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5년 03월 2015-03-02   1998

[특집] 핵 발전은 경제적인가

특집 원전, 이제는 멈출 때

 

핵 발전은 경제적인가

 

 

이유진 녹색당 공동정책위원장

 

참여사회 2015년 3월호 (통권 220호)

 

2009년 12월 22일, 핵발전 관련 주가가 급등했다. 전날 이명박 대통령이 “핵발전은 탄소 배출을 줄이는 대안이자 원가 대비 가장 경제성이 있는 친환경 산업”이라며, 기술 자립화를 앞당기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핵발전은 이명박 대통령 말대로 값싼 에너지일까? 핵발전의 원가를 제대로 계산해 낼 수 있는 것일까? 핵발전에 숨겨진 비용은 없는 것일까?

 

한국의 핵발전 원가가 유독 낮은 이유

연료별 정산단가에서 핵발전은 54.57원으로 가장 저렴한 것이 사실이다(2014년 8월 기준). 핵발전과 함께 기저발전으로 쓰이는 유연탄의 87.5% 수준이다. 그러나 이 가격은 전력시장 거래가격이고, 경제성을 분석할 때는 균등화발전비용을 사용한다. 발전소 운영 기간에 발생한 총비용에 할인율을 적용해 평준화하는 방식이다. 핵발전 비용은 건설비가 50%를 차지하고, 나머지 운전유지비(40%), 연료비(10%)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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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에너지기구와 핵에너지청NEA이 균등화발전비용으로 국가별 핵발전 원가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이 유독 저렴하다(2010년 기준). 프랑스는 MWhmegawatt-hour, 메가와트 시당 92.38달러, 일본 76.46달러, 미국 77.39달러인데, 한국은 42.09달러로 프랑스 원가의 절반도 안 된다. 심지어 54.61달러인 중국보다도 저렴하다. 한국의 핵발전 원가가 저렴한 이유는 낮은 건설비용 때문이다. 한국형 핵발전소의 kWe원자로의 에너지 용량 단위당 건설비용은 일본의 57.71%, 프랑스의 40.31% 수준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건설비용이 낮은 이유를 한 부지에 핵발전소 여러 기를 몰아서 짓기 때문에 행정비용과 입지비용을 줄일 수 있고, 반복건설 경험이 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건설기간도 한 기당 평균 4.6년으로 짧다. 그러나 2013년 터져 나온 핵발전소 제어케이블 납품 비리 사건과 시험성적서 위조 사건을 보면 저렴한 건설비와 짧은 건설기간이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핵발전소 해체와 폐기물 처분 비용

운전유지비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사후처리비다. 정부는 2012년 12월 방사성폐기물관리비용을 재산정해 핵발전소 해체비용으로 호기 당 6,033억 원을 산정했다. 일본 9,590억 원, 독일 8,590억 원, 미국 7,800억 원 보다 낮은데, 한국은 해체 기술과 경험이 없어 실제 해체비용은 더 늘어날 것이다. 유럽감사원ECA 기준으로 한국의 핵발전소 23기를 해체할 경우 약 23.4조 원(기당 1조 212억 원)이 들고, 정부 추산 방식으로는 13.8조 원이 든다.

 

특집2-표

 

10만 년 가까이 보관해야 하는 사용후핵연료의 처리 비용을 정확하게 계산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 어떻게 처분하는가에 따라 비용이 천차만별이고 세계적으로도 영구처분장을 마련해서 운영하는 사례가 없다. 우리는 고준위 핵폐기물 처분에 대한 대책을 수립하지 못한 채 공론화를 진행하고 있는데, 사용후핵연료 처분은 현 세대가 지불해야 할 비용과 위험부담을 다음 세대에게 떠넘기는 것을 전제로 추산하게 된다.

 

정부가 떠맡는 핵발전 사고 위험비용

핵발전소 사고에 대한 피해액을 추산할 때에는 손해비용과 사고발생 빈도에 어떤 자료를 반영하는가에 따라 엄청난 차이가 난다. 세계 3대 핵발전 사고의 1기당 피해규모는 적게 잡아 58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스리마일 2조 원, 체르노빌 265조 원, 후쿠시마 81조 원을 전제로 계산한 것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핵발전소 사고가 발생했을 때, 원자력손해배상 보상계약에 의해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은 부지 당 500억 원의 책임을 진다. 실제 피해비용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금액이다. 어떤 보험회사도 핵발전 사고에 대한 손해배상 계약을 하려 하지 않기 때문에 정부가 그 부담을 떠안는 것이다. 현재 한수원은 핵발전소의 ‘중대사고’에 대비해 사고위험비용으로 kWhKilowatt hour, 1시간에 1킬로와트가 제공되는 양에 상당하는 전력 단위당 0.03원을 부담하고 있다. 그러나 2013년 에너지기본계획 워킹그룹 보고서에 따르면 주변지역의 인구밀도를 고려한 사고위험비용은 59.8원에 달한다. 사고위험비용을 반영하면 핵발전은 결코 저렴한 에너지가 아닌 것이다.

