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2년 09월 2012-09-05   1440

[역사] 요동치는 바다, 격랑에 휩싸이는 한반도

요동치는 바다, 격랑에 휩싸이는 한반도


김정인
춘천교육대학교 사회과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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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 시대를 거치는 동안 한반도를 둘러싼 3면의 바다는 비교적 평화로웠다. 냉전 와해 혹은 신냉전의 갈림길에 서 있는 지금, 그 바다가 심하게 요동치고 있다. 서해는 최근 남북 간 무력 충돌이 잦아지면서 남북 관계 경색의 상징이 되고 있다. 남해 끝자락 제주도의 해군기지 건설은 한국은 물론, 미국과 중국 간 군사적 갈등의 불씨를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 동해 끝자락에 있는 독도는 느닷없는 대통령의 방문으로 조용한 외교 모드가 깨지면서 일본과의 분쟁 지역으로 전락할 위기를 맞고 있다. 나아가 한반도 주변 바다가 온통 영토 분쟁으로 요동치고 있다. 그 발단에는 청일전쟁과 러일전쟁, 그리고 두 전쟁의 승리로 제국주의화한 일본의 침략사가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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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에서 발발한 청일전쟁과 러일전쟁

대한제국의 멸망을 초래한 두 전쟁,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은 모두 서해에서 발발했다. 1894년 7월 일본은 경기도 풍도 앞바다에서 청의 군함을 공격하며 청일전쟁을 도발했다. 그들이 내세운 개전의 목적은 조선을 속국으로 여기며 내정간섭을 자행하는 청과 싸워 조선의 독립을 보장한다는 것이었다. 이 불온한 전쟁을 일본 사회에서는 정의로운 전쟁이라 불렀고, 일본의 대표적 근대 사상가인 후쿠자와 유키치는 문명과 야만의 싸움이라 주장했다. 천황이 히로시마에 대본영을 차리고 직접 지휘하던 일본과 되도록 전쟁을 피하고자 했던 청과의 싸움은 평양 교전을 거쳐 9월의 서해 해전에서 일본군이 청군을 대파하면서 종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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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여 년이 흐른 1904년 2월 일본 함대가 뤼순항에 정박 중인 러시아 함대를 공격하고 인천항에서 교전을 벌여 두 척의 러시아 함선을 격침시키면서 러일전쟁이 시작되었다. 이번에도 일본 국민들은 러시아의 위협을 발본색원하자는 주전론에 휘말리며 전쟁을 지지했다. 대한제국 정부는 개전 직전 대외 중립을 선포했다. 일본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군대를 한반도에 상륙시켜 전쟁터로 만들었다. 대한제국과 함께 중립을 선포한 중국의 만주 지역에서는 러·일 군인보다 더 많은 중국 민간인이 희생되었다. 러일전쟁은 1905년 5월 아프리카를 도는 오랜 항해에 지친 러시아의 발트함대를 일본 해군이 동해에서 괴멸시키면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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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전쟁이 야기한 해양 영토 분쟁

제주도 남쪽 동중국해에 위치한 센카쿠 열도(중국어 댜오위다오)는 현재 일본 영토로 되어 있다. 이 지역은 본래 중국 땅이었다. 명에서 1403년 출간된 책에 처음 등장한 이래 1863년에 청이 제작한 지도에는 푸젠 성에 부속한 댜오위다오 군도로 표시되어 있었다. 이 중국 영토를 청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이 1895년에 주인 없는 땅이라며 일방적으로 자국 영토로 편입시켰다. 제2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 미국은 이 군도를 자국이 위임통치하는 오키나와의 관할 안에 두었고, 1972년 오키나와가 반환된 이후에는 일본이 지배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물론 타이완도 고유영토론을 근거로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어서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동해의 북쪽 끝자락에 위치한 북방 4개 도서(남쿠릴열도의 하보마이, 시코탄, 이투루푸, 구나시리)는 러시아와 일본의 영토 분쟁 지역이다. 1875년 러시아와 일본은 각각 사할린과 쿠릴 열도를 지배하는 데 합의했다. 하지만, 러일 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은 남부 사할린까지 차지했다. 이에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소련은 사할린은 물론 쿠릴열도 전체를 점령했고 지금까지 지배하고 있다. 오늘날 러시아는 제2차 세계대전의 결과 획득한 정당한 영토로 영토분쟁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고 일본은 4개 섬 전체의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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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일전쟁 당시 일본이 불법 점령한 독도

독도는 러일전쟁 당시 일본이 무주지라며 전쟁 수행을 목적으로 편입하고 점령한 한국의 고유 영토다. 무엇보다 독도는 일본의 한반도 침탈 과정에서 가장 먼저 병탄된 지역이라는 상징성을 갖고 있다. 최근 일본은 종전의 무주지선점론에서 고유영토론으로 입장을 선회하고 무리한 역사 교육을 시도하고 있다. 우리의 입장은 2006년 4월 25일 노무현 대통령이 발표한 대일 담화문에 단호하고도 분명하게 담겨 있다.

“지금 일본이 독도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제국주의 침략전쟁에 의한 점령지 권리, 나아가서는 과거 식민지 영토권을 주장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한국의 완전한 해방과 독립을 부정하는 행위입니다. 또한 과거 일본이 저지른 침략 전쟁과 학살, 40년에 걸친 수탈과 고문·투옥, 강제징용, 심지어 위안부까지 동원했던 그 범죄의 역사에 대한 정당성을 주장하는 행위입니다. 우리는 결코 이를 용납할 수 없습니다.”

이렇듯 일본의 제국주의화 과정은 곧 한반도를 둘러싼 바다에서의 전쟁과 영토 분쟁을 낳았으며 오늘날까지 그림자를 드리우며 동아시아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 중국의 부상과 함께 신냉전이 우려되는 현실에서 바다는 더욱 요동칠 것이다. 한반도의 운명 역시 그 격랑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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