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5년 03월 2015-03-02   435

[읽자] 오감으로 만나는 봄

 

오감으로 만나는 봄

 

 

박태근 알라딘 인문MD가 권하는 3월의 책

 

봄이 오기도 전에 황사가 불어오니 상쾌한 봄기운을 말하기 민망한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봄이 오면 어디로든 나가려는 마음이 겨우내 굳은 몸 구석구석을 간질인다. 꼭꼭 닫아둔 창문을 활짝 열어 집안 가득 봄 향기를 불러들이면, 이제 바깥으로 나가 눈과 귀로 봄을 마주할 차례다.

 

봄을 만나고 나누는 곳, 공원과 산

 

참여사회 2015년 3월호 (통권 220호)

도시의 공원 – 공원에 깃든 삶의 이야기 / 케이티 머론 지음 / 마음산책

도시에서 가장 쉽게 봄을 찾아볼 수 있는 곳은 공원이다. 푹신한 잔디 위에 몸을 편히 뉘이면, 코에는 풀 내음이, 귀에는 봄바람이 들어찬다. 그뿐인가. 무엇보다 이 봄을 만끽하려는 여러 사람의 새로운 기운도 함께 만날 수 있다. 이처럼 공원은 봄을 느낄 뿐 아니라 나눌 수 있는 공간이다. 『도시의 공원』은 세계 여러 도시를 대표하는 공원을 소개한다. 런던의 하이드 공원, 파리의 뤽상부르 공원처럼 여행자가 한번쯤 들르는 공원부터 익숙하지 않지만 언젠가 꼭 가보고 싶어지는 멕시코시티의 소치밀코 생태 공원과 카이로의 알 아자르까지, 공원의 정취를 전하는 사진에 각각의 작가가 전하는 기억과 느낌이 더해지니, 거리는 멀지만 감각은 가까운 기분이다. 가까운 공원에서 표지에 나온 이들처럼 풀밭을 뒹굴며 온 몸에 봄을 묻히고 싶다.

 

참여사회 2015년 3월호 (통권 220호)

산이 부른다 1, 2 / 진우석 글, 이진아 그림 / 클

넓은 공원이 조금 지루해질 즈음이면, 높은 산이 눈에 들어온다. 워낙 산이 많은 나라이다 보니, 주말이면 알려진 산은 등산객으로 가득 차 답답할 법도 하지만, 산은 생각보다 품이 깊다.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사람 아닌 생명을 쉽게 만날 수 있고, 한산한 등산로에서 고즈넉한 분위기를 만끽할 수도 있다. 그런데 등산에는 준비가 필요하다. 몸을 쓰는 일이고, 평소 걸음과는 달리 높은 곳을 올라야 하니 당연한 말이지만, 무턱대고 오르는 이가 훨씬 많은 현실이다. 여행작가와 일러스트레이터가 함께 쓰고 그린 만화 『산이 부른다』는 등산 초심자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알차게 담았다. 나에게 맞는 산을 고르는 방법부터 등산 장비와 산행 예절까지 꼼꼼하게 살펴 알려준다. 2권에서는 사계절 철따라 가볼 만한 명산을 추천하는데, 봄에는 서울 북한산, 통영 미륵산, 여수 영취산이 좋단다. “산은 즐기는 게 고수”라니 이번 봄에 초심자부터 고수까지 오르는 건 어떨까 싶다.

 

봄기운을 불어넣는 방법, 달리기와 자전거

 

참여사회 2015년 3월호 (통권 220호)

마라톤 1년차 – 초보도 따라 하기 쉬운 즐거운 달리기 프로젝트 / 다카기 나오코 지음/ 살림 

공원과 산이 봄을 품고 우리를 기다리는 곳이라면, 이번에는 우리가 직접 봄을 찾아 나서면 어떨까. 가장 쉬운 방법이야 차를 몰고 어디든 나서는 일이겠지만, 역시 봄은 코와 입으로 들이마시는 게 제일 아니겠는가. 몸을 움직이기 귀찮다며 뭉그적대는 이들에게 달리기와 자전거를 권한다. 『마라톤 1년차』는 방에서 작업 책상까지 10초면 움직일 수 있고, 운동이라고는 손가락을 까닥까닥하는 게 전부인 만화가가 하와이에서 열리는 호놀룰루 마라톤 대회에서 풀코스에 도전하는 과정을 풀어낸다. 꾸역꾸역 동네 산보에서 시작해 좌충우돌 각종 마라톤 대회를 섭렵하며 풀코스 완주에 이르는 과정에서, 마라톤은 “자기 페이스로 느긋하게 생각하면서 달릴 수 있고 남녀노소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스포츠”인데다 운동신경이 없어도 할 수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달리고 나서 함께 먹는 음식 재미도 빼놓을 수 없는데, 달리고 마시고 달리고 먹는 즐거운 도전에 과감하게 도전하길 기대한다.

 

참여사회 2015년 3월호 (통권 220호)

자전거의 즐거움 – 두 바퀴 위의 행복에 관한 모든 것 / 로버트 펜 지음/ 책읽는수요일

마라톤을 하면 왠지 빨리 늙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든다면, 그렇지 않아도 좋지 않은 무릎에 부담이 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면, 달리기 대신 자전거 타기도 괜찮겠다. 달리기가 땀과 바람 사이에서 갈팡질팡 겨루는 모양새라면, 자전거에서는 확실히 시원한 바람이 땀을 식히는 여유를 맛볼 수 있다. 평생을 자전거와 함께 살며 다섯 대륙, 오십여 나라, 4만 킬로미터를 페달로 밟은 로버트 펜은, 『자전거의 즐거움』을 “자전거 특유의 리듬이 창조하는 사고의 공간, 내리막을 질주하는 자유로움, 목표에 도달했을 때의 만족감, 바람과 영혼이 빚어내는 고독과 자유”라 표현한다. 그가 세상에 하나뿐인 꿈의 자전거를 만들기 위해 자전거의 역사와 문화부터 세계 곳곳의 자전거 장인을 만나는 이야기가 부럽기도 하지만, 우리에게는 어떤 자전거든 멋지게 만들어줄 봄이라는 풍경이 있다. 그저 안장에 엉덩이를 붙이고, 페달을 두 발로 힘차게 밟기만 하면 된다. 그 다음은 자전거가, 아니 봄이 알아서 할 몫이다. 이런 봄을 살 수 있어 다행이다. 행복하다. 

 

박태근

온라인 책방 알라딘에서 인문, 사회, 역사, 과학 분야를 맡습니다. 편집자란 언제나 다른 가능성을 상상하는 사람이라 믿으며, 언젠가 ‘편집자를 위한 실험실’을 짓고 책과 출판을 연구하는 꿈을 품고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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