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21년 03월 2021-03-01   589

[이달의 참여연대] 지금부터, 핵무기는 금지되었다

지금부터, 핵무기는 금지되었다

역사적인 핵무기금지조약 발효를 환영하며

글. 황수영 평화군축센터 간사

 

 

지난 1월 22일, 핵무기금지조약TPNW➊이 발효됐습니다. “인류와 핵무기는 공존할 수 없다”는 믿음을 현실로 만들 역사적인 국제조약의 효력이 시작된 것입니다. 이는 일찍이 조약에 서명하고 비준한 미래지향적인 국가들, 핵무기의 비인도성을 증언해온 원폭 피해자들, 핵무기 없는 세상을 위해 오랜 시간 애써온 세계 시민사회단체와 평화를 염원하는 시민의 힘으로 함께 만든 벅차고 소중한 승리입니다. 

 

거대한 변화의 시작

핵무기금지조약은 비인도적인 대량살상무기인 핵무기를 전면으로 금지하는 국제조약입니다. 2017년 7월 7일 유엔 총회에서 채택된 핵무기금지조약은 2020년 10월 24일까지 50개국의 비준이 완료되어, 그로부터 90일 뒤인 1월 22일 0시를 기해 발효되었습니다. 조약은 당사국이 핵무기나 핵폭발장치를 개발, 실험, 생산, 제조, 획득, 보유, 비축, 이전, 사용 또는 위협하거나 영토에 핵무기나 핵폭발장치의 주둔, 설치 혹은 배치를 허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핵무기 관련 활동에 참여하도록 지원하거나 촉진하거나 유도하는 것 역시 금지하고 있습니다. 핵무기를 국제법적으로 불법화한 것입니다. 

 

이 강력한 국제조약의 발효는 아직 조약에 서명하지 않은 국가들, 핵무기에 투자하는 기업들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핵무기 전면 금지’라는 새로운 기준을 지지하는 시민들과 조약 당사국의 숫자는 앞으로 늘어날 것이고, 국가와 기업들은 핵무기 관련 행위에 계속 동참하거나 투자할 때 발생하는 국제법적인 위험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핵무기금지조약은 많은 문제에 직면한 기존 핵 군축 체제들을 보완하고 촉진하는 역할도 하게 될 것입니다. 핵비확산조약NPT➋은 1967년 이전에 핵무기나 핵폭발 장치를 제조하거나 폭발시킨 5개국(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의 핵 보유 예외를 인정하는 조약입니다. 이 때문에 핵무기를 완전히 금지하고 있지 않다는 근본적인 모순과 한계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핵보유국들이 조약상의 핵 군축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중동 비핵지대에 대한 회의 개최에도 합의하지 못하자, 지난 2015년 핵비확산조약 검토 회의는 최종 문서 채택에 실패했고, 2020년 예정되었던 회의는 코로나19 상황으로 아직 열리지 못했습니다. 핵무기금지조약은 기존의 핵비확산조약이 갖는 한계를 극복하도록 도울 것입니다. 

 

월간참여사회 2021년 3월호 (통권 283호)

 

남·북이 핵무기금지조약 서명에 나서야 하는 이유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상에는 인류를 전멸시키고도 남을 핵무기, 약 13,400개의 핵탄두가 존재합니다. 전 세계 핵무기의 90%를 보유하고 있는 미국과 러시아를 비롯한 핵보유국들은 지금도 핵무기 현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핵보유국들과 그 동맹국들은 핵무기금지조약에 노골적으로 반대하거나 침묵해왔습니다. 일례로 핵무기금지조약을 비준한 남아공은 미국 등 핵보유국으로부터 핵무기금지조약 협상에 참여하지 말라는 ‘지독한 압박’을 받았다고 폭로하기도 했습니다. 한국과 일본 역시 이 조약에 동참하지 않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하지만 한반도는 핵전쟁의 위협이 상존하는 지역입니다. 한국은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원폭 피해자가 있는 국가이기도 합니다. 핵무기금지조약에 찬성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북한은 올해 연초 조선노동당 제8차 대회 보고를 통해 남한의 군비 증강과 미국의 적대시 정책을 비난하면서, 정치·군사적인 근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핵·미사일 능력을 더 강화해나가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핵무기 소형 경량화, 전술 무기화를 발전시키겠다는 언급도 있었습니다. 작년 말에는 미국이 F-35 전투기로 전술 핵폭탄 투하 실험에 처음으로 성공했다는 뉴스가 들려왔습니다. 한반도를 둘러싼 핵 능력은 계속 발전하고 있습니다. 

 

평양공동선언에서 남과 북이 합의했던 ‘핵무기와 핵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은 한반도를 둘러싼 모든 핵 위협이 사라져야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이는 북한의 핵뿐만 아니라 한국이 의존하고 있는 미국의 핵우산도 궁극적으로 함께 폐기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것은 한반도의 비핵화가 동북아시아의 비핵지대, 핵무기 없는 세상으로 나아가는 데 기여하는 길이기도 합니다. 남과 북 모두 핵무기금지조약 서명에 나서야 하는 이유입니다.  

 

핵무기 없는 세상은 가능하다!

핵무기금지조약이 발효하기까지 핵무기철폐국제캠페인ICAN ➌ 활동가들의 빛나는 노력을 함께 기억하고 싶습니다. 2017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ICAN은 전 세계 106개국 607개 파트너 단체를 가진 연합체로,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두고 있으며 참여연대는 현재 ICAN의 한국 파트너 단체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참여연대는 앞으로도 국제 시민사회와 함께 핵무기 없는 세상을 위한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기다리지 않고 행동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핵무기 없는 평화로운 세상도 더 빨리 가능하지 않을까요?

 

월간참여사회 2021년 3월호 (통권 283호)

핵무기금지조약 발효에 기뻐하는 ICAN 활동가들 출처 Aude Catimel, ICAN

 

어떤 무기도 금지하기 전에 저절로 사라진 것은 없었습니다. 생물무기, 화학무기, 대인지뢰, 확산탄 등 비인도적인 무기들은 모두 국제협약을 통해 전면 금지된 후에 점차 폐기되었습니다. 핵무기 역시 같은 길을 걷게 될 것이라 믿습니다. 핵무기금지조약의 발효를 다시 한번 진심으로 환영하고 축하합니다.

 

➊ Treaty on the Prohibition of Nuclear Weapons

➋ Treaty on the Non-Proliferation of Nuclear Weapons

➌ International Campign to Abolish Nuclear Weapons

 

>> 2021년 3월호 목차보기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