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8년 08월 2008-08-04   847

[보고싶다 박원석, 안진걸] 갇힌 삶이 궁금하신가요?

<참여사회 9월호_보고싶다 박원석 안진걸>


갇힌 삶이 궁금하신가요



이 글은 서울구치소에 수감중인 안진걸 민생팀장이 보내왔습니다.



서울 구치소는 ‘미결수’들이 있는 곳입니다. 재판이 모두 끝난 ‘기결수’들은 구치소에서 교도소로 이감됩니다. 감옥살이가 고생스러운 것은 사실이지만, 요즘 감옥은 인권 친화적으로 많이 바뀌었습니다. 교정 공무원(교도관) 선생님들도 매우 친절하고, 감방 안에도 텔레비전, 선풍기, 좌변기, 싱크대까지 설치돼 있어서 생활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자유 없이 갇혀 있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징벌입니다. 모든 재소자들이 그것을 (당연하겠지만) 힘들어합니다. “오 사람들이여, 죄 짓지 말 지어라!” 다들 두 번 다시 올 곳이 아니라고 이야기하지만 냉대와 편견, 차별과 실업으로 또 죄를 짓고 들어오는 이들이 많다고 하니, 그들의 책임도 간과할 수는 없겠지만, 전과자들에 대한 세심한 사회 정책과 그들에게 기회를 주는 분위기 조성도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이 종종 듭니다.


 참여연대는 어디서나 참여연대! 여기서도 개선되어야 할 지점들을 연구하고 고민하고 있습니다.^^ 재소자들이 전설처럼 하는 이야기 하나 해 드릴께요. 예전에 형편없는 식사가 나오던 시절, 깍두기에 고춧가루가 없었다고 합니다. 이에 재소자들이 ‘운동권(?) 재소자’들을 부추겨서 함께 “깍두기에 고춧가루를!”이라는 투쟁을 전개했고, 그 이후 고춧가루가 보이는 ‘먹을 만한 깍두기’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그동안 감옥을 둘러싼 안팎의 노력으로 감옥이 많이 좋아진 것이죠. ‘흉악한 죄를 지은 자들에게 웬 인권?’이냐는 사회적 분위기가 일부 있습니다. 또 동물권 운동에도 곱지 않은 시각도 있고요. 하지만 흉악한 죄수나 동물들에게도 인권, 생명권이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도 옳은 이야기입니다. 또 비교해보면 보통의 사람, 일반 시민에게는 얼마나 큰 인권, 생명권이 있겠습니까? 그 누구도, 어떤 권력도 훼손할 수 없는 절대적 존엄과 권리가 있다는 것이죠.


다시 감옥 생활로 돌아가서 ‘밥은 잘 나오냐?’고 묻는 분들이 많은데요, “예! 밥은 잘 나옵니다.” ‘콩밥’은 아주 옛말이고 적당하게 보리가 섞인 밥에, 국과 함께 2~3가지 반찬이 나옵니다. 모자라는 반찬은 재소자들이 멸치, 김, 마늘, 소시지, 훈제 닭, 무말랭이 등을 추가시켜서 먹습니다. 이 경우 ‘영치금’을 써야 하니까 혹 주변에 누군가 ‘전면적으로 국가의 신세를 지게 되는 경우(큰 집 신세)’가 발생한다면, 아마도 제일 먼저 신경 써야 할 것이 ‘영치금 적립’일 것입니다. (전 충분합니다^^)

아침 6시에 기상하고 9시~10시 사이에 자는데, 텔레비전 시청도 9시에 끝납니다. TV는 중앙에서 ‘엄선한’ 건강한 프로그램만 제공되는데, 8시엔 뉴스도 틀어주어 바깥소식도 접하고 있지요. 신문 정기구독도 됩니다. 들어오자마자 <한겨레>신문, <한겨레21>, <시사인> 등을 구독해서 동료 재소자들에게 ‘전파’하고 있습니다. (재소자들에게 한겨레나 경향신문 등을 보내주는 캠페인을 전개하면 어떨까요? 「참여사회」도 함께) 과하지 않을 정도로, 가끔 ‘촛불항쟁’에 대한 토론도 진행하고 있어요.


거의 모든 재소자들의 가장 큰 바람은 운동과 관련된 내용일 것입니다. 지금은 평일 30분, 토요일도 격주에 한 번 20분만 운동 시간이 있어 감방 밖으로 나가 운동장에서 운동을 할 수 있습니다. 일요일은 운동이 아예 없어요. 즉 일요일은 접견도 안 되고, 종교 집회도 미결수에겐 허용되지 않고, 운동도 없기에 단 한 발자국도 감방 밖으로 나가지 못합니다. 이것이 무척이나 끔찍하더군요. 평일 운동 시간이 조금이라도 늘어나길, 토요일 매주 운동이 가능하길, 일요일에 종교 집회나 운동이 가능하길. 이것은 저를 포함한 모든 재소자들의 바람일 것입니다. 제가 밖에 나가게 되면 끈질기게 정부 당국에 건의해보려고 합니다. ^^ (많은 재소자들의 부탁이기도 하고요)

저의 감옥 생활 어떠셨어요? 나중에 더 이야기 해드릴게요. 재밌는 이야기가 많답니다. 힘들어도 힘내고 있습니다. ‘어디 핀들 꽃이 아니랴’ 감옥 안에 핀대도 상처받지 않고, 갇힌 사람들과 함께 환한 얼굴로 하루를 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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