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0년 08월 2000-08-01   1267

권병덕 씨가 전교조 이부영 위원장에게

전교조 이부영 위원장님께

우선 늦었지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합법화 1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굴종과 저항의 80년대. ‘참교육’이라는 이름을 걸고 전교조를 결성하고 지켜온 선생님들의 노고에 다시금 머리가 숙연해집니다. 제가 전교조라는 이름을 들은 것은 93년 초등학교 6학년 때였습니다. 사회시간이었는데 노동조합에 대해 배우던 중 선생님께서는 학생들한테 이런 질문을 던졌습니다.

“자, 그렇다면 지금 여기 여러분 앞에 있는 나, 그러니까 교사들은 과연 노동자일까요?”

“?… …”

“만약에 선생님들도 노동자라면 노동조합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실제로 예전에 선생님들이 노동조합을 만든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정부에서는 교사는 노동자가 아니라는 까닭에 노동조합을 만든 선생님들을 모두 해직시켰죠. 아직도 교사가 노동자인가 아닌가는 논란거리예요.… 그렇지만 선생님은 교사도 노동자라고 생각해요.”

그때는 선생님께서 뜬금없이 해주신 이야기가 바로 전교조에 대한 이야기였음은 한참이 지나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도 해직교사를 담임선생님으로 맞게 되었구요. 또 그때 선생님들이 참교육을 위해 노동조합을 만들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얼마 전이었습니다. ‘와’에서 같이 활동하는 친구와 이야기하다 우연히 전교조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그 친구는 전교조라는 말에 냉소적으로 “전교조가 도대체 뭐 하는 곳이냐?”며 묻더군요. 그 친구는 그 당시 학교 부학생회장의 자리를 맡고 있으면서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학생회를 만들려고 했답니다. 그러나 학교에 그 많은 전교조 선생님들은 전혀 그 친구의 노력에 도움을 주지 않더라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그 친구의 노력은 몇몇 전교조 선생님들까지 가세한 방해공작으로 인해 선거에서 패배하고 말았습니다.

저는 감히 묻고 싶습니다. 정말 전교조는 참교육을 위한 단체인가요. 아니면 단지 전문직 노동조합인가요. 전교조가 단지 전문직 노동조합일 뿐이라고 말씀하신다면 저는 할 말이 없습니다. 그러나 전교조가 조금이라도 참교육을 이야기한다면 이런 학생들의 움직임에 응해야 않을까요? 전교조 조합원이 합법화 이후 7만 명으로 늘었습니다. 그러나 그만큼 참교육이 학생들한테 다가오지는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학교에 계신 수많은 전교조 선생님들은 과연 무엇을 하고 계신가요? 80년대의 참교육을 향한 그 치열함은 그냥 옛 이야기에 지나지 않음인가요? 솔직히 저도 참교육이 무언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분명 참교육은 교육의 주체인 교사와 학생이 학교에 주인으로 당당히 서는 그 모습 어딘가에 있는 것이 아닐까요?

저는 한때 “넌 전교조 선생님들이면 다 성인군자인줄 아냐?”라는 핀잔까지 들을 정도로 전교조에 대한 믿음을 확고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그런 것들이 많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비록 저 뿐만이 아닐 것입니다. 해직됐던 선생님들은 대부분 다시 교단에 섰습니다. 그러나 “수업 한번만 하면 살 것 같은데…”라던 선생님들의 바람. 그리고 다시 수업을 한다는 기대는 복직과 함께 무너지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많이 힘들다고 합니다. 선생님들께서 가지고 계신 고민들, 혼자 갖고 계시지 말고 저희들과 같이 나눌 수 있었으면 합니다. 많이 힘들다고는 하지만 예전의 그 치열함이라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요?

어린 마음에 내 뱉은 철없는 소리지만, 이런 저희들을 깨우쳐 주실 선생님들의 “사랑으로 매긴 성적표”를 다시 받아보고 싶은 마음은 절실합니다.

권병덕 올림

권병덕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