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0년 07월 2000-07-01   907

리더의 활동제약원인, 업무과부하 41.3%

시민운동가 63인 대상 ‘리더십’ 여론조사

경실련 비디오테이프사건, 유종성 경실련 사무총장의 대필사건, 장원 녹색연합 전 사무총장의 성추행 사건 그리고 구미총선연대 전 사무국장의 금품수수 의혹사건. 1989년부터 시작한 시민운동 11년의 역사 속에서 명망있는 시민운동가들의 도덕성에 치명타를 날리는 사건들이었다. 대부분 각 시민단체에서 핵심멤버로 활약하던 시민운동 ‘리더’들에 의해 벌어진 이 사건들은 사실상 함께 일하는 수많은 시민운동가들의 의욕을 꺾을 뿐 아니라 그간 시민단체가 쌓아온 신뢰를 한번에 무너뜨릴 수 있으며 종국에는 단체의 생존문제까지도 흔들 경우가 있다. 이런 상황을 바라보는 전국의 시민운동 ‘리더’들은 현단계 시민단체의 리더십과 대안의 시민운동 리더십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우선 문1)로 장원 총장 ‘성추행 사건’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물었다. 응답자 34.9%는 장원 총장의 성추행 사건에 대해 남성 일반의 성도덕 문제라고 보았다. 30.2%의 응답자는 성범죄 행위로, 14.3%의 응답자는 사생활문제로, 6.3%의 응답자는 시민단체의 일그러진 자화상이라고 각각 답변했다.

문2) 시민운동 리더들은 장원 총장 사건을 계기로 시민단체에 도덕적 윤리강령의 제정이 필요하다고 보는지 물었다. 53.9%의 시민운동 리더들은 필요하다고 답변했고, 38.1%의 응답자는 필요하지 않다고 답변했으며 8.9%의 응답자는 무응답을 나타냈다. 윤리강령 제정의 필요성에 대해 좀더 면밀히 분석해 보면 대부분 여성 운동가보다 남성 운동가들이 윤리강령의 제정에 대해 적극 지지하고 나섰으며, 40대 미만의 활동가들이 40대 이상의 활동가보다 윤리강령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활동에 회원·간사 의견 반영하는 편 81%

지난 몇년 사이 급속도로 성장한 시민운동단체에는 최근 회원들로부터 혹은 내부 활동가들로부터 ‘관료화에 대한 위험신호’ 여부가 문제제기되었다. 실제 시민단체 관료화 문제에 대한 시민운동 리더들의 견해를 세부항목으로 나눠 자세하게 질문했다.

문3) 귀하는 귀 단체의 활동에 조직원(간사, 회원)의 의견을 어느 정도나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81%의 응답자가 반영하는 편이라고 답변했다. 적극 반영한다 14.3%, 반영하지 않는 편이다 4.7%를 각각 나타냈다. 실제 회원들이 인터넷 게시판 등을 통해 시민단체의 관료화를 우려하는 것과 달리 시민단체 리더들은 시민운동의 활동사업에 회원 및 간사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실제 활동 속에서 조직원(회원, 간사)의 의견을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라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물었다. 문4) 귀하가 조직원(회원, 간사)의 의견을 반영하지 못한다면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응답자의 33.3%는 활동의 미숙으로 신뢰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 밖에 사업 전체를 조망하는 안목의 문제나, 재정을 고려하지 않은 사업 등에 대한 항목을 두었으나 무응답 혹은 기타의 비표기를 나타냈다.

시민단체 리더들이 생각하는 시민단체의 민주적 운영의 척도는 무엇일까? 문5) 귀하가 생각하는 시민단체의 민주적 운영의 척도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77.8%의 응답자가 의사소통의 쌍방향성이라고 꼽았다. 둘째 조직 내의 정보공개 및 공유 12.7%, 아래로부터의 의사결정구조의 실현 7.9%를 각각 나타냈다. 이는 다른 기업체나 정부기관에서 전근대적인 상명하복식 조직체계가 여전히 유효한 것과 달리 시민단체에서는 민주적 운영 척도로 의사소통의 쌍방향성을 매주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것으로봐 나름대로 내부민주주의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파악해볼 수 있다.