 

핵발전의 숨겨진 정책 비용

핵발전에 대한 높은 의존도는 전력 다소비 구조를 만들어낸다. 핵발전은 전력 생산량을 조절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한번 가동하면 24시간 밤낮으로 전기를 생산한다. 반면 전력수요는 계절별 시간대별로 달라져 핵발전 비중이 높아지면 밤에 ‘남는 전력’문제가 발생한다. 이를 위해 도입한 산업용 경부하요금 제도와 심야전력요금 제도는 결국 전력소비를 증가시킨다.

 

핵발전소로 인한 온배수도 숨은 비용이다. 핵발전소에서 사용한 냉각수는 수온이 약 7도 정도 상승한 온배수로 배출되는데, 주변 해양생태계에 영향을 미친다. 핵발전 가동 후 2006년 7월 말까지 온배수로 인한 어업피해 보상액 규모는 총 2,177억 원으로 나타났다.

 

핵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765kVkilovolt, 킬로볼트 초고압 송전탑을 건설해 송전하는 비용과 갈등도 사회적 비용이다. 이처럼 핵발전은 심야전력제도, 온배수로 인한 어업 피해비용, 초고압 송전탑 갈등 등의 외부비용이 존재하며, 이런 비용은 추산하기 어려워 제대로 비용으로 반영되지 않는다.

 

핵발전의 경제성 평가를 위한 공개 검증 필요

한국에서 핵발전은 저렴한 에너지이지만 2009년 MIT메사추세츠공과대학교에서 연구한 바에 의하면 핵발전은 8.4센트/kWh, 가스 6.5센트/kWh, 석탄 6.2센트/kWh로 나타났다. 핵발전이 석탄이나 가스보다 경제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핵발전에 대한 경제성은 비용을 어디까지 얼마나, 어떤 기준으로 계산하는가에 따라 달리 나타난다.

 

일본에서도 후쿠시마 이후 2011년 <비용등검증위원회>를 구성해 검증한 결과 핵발전 원가는 석탄이나 LNG액화천연가스와 비슷한 수준까지 상승한 반면, 풍력·지열·태양광 등 재생가능에너지는 단가가 하락할 것으로 추정되었다. <비용등검증위원회>에는 핵발전에 비판적이었던 학자도 포함되어 있었고, 발전단가 계산방법, 계산을 위한 가정, 사용한 데이터를 홈페이지에 모두 공개하는 방법으로 진행되었다.

 

핵발전에 대한 경제성 검증 절차를 제대로 따져가다 보면 저절로 핵발전의 한계가 나타나게 된다. 그러나 우리는 단 한 번도 그런 절차를 진행해본 적이 없다. 한수원은 영업 비밀을 이유로 기본적인 안전관련 자료도 공개하지 않는다. 더불어 정부는 핵발전에 대해 정책적으로 지원하면서 핵발전의 실제 비용을 드러나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경제성을 제대로 검증할 기회조차 없었던 것이다.

 

핵발전 원가를 구성하는 요소 중에는 후쿠시마 이후 추가된 안전에 대한 비용, 사고 시 손해배상비용, 사후처리비용과 같이 그 사회의 안전에 대한 가치와 수용성을 토대로 협의하고 판단해야 할 내용들이 많다. 거기에 더해 정책비용, 미래세대 비용, 안전규제 비용, 입지갈등 비용 등을 포함하면 핵발전은 결코 값싼 에너지가 아니다. 

 

 

이유진

2012년 녹색당 창당에 참여해 현재 공동운영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 녹색연합에서 야생동물, 국제연대, 에너지 기후변화 관련 활동을 했으며, 서울시 원전하나줄이기 정책 수립에 참여했다. 에너지관련 저서로 『기후변화이야기』, 『동네에너지가 희망이다』, 『태양과 바람을 경작하다』, 『기후변화의 유혹, 원자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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