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2년 08월 2012-08-06   1190

[읽자] 혼자 더 빨리? 함께 더 멀리!

혼자 더 빨리? 함께 더 멀리!

                                                                      박태근 알라딘 인문MD가 추천하는 8월의 책

 

협동조합은 공동으로 소유하고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기업을 통해 공동의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필요와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모인 사람들의 자율적 단체다.
(국제협동조합연맹의 <협동조합 정체성 선언문>)

 

 

2012년은 유엔이 정한 세계 협동조합의 해다. 때맞춰 한국에서도 오는 12월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된다. 농협, 수협 등 그간의 협동조합이 대부분 정부의 필요와 지원으로 만들어졌다면, 이제 뜻을 같이 하는 5명만 모이면 특별한 제약 없이 협동조합을 설립하여 운영할 수 있다. 바야흐로 협동조합의 시대가 다가온 것이다. 사실 한국에서는 익숙지 않은 개념이지만 협동조합 기업은 이미 세계적인 규모로 성장했고 이익과 성과 중심으로 운영되는 주식회사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살림과 아이쿱 생활협동조합 등 소비자 협동조합 중심으로 이루어진 한국의 협동조합은 그 역사가 길지 않지만 두 곳의 연 매출이 5000억 원을 넘는 수준에 이르고,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우유 업계 1위인 서울우유도 목장주가 조합원인 협동조합 기업이다. 그동안 이런 성과가 크게 드러나지 않은 까닭은 역시 협동조합에 대한 인식 부족이라 하겠다.

 

 

협동조합 입문: 세계는 지금 협동조합 중

<협동조합, 참 좋다>는 세계 협동조합 기업을 직접 둘러보고 취재한 현장 보고서다. 현직 언론인 세 사람이 협동조합의 성지라 불리는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시작한 현장 답사는 풍차도 협동조합으로 돌리는 덴마크, 제스프리(물론 이 기업도 협동조합이다)로 유명한 뉴질랜드, 소비자 협동조합의 왕국 스위스와 협동조합 은행 라보방크를 운영하는 네덜란드까지 이어진다.

단순히 각각의 지역과 나라를 대표하는 협동조합의 역사와 운영 방식 그리고 상업적인 성공 사례를 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조합에 가입하여 조합원으로 활동하며 조합을 이용하고 그곳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담겨 있는데, 이들의 자부심과 행복한 웃음을 보면 무한 경쟁과 승자독식의 원리가 지배하며 이익의 대부분을 주주가 갖는 주식회사의 회사원, 바로 우리 대부분의 모습이 떠올라 기분이 묘하다.

이 책은 해외의 성공 사례를 소개할 뿐 아니라 한국 협동조합의 현재 상황을 정리하며 협동조합기본법 시행으로 이루어질 행복한 상상도 함께 전한다. 동네 빵집과 치킨집, 아파트 협동조합과 이동통신 소비자 협동조합 등 새로운 움직임이 시작되는 지점에서부터 대학생 협동조합의 웨딩 사업, 출판인의 노동자 협동조합 등 실현 가능한 모델까지, 협동조합이 바꿔놓을 그리고 협동조합으로 바꿀 수 있는 세상의 밑그림을 살펴보기에 맞춤하다.

 

 

협동조합 이론과 실천 편: 협동조합의 철학

앞선 책이 협동조합의 오늘을 알려준다면 <깨어나라! 협동조합>은 이론과 실천을 겸비한 책이라 하겠다. 저자 김기섭은 일본에서 협동조합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이론가이자 20여 년 동안 생활협동조합중앙회와 두레생협연합회에서 일한 활동가다. 그는 협동조합이 근래 주목을 받고 있지만 그 개념은 오랜 역사의 실천 속에서 만들어졌다고 말한다. 대표적인 예가 두레와 계인데 자발적 호혜에 기초한 일상적 교환을 통해 부를 향상시키는 동시에 분배의 균형까지 이룬 경제형 결사체라고 설명한다. 이런 문화적 토대 위에서 협동조합의 원칙과 정의, 가치와 역할을 정리하고, 실제 협동조합 운영 과정에서 마주하는 주체와 그들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까지 차분하게 설명하는데, 그 사유의 깊이가 ‘협동조합의 철학’이라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을 정도다. 끝으로 경험을 되돌아보며 생협운동의 역사와 의미를 되새기고 현재 생협운동이 마주한 문제를 살피는데, 끊이지 않는 경제위기와 가속화되는 경쟁 속에서 협동의 의미를 재정립하고 노동, 육아, 교육까지 생협운동의 장을 확장시켜야 한다는 주장에서 협동조합이 풀어가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 짐작해볼 수 있다.

 

 

협동조합의 결정체: 도시 전체가 협동조합

 

<몬드라곤에서 배우자>는 ‘몬드라곤’의 모든 것을 다룬 책이다. 몬드라곤은 스페인 바스크 지역에 위치한 도시 이름인 동시에 1940년대부터 시작한 협동조합운동과 제조업, 금융, 유통, 연구, 교육을 포괄한 협동조합 그 자체를 일컫는다. 몬드라곤은 2010년 현재 전체 자산이 약 53조 원, 제조업과 유통업 부문의 한 해 매출은 22조 원에 이르며, 약 8만 4,000명의 노동자들이 일하는 대기업이다. 우리가 알던 협동조합의 규모를 뛰어넘는 수준인데, 이 정도 규모라면 협동과 연대라는 가치의 공유뿐 아니라 경영 체계와 조직 운영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이 필요할 터. 이들이 내부 갈등을 어떻게 극복하고 노동자의 참여 체계를 가다듬었는지가 이 책에서 배울 첫 번째 내용이다. 두 번째 배울 것은 이들이 80년대 경제 침체기를 극복한 방법이다. 이들은 임금 정책의 수정과 조합원들의 출자금 증액 같은 공동의 희생에 머물지 않았다. 경영 체제를 바꾸고 서비스업과 농업 등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위기에 대응하는 구제 프로그램을 보강하는 작업들을 입체적으로 진행했다. 그 과정에서 언젠가 마주하게 될 협동조합의 위기를 극복할 혜안을 발견할 수 있다. 마지막 교훈은 수직적 조직보다 수평적인 교환과 봉사의 관계를 통한 성장이 더 중요하다는 깨달음이다. 이는 비단 몬드라곤에만 한정된 이야기는 아니다. 협동조합은 숫자로 드러나는 성과 이전에 협동조합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더욱 중요하다. 성과 때문에 조합원의 의견을 무시하거나 조합의 원칙을 깰 수 없다는 말이다. 성과 자체가 운영의 원리이자 목적인 수많은 조직이 마주한 해답 없는 문제들이 비로소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 기회가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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