문6) 귀하는 시민단체 리더가 갖춰야 할 가장 큰 자질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57.1%의 응답자가 통합력이라고 답변했다. 20.6%가 도덕성, 9.5%의 응답자가 전문성, 6.3%의 응답자가 활동성이라고 각각 응답했다. 이런 맥락에서 문7) 귀하는 문6)의 평가기준에 비춰볼 때 단체 리더로서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의 질문에 대해 68.3%의 응답자가 보통이라고 답했고, 17.5%가 잘하고 있다, 12.7%가 못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문8) 귀하가 귀 단체의 리더로 활동하는데 있어 가장 큰 제약은 무엇입니까? 이 질문에 대해 41.3%의 시민운동 리더들은 업무의 과부하를 꼽았다. 33.3%의 리더들은 재정의 빈곤, 9.5%의 응답자는 정책능력의 부족, 4.8%의 응답자는 일반 활동가들의 협력부재를 각각 꼽았다.

이런 차원에서 문9) 귀하가 만일 평간사로 되돌아 간다면 어떤 일에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이시겠습니까? 이 질문은 오픈문항으로 두었다. 이에 대해 23.8%의 응답자가 전문성 확보를, 11.1%의 응답자가 회원과의 대화, 회원관리를 꼽았으며, 나머지는 조직관리, 재정확보, 자기계발, 지역활동, 타 단체와의 교류 협력의 장 마련, 현장능력에 기반한 정책능력의 개발, 새로운 사업의 제안, 사이버 운동, 시민운동의 똘레랑스 문화 창조, 시민운동가의 복지문화 프로그램 창조, 자원활동가 관리 프로그램 개발 및 집행, 전문가들의 네트워크 구축, 관계지향적 운동, 생태환경교육, 연구, 정보 및 문서관리, 운동의 대중화, 시민교육, 정책대안 마련을 위한 학습동아리 활성화 등을 적었다.

회원회비에 의한 재정마련 79.4%

시민단체의 재정문제는 언제나 주요한 화두가 됐다. 특히 시민단체의 재정마련 원칙에 대한 입장과 그 원칙을 수행할 수 있는 현실적 조건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시민단체 리더들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재정마련 방법은 무엇인가? 문10) 귀하는 가장 바람직한 시민단체의 재정마련 방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73%의 응답자가 회원회비에 의한 재정마련이라고 지적했다. 이 밖에 공익펀드에 의한 후원이 12.7%로 높았고, 잘 모르겠다고 답한 응답자가 12.7%나 차지했다.

그렇다면 시민운동 리더들이 속한 단체의 재정마련은 현실적으로 어떻게 될까. 문11) 귀하가 속한 시민단체의 재정은 주로 어떻게 마련됩니까? 중복응답을 요구한 설문에서 압도적으로 많은 퍼센트를 차지한 건 회원회비에 의한 재정마련이다. 79.4%의 응답자가 회원회비로 재정을 마련하고 있다고 답했으며 정부프로젝트 33.3%, 자체 사업수익 28.6%, 본부 보조(지역단체의 경우) 9.5%, 민간 후원 기금에 의한 재정마련이 6.3%, 외국 펀드 4.8%, 기업 프로젝트 1.6%, 민원해결 프로젝트 1.6%를 각각 나타냈다. 대부분 시민단체들은 회원회비에 의한 재정마련을 이루고 있지만 여전히 정부프로젝트 혹은 외국펀드, 기업 프로젝트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문12) 시민단체가 회원회비에 의한 재정마련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58.7%의 응답자는 시민참여의식의 빈곤이라고 꼽았다. 과반수 이상의 응답자가 시민참여의식의 빈곤이라 꼽은 것은 사실상 한국사회의 기부문화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요구하는 답변이랄 수 있다. 그동안 한국사회에서의 기부문화는 공익성이 우선하기 보다 사회복지적 은전을 베푼다는 의미의 ‘자선’이 많은 퍼센트를 차지했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 활동하는 시민운동가들의 경우 이제는 시민들이 공익적 관점에서 참여의식을 갖고 시민운동에 후원할 필요가 있다고 제기하는 것으로 풀이해볼 수 있다.

