁에 대한 동조와 협력이 모두 문제가 된다. 이에 대한 찬양과 옹호를 모두 국가가 규제할 수 있단 말인가.

의사표현의 자유와 제한에 관한 가장 권위있는 해석인 “국가안보와 표현의 자유 및 정보접근에 관한 요하네스버그 원칙 (1995년)”을 보자. 이에 따르면 “누구도 자신의 의견이나 신념으로 인해 어떠한 강제, 불이익이나 제재를 받아서는 아니된다.” 단 국가가 이를 제약할 경우 국가안보에 대한 명시적이고 임박한 위협을 증명하거나 폭력유발로 직결될 경우로 제한해야 한다. 나아가 비상사태를 선포하여 의사표현을 제약하는 경우에도 국가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

여기에는 한가지 일관된 인권 원리가 관통한다. 의사표현의 자유는 항상 철저히 보장되어야 하며 그 제약은 극도의 신중을 요한다는 것이다. 국가보안법처럼, 가장 중요한 인권중의 하나인 의사표현의 자유가 시험대에 오르는 것은 ‘불순’한 생각들 즉 ‘이질적인 생각’이 국가를 위해한다는 두려움이 생길 때다. 이 시험대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인권 기준에 충실하는 일관성이 필요하다. 인권 기준에서 보면 사람의 마음과 발언은 제도를 통해 규제할 수도 처벌할 수도 없다. 실효도 없다.

침략 정당화 같은 범죄미화 발언이 싫다면 우리는 제도적 규제가 아니라 사회적 성숙을 기획해야 한다. 타국 침략을 규탄하기 위해서는 일제의 침략뿐만 아니라 동맹국과 우리나라의 침략행위 또는 침략 동조행위까지 함께 말해야 한다. 성숙한 여론을 위해서는 정치권의 사대주의가 줄어들고 과거사의 왜곡을 시정해야 하며, 족벌 언론이 사라져야 하고 시민사회가 강화되면서 민주주의와 인권교육이 평생교육처럼 되어야 한다.

봄은 어김없이 찾아옵니다.

이대훈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