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2년 08월 2012-08-06   1904

[특집] 외교가 없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감춰진 진실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감춰진 진실은?

김창수 통일맞이 정책실장


MD 정보 보호를 위한 미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은 절차, 내용, 실효, 파장 등의 면에서 큰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런 문제와 함께 협정 목적에 대한 정부의 모호한 태도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체결하려는 정부의 의도에 대해 심각한 의문을 갖게 만든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의 공식명칭은 ‘대한민국 정부와 일본국 정부 간 비밀정보 보호에 관한 협정’이다. 그리고 이 협정의 전문에서 밝힌 목적은 ‘군사비밀정보의 보호’이다.  

  미국은 2005년부터 일본에 미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체결하도록 압력을 넣었다. 미국이 일본에 이 협정 체결을 요구한 이유는 미일 간 추진하는 미사일방어(MD, Missile Defence) 체제 구축에 대한 정보를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미국은 MD 체제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일본 해상 자위대 관계자에 의해 해상 레이더 정보가 유출된 정황을 파악하고 있었다. 재발 방지 차원에서 비밀보호협정이 필요했다. 일본 정부는 여론의 동향을 살폈다. 미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체결할 경우, 보다 많은 군사정보가 안전하게 교류되어 일본의 군사화가 가속화 될 것이라는 비판 여론을 의식했던 것이다. 2007년 8월이 되어서야 일본은 미국과 이 협정에 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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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정의 목적은 ‘정보 교환’이 아닌 ‘정보 보호’

미일 군사정보보호협정과 마찬가지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도 그 목적은 ‘협정 체결국 사이에 비밀 정보를 안전하게 교환하는 절차 등에 대한 내용을 규정’하는 것이다. 즉 정보 교환 자체가 아니라 정보 교환의 방법이나 정보를 보호하고 관리하는 절차에 대한 협정인 것이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문 어디에도 정보 교환을 의무화한 조항은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미 교환된 정보에 대한 관리와 보호 절차를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6월 26일 국무회의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안을 비밀리에 통과시킨 것에 대한 여론의 반발이 커지자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27일에 “북한에 대한 정보를 상호 공유하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체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체결하게 되면 한일 양국은 북한 핵과 미사일 등 북한의 군사 정보는 물론, 북한의 사회 동향 등 다양한 대북 정보를 교류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대북 억지력 등에 있어서 정보 위성, 조기 경보기, 대잠수함 초계기 등 일본의 정보 역량을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입장은 국회에서 김황식 총리의 답변으로 이어졌다. 김황식 총리는 지난 7월 19일, “일본이 조기경보장치 등 우수한 첩보기구와 시설을 갖추고 있어 우리가 유용한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진실을 밝힐 수 없는 속사정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은 2009년부터 한미 국방당국 사이에서 논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6월 13일부터 이틀에 걸쳐 한미 외교국방장관회담이 워싱턴 DC에서 열렸고, 이 회담의 공동성명에는 ‘일본과의 3자 안보 협력의 중요성을 확인’, ‘한·미·일 3자 협력 범위를 확대’, ‘3자 안보협력·협조를 위한 메커니즘을 강화’ 등의 구절이 담겨있다. 

  이 회담 직후 정부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서둘러 밀실에서 통과시켰다. 미국의 의도가 강하게 반영되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미국이 일본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체결한 것이 MD정보 보호를 위한 것이었다면, 미국이 한일 간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을 주문한 것은 당연히 MD 구축 과정에서 비밀유지를 위한 정보 보호가 주목적이어야 한다. 그런데도 외교통상부와 김황식 총리는 한일 간 북한 핵에 대한 정보 교류가 주목적이라고 호도하고 있다. 의도된 거짓말일 가능성이 크다. MD 구축을 위한 비밀 유지가 목적이라고 사실대로 밝힐 수가 없는 것이다. 그나마 북한  핵 개발을 막기 위한 정보 교환이라고 둘러대면 핑계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그러나 여론은 정부가 감추려했던 ‘MD 구축’에 대한 의혹을 강하게 표명했다. 설사 정말로 북한 핵 개발을 막기 위한 한일 간의 정보 교환이라 하더라도 그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 국민 다수의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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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군사화에 날개 달아줘

이 협정의 표면상 목적은 ‘군사비밀정보의 보호를 보장’하는 것이다. 정부는 이 협정이 북한 핵개발 정보를 교환하기 위한 용도라고 호도하지만, 한일 간에 군사비밀정보는 협정 이전에 이미 교환되고 있었다. 2009년 한일 국방장관회담에서 국방부와 일본 자위대 사이에 군사교류를 활발히 하기로 하였고, 국가 안보를 위해 보호가 필요한 방위 관련 2,3 급 군사기밀을 이미 교류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번 협정은 ‘정보 교환’에 대한 규정은 없이, 교환된 정보를 보호하는 것만 규정하고 있다. 즉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이 체결되면 이 협정에 의해 비밀 보호가 되므로 한일 양국은 각종 군사정보를 법률적 구속 없이 마음껏 교환할 수 있게 된다. 미국이 이 협정의 체결을 요구한 취지인 MD기밀 보호를 넘어 북한의 정치, 군사, 사회 등 각종 정보들까지 다양하게 교환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바로 이 점 때문에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은 일본의 군사화에 날개를 달아주는 격이 된다. 