또 17.5%의 응답자는 그 이유에 대해 시민단체 활동의 부진이라고 꼽았다. 단체의 활동이 활성화되지 못했기 때문에 회원회비에 의한 재정마련이 이뤄지지 않는 것이며 실제 시민단체는 활동만 열심히 하면 재정마련은 자연스레 함께 해결되는 것이라는 입소문을 반증해주는 답변이라 할 수 있다. 이 밖에 홍보부족(9.5%), 시민단체와 시민접촉 공간 및 기회의 부족(3.2%), 과학적 모금활동의 부재, 기부문화의 빈곤, 시민과의 낮은 결합력(각 1.6%)을 꼽았다.

그렇다면 회원회비에 의한 재정마련의 비율을 높이기 위해 시민단체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문13) 회원회비 자립도를 높이기 위해 시민단체가 우선 취해야 할 일은 무엇이라고 봅니까? 76.2%의 응답자들이 활발한 정책 개발 및 활동을 꼽았다. 대부분 시민운동단체 리더들은 시민단체의 공익적 활동과 회원회비의 관계는 정비례한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이 밖에는 시민단체 CI작업, 회원참여프로그램의 확대, 실질적 회원확대, 모금사업에 대한 투자, 회원관리업무의 필요성을 각각 꼽았으며 특히 ‘언론 매체에 홍보한다’가 6.3%를 보여, 언론플레이의 관점과 달리 언론을 활용한다는 측면에서 언론매체를 통한 홍보로 회원확대를 이룰 수 있다는 견해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시민운동가의 정계진출 찬성한다 46%

시민운동가들의 정계진출은 시민운동 내에서 언제나 핫이슈로 떠오른다. 지난 96년 4·11총선에서 실질적인 시민운동 리더였던 서경석 목사의 정계진출 시도로 많은 시민들은 시민운동 리더들이 시민단체를 정계진출의 교두보로 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표하기도 했다. 이런 측면에서 시민단체 리더들은 시민운동가의 정계진출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물었다.

문14) 귀하는 시민운동가들의 정계진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응답자의 46%는 찬성한다고 답변했고, 33.3%의 응답자는 반대한다고 답변했다. 찬성도 반대도 아닌 그저 그렇다고, 대략의 무관심을 표한 층은 19%이다.

문15) 시민운동가의 정계진출에 찬성한다면 그 이유를, 반대한다면 그 이유를 각각 써달라는 물음에 대한 찬성의 답변은 이렇다. 도덕성과 전문성을 갖춘 시민운동가라면 찬성(9.5%), 단체 내의 명확한 동의가 우선적으로 고려된다면 관계없다(7.9%), 정치도 운동의 장이다(6.3%), 시민단체의 정치세력화가 필요하다(4.8%), 순수한 의도로 정계진출하는 것은 찬성한다(3.2%), 각 영역마다 전문성을 갖고 개혁해야 하기 때문에, 시민운동을 통한 정책개발 및 활동경험의 활용이 필요하므로, 정치의 기형성을 극복하기 위해, 정치개혁 혹은 새로운 정치문화 창출을 위해, 한국사회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지방자치제의 올바른 정착을 위해, 정계에 진출해 시민단체의 정책적 활동을 입안하는 것이 더 빠르므로, 정치계에도 시민운동의 마인드가 필요하므로(각 1.6%)로 나타났다.

반면, 정계진출에 반대하는 의견은 이렇다. 시민사회단체에 부정적 이미지를 줄 것(12.7%), 시민운동가의 도덕성 훼손(4.8%)이라고 각각 꼽았으며,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렇다. ‘정치적 목적이 있는 시민운동 간부들의 정계진출은 반대한다’, ‘시민운동의 정체성을 확보하기 위해 정계진출은 문제있다’, ‘보수정당에 예고없이 가담하여 단체의 이름을 판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아직은 NGO에서 운동가들이 담당해야 할 몫이 있다’, ‘정치는 정당을 통해 이뤄지는 것이다’, ‘개인의 이익과 명예보다 공공선을 이뤄야 한다’, ‘시민사회의 버팀목으로 자기 자리를 지켜가는 게 바람직하다’(각 1.6%)로 각각 나타났다.

