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2년 08월 2012-08-06   1418

[여는 글] 소가 웃을 일

소가 웃을 일

청화靑和 참여연대 공동대표

이런 경우를 한번 생각해 보자. 개 몇 마리가 거리에서 또는 남의 집에 들어가서 사람을 함부로 무는 사건이 발생하여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수사의 초점은 당연히 개의 주인을 찾는 것이다. 얼마 후 경찰이 수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그 개의 주인은 푸른 기와집 입구에 서 있는 소나무라고 했다. 세간의 여론은 코웃음 쳤다. 송치 후 검찰은 경찰과 동급으로 취급 받는 것을 피하기 위해 소나무보다는 조금 더 안쪽, 정원의 한가운데 놓여 있는 바위를 개의 주인이라고 지목했다. 이것도 사람들은 믿지 않았다. 사람이 사는 집에서 어찌 바위가 개의 주인이 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로부터 상당한 시간이 지난 다음, 은폐된 진실을 폭로하고 나서는 사람이 있었다. 개의 주인은 바위가 아니라는 것. 개의 주인은 바위보다 더 안쪽의 집에 있다는 것이다. 이 폭로로 얼굴이 깎인 검찰은 사즉생의 각오로 재수사를 한다고 공언했지만 결국은 그것도 부실 수사의 딱지는 떼지 못했다. 내용인즉슨 개의 주인은 푸른 기와집 주인이 고용한 집사라고 했기 때문이다. 집주인도 아닌 집사가 남의 집에서 개를 키운다는 것이 과연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유감스럽게도 민간인 불법사찰에 대한 검찰의 수사 결과가 그렇다. 그런 결과를 내놓고 믿으라 한다. 그래 좋다. 믿기로 하자. 청와대에는 나무도 많고, 바위도 있고, 근무자들도 상당수 있다. 하지만 청와대에서 일어나는 일의 결정권자는 나무도 아니고 바위도 아니며 그곳에 출퇴근하는 근무자들도 아니다. 청와대의 주인이자 결정권자는 이명박 대통령 오직 한 분이다. 이를 전제하고 검찰 수사 결과에 대하여 다음의 두 가지를 생각해 보자.

  첫째는 민간인 불법사찰의 몸통이 전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인 박영준 씨와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인 이영호 씨라는 점이다. 만일 그것이 사실이라면 대통령은 국정 책임자로서 업무를 제대로 장악하지 못한 무능의 극치를 보여주는 사례가 된다. 국무총리실에서 정상적인 업무를 벗어난 범죄 행위를 했는데, 대통령은 밑의 사람이 무슨 일을 하는 지도 모르고 2년여를 데리고 있었다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검찰의 수사 발표 내용은 이렇게 이명박 대통령에게 불명예를 씌우는 결과가 된다. 

  둘째는 민간인 불법사찰에 있어 박영준 씨와 이영호 씨의 윗선이 없다는 점이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그 둘은 대통령에게 보고 없이 사적으로 민간인 불법사찰을 모의하여 관련 공무원에게 지시하였다. 그들은 어디까지나 대통령의 업무를 보좌하는 사람이지 주도하는 결정권자가 아니기 때문에 불법사찰 업무 지시를 받은 직원들은 당연히 그 두 사람의 사적인 심부름이 아니라 대통령의 공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서 사찰을 진행하고 그 내용을 박영준 씨와 이영호 씨에게 또박또박 보고했을 것이다. 이런 구도에서 보면 민간인 불법사찰에 있어서 박영준 씨와 이영호 씨의 윗선이 없다는 것은 그들이 곧 대통령을 사칭하여 청와대 주인의 권한을 행사한 것이 된다.

  검찰의 발표 내용은 이렇게 또 다른 문제를 도출한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이명박 대통령은 검찰의 발표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있다. 그것은 곧 대통령 자신이 청와대에 허수아비로 앉아 있는 무능한 대통령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일이 되는데도 말이다. 검찰 역시 박영준 씨와 이영호 씨에 대한 추가 수사 계획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그 둘에게는 대통령을 사칭한 중대한 죄를 물어야 마땅한데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대통령은 민간인 불법사찰에 대한 검찰의 발표를 보고 침묵하고, 검찰은 또 더 이상 조사할 것이 없다고 수사 완결을 주장할 것인가?

펄떡 펄떡 뛰는
이 연못 저 연못의 잉어 잡아다가
인왕산 아래 담 높은 집에서
몰래 몰래 회 쳐 먹고는
메밀묵 먹었다고 말하는 입을 보고
소가 웃는다.

다 알고 소도 웃는데
한쪽으로 기울어진 검찰청 건물
그 문을 열고 삐죽 내민 얼굴은 또
이 연못 저 연못의
잉어가 없어진 이유는
달 밝은 무주구천동
소쩍새가 울었기 때문이라고
쾅쾅쾅 징을 친다.

이 모양 이 꼴이니
땅바닥에 굴러다니는 법法은
아무거나 갉아 먹고 내 깔린
까만 쥐똥이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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