  최근 일본은 원자력기본법을 개정해 원자력이 국가 안전보장에 이바지한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일본이 가진 원자력을 군사용으로 사용하겠다는 뜻이다. 일본은 이미 핵연료 재처리시설에 3만 개의 핵탄두를 생산할 수 있는 분량의 플루토늄 45톤을 갖고 있다. 또한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법에서도 기존의 평화 목적에만 제한한다는 조항을 삭제했으며, 귀환 우주선 실험에도 성공했으므로 일본은 이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을 가지고 있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게다가 일본은 전수방위가 아닌 집단적 자위권도 도입하려고 한다. 집단적 자위권이란 타국이 침략을 당했을 때 군사적으로 개입한다는 의미다. 쓸데없이 분쟁에 개입하게 되므로 대외 팽창주의 노선을 가진 국가가 아니면 추구하지 않는 정책이다.

  “일본은 핵무기(원자력관계법)를 대륙간탄도미사일(우주항공법)에 실어 중국이나 북한을 선제 공격(집단적 자위권)할 수 있는 법적 토대를 마련한 것”이라는 풀이가 실감 난다.

일본 군사력의 지향점은 한반도

2010년 12월 ‘간 나오토’ 일본 총리가 한반도 유사시 남북한에 있는 일본인을 구출하기 위해 자위대를 파견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일본 정치권 내에서도 ‘자위대를 파견하면, 전쟁에 돌입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비판이 있었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이후 나온 발언이지만 우발적 발언이라고 보기 힘들다. 이명박 정부는 “일본이 우리에게 이 문제를 꺼낸 적도 없고 협의한 적도 없으며 실현 가능성도 없는 얘기다”라고 일축했다. 

  이명박 정부는 이렇게 아둔하다. 혹은 알고도 일본을 변호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일본 정부는 오래전부터 한반도 유사시를 전제로 일본인 구출 및 난민 수용 문제 등을 검토해 왔다.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상륙에 대한 논의는 1963년의 미쓰야연구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1965년 6월 오카다 가쓰오 의원이 자위대통합막료회의의 ‘63년도 방위도상연구 실시계획(미쓰야연구)’을 폭로했다. 한국전쟁이 일어났을 경우의 자위대 출동과 일본 총동원 체제 수립에 대한 내용이었다.  

  1983년부터 미일 안전보장협의회 합의에 따라 시작된 ‘극동사태연구’는 극동사태가 일본의 안전에 영향을 미칠 경우 일본이 작전 중인 미군에 협력하는 방안에 대한 연구였다. 그 대상 지역으로는 필리핀, 일본, 한국, 대만이 포함되나 일반적으로 극동사태라고 할 경우 한반도 유사시를 의미한다. 

  일본의 팽창 욕구는 냉전 해체 이후 본격화한다. 1999년 제정된 주변사태법은 주변 사태 발생 시 미군에 대해 후방지역 지원과 수색 및 구조 지원 등을 실시한다는 것이다. 주변사태법은 한반도 위기 상황에 대해 일본이 응급조치 차원에서 개입한다는 것이 근본 목적이다. 

  2003년에는 ‘유사법제’라고 해서 일본이 외부의 무력공격을 받을 경우 자위대의 출동 등 정부의 대응 방침을 명시한 일련의 법제가 마련된다. 이 유사법제는 일본 내에서도 제국주의 시대의 국가 총동원체제로 회귀하는 행위라는 비난을 받았다. 동아시아 국가들은 일본의 군사대국화라며 경계했다.

다시 동북아에 냉전적 대결구도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은 이처럼 일본이 재무장을 준비해오는 흐름 속에서 추진되었다. 한반도는 남북의 군사적 대치라는 현실 속에서 화해협력을 이루고 평화를 정착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안보와 대화협력의 균형에 바탕을 두면서 평화와 화해협력을 추진해야 한다. 이를 위해 남북대화, 북미대화, 6자회담이라는 대화 수단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하지만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추진할 경우 동북아는 북·중·러라는 북방 3각 관계와 한·미·일이라는 남방 3각 관계가 대립하는, 냉전시대의 진영구도로 재편될 수 있다. 한·미·일 3각군사협력은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이라는 독립된 두 동맹이 한일 간의 군사협력을 촉진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역사 문제나 영토분쟁 등의 이유로 우리나라 국민들의 일본에 대한 기본적 신뢰가 아직 부족한 탓에 고도의 신뢰를 필요로 하는 군사동맹이 한일 간에 맺어지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과 일본을 미국이 매개하는 형식으로 한·미·일 3각군사협력의 모습이 만들어지고 있다.

  한·미·일-북·중·러의 진영 구도가 짜일 경우 북한과 중국의 관계는 냉전시대 ‘순망치한’의 관계로 돌아갈 것이다. 즉 북한의 핵 개발이나 미사일 개발과 같은 행위가 중국에 의해서 제어되기 보다는 보장 받을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한·미·일 군사협력의 강화와 북·중·러 군사 관계의 강화는 동북아시아에서의 군비경쟁 구도를 심화할 것이다. 미중관계라는 상위 대결구도에 남북관계가 하위 대결구도로 편입하는 데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이 촉매제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이런 대결 구도는 남북대화, 북미대화, 6자회담 등의 추동력을 약화시킬 것이며 기대효과도 낮추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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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수
대학 시절 학생운동과 졸업 후 88년 세계평화대회 및 범민족대회 활동을 계기로 평화와 통일 단체에 참여했습니다. 90년대 중반 참여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을 역임했고, 노무현 정부 시절 NSC에서 일했습니다. 다름을 인정하는 관용, 그 결과로 함께 어울리는 것, 그것은 평화. 이는 나라와 나라, 국가와 개인, 인간과 자연, 인간과 인간, 남자와 여자 사이에 모두 통용된다는 것이 저의 개똥철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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