이처럼 13% 차이로 찬성과 반대의 입장을 각각 드러내는 것은 지방자치선거에 대한 시민운동단체의 입장 차이와 시민운동의 정치세력화 문제 때문일 것으로 보여진다. 실제 서울에서 종합적 시민운동을 펼치는 시민단체들과 달리 지역단체의 경우 도시계획 문제, 지역주민의 직접적인 참여민주주의 실현, 지역의 환경보전문제 등 실제 지역단체의 역할과 지자체의 역할이 크게 엇갈리지 않으므로 지역단체는 지자체에서의 지역운동가의 정계진출에 대해 ‘포지티브’ 입장에서 심각하게 고민하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여전히 지자체도 지방토호나 지역기업들처럼 시민단체가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하나의 대상이라면 시민운동가들의 정계진출은 보다 근본적 차원에서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시사점을 남겨준다.

그렇다면 피상적 수준이 아닌 현실적 관점에서 시민운동 리더들에게 정계진출의 기회는 얼마나 있었을까? 문16) 귀하는 정치권으로부터 정계진출을 제의받은 적이 있습니까? 79.4%의 응답자가 없다고 답했으며 14.3%의 응답자는 있다고, 말할 수 없다고 답한 응답자는 4.8%의 수준을 보였다. 대부분 40대 이상(35.3%)의 시민운동 리더들이 40대 미만(6.5%)의 시민운동 리더보다 정치권으로부터 제의를 많이 받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여성(10%)보다 남성(16.3%)이 정치권으로부터 더 많은 제의를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렇다면 정치권은 왜 시민운동가들에게 정계진출을 권유하는 걸까? 문17) 귀하는 정치권에서 왜 시민운동가들에게 정계진출을 권유한다고 생각하십니까? 65.1%의 응답자가 정당 이미지 제고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답변했다. 이 밖에 도덕적 이미지(15.9%), 개혁성(12.7%), 전문성(3.2%)을 각각 표기했다. 지난 4월 총선 때 ‘젊은피 수혈론’이 일었던 것처럼 각 정당은 기존의 부패정치 이미지를 청산하기 위해 학생회장 출신의 젊은이들을 대거 정당에 입적시켰다. 이뿐 아니라 그동안 사회개혁을 위해 일한 바 있는 진보적 정치학자, 변호사 등 전문인력도 흡수했다. 이처럼 정치권은 또 하나의 변수로 시민운동가들에게 정계진출을 제의했지만 대다수 명망성 있는 시민운동가들은 정치권의 제의를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그 이유는 현단계 한국사회에서 시민운동이 정치사회적으로 준정당적 기능을 담당하면서 민의를 대변하고, 정치권과 기업, 정부를 감시ㆍ비판하는 기능을 담당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은 아닐까.

시민단체의 관료화, 재정문제, 정계진출의 문제는 사실상 어떤 사건을 계기로 살펴볼 만한 주제는 아니다. 항상 내부로부터 제기되는 문제를 출발로 끊임없이 자문하며 내부점검을 해봐야 하는 문제다. 특히 한국사회의 참여민주주의를 실현하자 주장하면서 조직 내부 민주주의를 건실하게 이루지 못하거나, 기업 혹은 정부의 비민주적 관료화를 걱정하면서 단체 내부의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이루지 못한다면, 그것은 시민들로부터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시민운동 리더들은 조직의 관료화를 막기 위해, 재정운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항상 시민운동 운영의 원칙을 상기하면서 조직 내부의 활동가, 회원, 전문가그룹과 꾸준한 토론, 문제제기와 합의를 이뤄야 할 것이다. 그 점이 좀더 건실한 시민운동 리더십을 만드는 주요한 과정이 아닐까 싶다.

장윤선(참여사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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