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5년 03월 2005-03-01   465

[함께해요] 나의친구 윤준영

고등학교부터 대학 동창까지 참으로 질긴 인연이다. 아마 죽을 때까지 같이 갈 녀석이다. 자고로 친구란 함께 고생하며 지내는 사이라고 했다. 그런 점에서 녀석과 나는 최악이다.

필자가 대학에 들어갈 때 목표 중 하나가 캠퍼스 커플이 되어 대학생활의 낭만을 누리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왠걸 내가 찍어둔 여자에게 고백을 할 때 쯤 그는 선수를 치거나 강력한 태클을 걸었다. 그것도 세 번이나. 그 시절 한동안 노래방에 가면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을 불렀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뭐 나 역시도 그의 연예생활을 가만두진 않았었다. 지금은 친구도 나도 불리한 상황이 되면 서로 끄집어내어 들먹거리는 옛 추억들이다.

대학시절 같이 자취할 때 집에 다녀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쌀이 떨어지고 지갑에서 먼지가 휘날리고 하루를 아무것도 먹지 못한 배속은 이미 혼비백산 아비귀환 상태 그렇게 배고픔을 이기지 못한 녀석과 친구들은 사상 최악의 시나리오를 감행했다. 3일 전에 먹다만 카레와 김치찌게 그리고 기타 몇가지 음식들을 혼합해 만든 일명 ‘멍멍이밥’을 만들어서 러시안 룰렛게임을 해 모조리 먹어 치웠다. 지금 생각하면 ‘못먹을 것 같으면 버리면 될껄’ 무슨 생각으로 그 멍멍이 밥을 먹었는지 이해할 수 없다.

녀석은 ‘신의 아들’이다. 그렇다고 신문에 등장하는 그런 경우가 아니라 몸이 아퍼서 ‘신의 아들’이 된 것이다. 하지만 그는 신의 아들이 돼서 2년 2개월 동안 금전적으로 불리한 상황이 됐다. 필자를 기준으로 친구들이 다달이 입대했다. 즉 다달이 휴가를 나온 것이다. 그것도 모두 따로 국밥으로 나왔다. 군인이야 몇달에 한번씩 나오는 휴가지만 녀석이 느끼는 건 ‘징한 놈들’이 한달에 한 놈씩 휴가를 나오는 거였다. 유일하게 직장 생활을 하던 그는 매달 월급에서 적지않은 돈을 휴가 나온 군인들 유흥비로 날려야 했다. 한달에 한명 20만원씩 2년만 잡아도 400만 원이 넘는 돈을 지출한거다. 정말 전후방에서 고생하다 휴가를 나온 병사들에게 따듯한 온정을 베풀어준 그 친구에게는 국방부 장관 표창이라도 줘야 할 정도였다.

그와는 돈거래도 자주 하는 편이다. 그런데 중요한 점은 서로에게 돈을 빌리고도 돈을 갚지도 않고, 받을 생각이나 ‘돈 갚아라’하는 말도 하지 않는다. 정말 좋은 관계가 아닌가.

가장 묘한 인연은 내가 소개해서 시작한 아르바이트가 그의 앞으로도 계속할 직업이 되었고 녀석이 학생 시절에 꿈꾸던 글쟁이의 모습이 지금의 내 모습이 되었다.

나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 친구는 아닌 것 같다. 그냥 내 옆에 있다는 존재감만으로 고마운 존재가 내게는 친구인거 같다.

정대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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