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5년 04월 2005-04-01   1129

공공택지 주택공급은 공영개발을 원칙으로!

[참여사회 4월호 포커스] 공영과 민영, 두 날개로 주택정책 균형 잡아야

경기 판교 개발과 관련, 부동산 투기를 잡기 위한 정부 대책이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우려가 있어 공공택지에서의 주택공급만큼은 공영개발원칙이 확립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최근 공공택지인 판교에 지어지는 아파트 분양가가 평당 2000만 원 정도로 인근 분당지역 아파트 시세보다 높게 예상되면서 분당 지역 아파트 값이 덩달아 오르는 움직임을 보였다. 여파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용인이며 서울 강남 지역마저 들썩거리고 있다. 긴급진화에 나선 정부는 2월 17일 판교 중·대형 아파트 공급 택지의 입찰방식을 채권액뿐만 아니라 분양예정가도 입찰하게 하여 사실상 분양가를 간접 규제하는 내용의 수도권주택시장안정대책을 발표했다.

꿈틀대는 부동산 투기, 멀어진 서민들의 꿈

정부는 당초 실수요자들이 몰리는 전용면적 25.7평(공급면적 33평)이하의 중·소형 아파트에 한해 원가연동제 방식의 분양가상한제를 도입했다. 정부가 공공택지에 공급되는 아파트에 대해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키로 한 것은 높은 분양가가 주변 집 값까지 끌어올리는 데다 기존 주택 가격이 너무 높아 새 아파트 분양을 고대하던 서민들의 꿈이 물거품이 될 위험에 놓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대형 아파트의 분양가에 대해서는 미온적으로 대처한 것이 화근이었다. 정부는 처음 중·대형 아파트의 경우 건설회사가 분양가를 높게 책정해 발생하는 개발이익을 택지 공급과정에서 채권입찰제를 통해 환수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건설회사들은 채권입찰제로 발생하는 비용을 고스란히 분양가에 얹어 주변 아파트 시세보다 평당 500만 원 이상 많은 평당 2000만 원의 분양가를 주장하고 나섰다. 급기야 정부는 채권·분양가 병행입찰제를 실시하여 채권은 높게, 분양가는 낮게 입찰한 업체에게 공공택지를 분양하겠다는 정책을 내놓은 것이다.

중·소형 아파트 문제도 매끄럽게 풀린 것만은 아니다. 정부는 판교에 들어서는 중·소형 아파트의 건축비에 대해 종전 표준건축비가 평당 260만 원 대인데 비해 최대 평당 460만 원까지 적용할 수 있도록 해 택지비를 포함하면 평당 분양가가 800~900만 원에 이를 전망이다. 서민들로선 높은 분양가 때문에 중·소형 아파트 분양 받기도 쉽지 않게 돼 주거복지가 크게 후퇴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누구를 위한 공공택지개발인가

공공택지가 개발될 때마다 서민들에게 주택이 공급되고 집 값이 안정되는 것이 아니라 건설회사들만 막대한 이익을 챙기고 집 값은 더 오르고 서민들의 내 집 마련 꿈은 물거품이 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정부가 이번 판교대책만큼은 발빠르게 내 놓은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문제가 생길 때마다 급한 불부터 끄고 보는 식의 미봉책으로는 더 이상 만연된 부동산 투기와 집 값을 잡기 어렵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공공택지는 토지소유자들로부터 개별적으로 시장가격으로 토지를 구입하여 조성되는 것이 아니다. 택지개발촉진법이나 도시개발법 등으로 택지개발을 예정하여 토지가격을 묶어 놓고(보통 토지를 수용하기 5~10년 전에 고시) 헐값으로 토지를 수용하여 조성하게 된다. 이렇게 토지소유자의 재산권을 침해하면서까지 토지 수용을 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은 서민들의 주택 마련 등과 같은 공익적 목적을 위한 개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장 원리를 무시하고 토지를 강제 수용하여 택지를 조성한 뒤에 택지를 민간건설회사에 헐값에 분양하면서도 그 택지 위에 건설되는 아파트의 분양가에 대하여는 시장원리를 내세우며 아무런 규제도 가하지 않고 있다. 그 결과 분양가상한제가 폐지된 1999년 이후 불과 5~6년 만에 분양가가 2배 이상 폭등하였다. 택지를 분양 받은 건설회사는 이를 다른 건설회사에 팔아 넘겨 수백 원의 시세차익을 얻고, 아파트를 지은 건설회사도 천문학적인 개발이익을 보게 되었다.

이러한 부작용이 발생하자 정부는 뒤늦게 채권입찰제를 통하여 건설회사가 독차지하는 개발이익을 회수하여 임대아파트 건설 등에 사용하는 개발이익환수제를 도입했다. 또 무주택 서민들이 분양 받는 국민주택규모 이하 아파트에 대하여는 분양가상한제를 실시하는 등의 처방을 내놓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새로운 규제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국회의 입법과정이나 또 다른 사회적 합의과정에 시간이 필요하게 된다. 그래서 제도가 시행될 즈음에는 이미 집 값이 상당히 폭등한 이후여서 사후약방문 격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또한, 일관된 정책 목표의 틀 안에서 제도가 도입되는 것이 아니라 그 때 그 때 상황에 대처하기 위하여 급하게 제도를 만들다보니 후유증이 적지 않다. 분양가 상승을 막기 위하여 상한제를 도입하면 시세와 분양가의 차액을 노리고 청약이 과열되어 투기현상이 발생한다. 개발이익을 환수하기 위하여 채권입찰제를 실시하면 채권액 할인율만큼을 건설회사가 분양가에 반영하여 분양가가 상승하는 또 다른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한다.

공영과 민영, 두 날개로 주택정책 균형 잡아야

집 값 안정, 무주택자에 대한 주택 공급, 저소득층에 대한 임대아파트 공급, 개발이익 환수 등 주택정책의 여러 목표를 고르게 달성하면서 부동산 투기를 신속하게 차단하기 위해 공공택지는 공영개발을 한다는 큰 원칙을 세워야만 한다. 토지공사나 주택공사가 토지를 강제 수용하여 공공택지를 조성하였다면 민간에게 그 토지를 넘겨 줄 것이 아니라 그 택지 위에 아파트를 직접 건설하는 것이다. 임대아파트, 무주택 서민용 중·소형 아파트, 중·대형 아파트 등의 비율은 당시의 주택사정에 맞게 정한다. 중·소형 아파트의 분양가는 무주택 서민의 소득 수준에 맞게 분양가상한제를 실시한다. 중·대형 아파트는 주변 시세에 맞춰 분양한 뒤 개발이익을 임대아파트의 임대보증금이나 임대료 지원급여로 충당하는 식이다.

공기업을 통한 공영개발에 대하여 건설경기 활성화를 위해서는 민간회사들이 건설을 맡아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그러나 주택공사가 시행을 하더라도 직접 아파트를 건축하는 시공은 어차피 민간회사가 하기 때문에 공영개발이나 민영개발의 차이가 없다. 막대한 개발이익이 민간회사가 아니라 공기업에 귀속된다는 점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2004년 한 해 공공택지를 통하여 40%, 준농림지역의 민간택지나 재건축 등을 통하여 60%의 주택이 공급되었다. 공공택지에서 공급되는 주택에 대하여는 공영개발의 원칙을 명확히 하고, 민간택지나 재건축에서 공급되는 주택에 대하여는 시장자율에 맡겨 분양가 등을 정하게 하되 개발이익환수제도를 정착시키는 방향으로 큰 원칙을 확립해야 할 때이다.

김남근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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