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인뉴스] 공정경제3법 개정, 아쉬움과 남은 과제

공정경제3법 개정, 아쉬움과 남은 과제

감사위원 분리선출제 사실상 무력화, 일반지주회사 CVC 소유 허용 등에 심각한 우려

글. 신동화 경제금융센터 간사

지난 12월 9일, 유달리 요란했던 정기국회가 마무리되었습니다. 소위 공정경제3법으로 통칭된 「상법」,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 「금융복합기업집단의 감독에 관한 법률안」(이하 ‘금융그룹감독법’)도 통과됐습니다. 

그러나 공정경제법이라는 이름에 무색하게, 이들 개정 법안에는 경제력 독점과 공정거래를 담보할 규정들이 상당수 빠져 있었습니다. 소수주주와 우리사주조합을 대표할 독립적인 사외이사 선임, 집중투표제, 전자투표제 등이 담겨있던 2013년 박근혜 정부 상법 입법예고안과 20대 국회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상법개정안보다도 훨씬 후퇴한 것입니다. 공정거래법 역시 기존 지주회사와 기존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은 새로운 지주회사 규제와 순환출자 제한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도록 해 재벌의 기득권을 그대로 유지시켰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이빨 빠진 상법 개정안, 재벌총수의 과도한 지배력 견제 사실상 무산돼

그래도 없던 규정이 생긴 것은 의미 있지 않냐는 반문이 제기될 수 있습니다. 다중대표소송제 신설로 주주들이 자신이 출자한 기업뿐 아니라 그 자회사의 잘못으로 인한 기업가치 상실에까지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제도의 문턱이 너무 높다는 점입니다. 개정 상법에 따라 다중대표소송을 제기하려면 비상장회사는 1%, 상장회사는 0.5%의 지분을 모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잘못된 경영으로 손해를 입은 모회사 삼성물산의 주주들이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하려면, 삼성물산 시가총액 24조 7,625억 원의 0.5%인 약 1,239억 원의 지분을 모아야만 합니다. 소액주주들이 이 정도의 지분을 모아 목소리를 내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또 하나의 쟁점은 감사위원 분리선출제입니다. 이는 경영진이 기업가치 제고보다는 총수의 사익보장을 우선시하는 방향으로 회사를 운영하고, 이사회는 재벌총수의 거수기에 불과한 상황에서, 최소한의 견제장치로 독립적인 감사위원을 두자는 취지입니다. 따라서 감사위원 선출시 재벌총수일가의 전체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것이 이 제도의 핵심인데, 이번 개정안에서는 주주개인별 의결권을 3% 제한하는 것에 그쳤습니다. 이는 총수일가가 보유한 전체 지분을 가족 구성원들이 개인 몫으로 쪼개면 감사위원 선출 과정에 계속해서 영향을 행사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감사위원 분리선출제가 사실상 무력화된 것입니다. 

기대와 아쉬움, 동시에 남긴 공정거래법 개정

그래도 공정거래법은 상법보다 그나마 나은 방향으로 개정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선 재벌총수들이 공익법인에 계열사 지분 출자를 통해 세제 감면을 받고 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우회적으로 확보하는 행위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수 있습니다. 물론 임원 선임이나 정관변경, 기업합병 등 중요 결정사항에 예외적으로 15%까지 의결권이 허용되므로, 이에 대한 규제를 재차 강화해야 하는 과제는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총수가 계열사로 하여금 자신이 지분을 가진 회사에 부당하게 이익을 몰아주어 사익을 편취하는 행위를 막는 규제도 강화됐습니다. 이제 모든 공시대상기업집단은 총수일가가 20% 이상 지분을 보유한 기업과 그 자회사에 지나치게 유리한 조건으로 계약을 몰아줘선 안 됩니다. 

또한 불공정행위 등에 대한 손해배상소송 진행 시 법원이 피고인에게 자료 제출을 명령할 수 있게 한 것 또한 성과입니다. 그동안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증거자료를 확보하지 못한 중소기업들이 대기업의 단가 후려치기나 기술탈취 피해에 적극적으로 피해구제를 요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폐지 쟁점이 입법 무산된 점은 매우 아쉽습니다. 전속고발권 폐지는 공정위가 불공정거래 사건의 고발 권리를 독점함에 따라 생기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오랫동안 추진된 입법 과제입니다. 그러나 2017년 대선과 2020년 총선에서 전속고발제 폐지를 공약을 내세웠던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개정법 통과를 앞두고 스스로 공약을 폐기해버렸습니다. 

재벌 일반지주회사의 기업형벤처캐피탈CVC, Corporate Venture Capital 소유 허용에 대한 우려는 더욱 큽니다. 더불어민주당은 2020년 상반기, 재벌의 현금 잔고를 활용해 벤처투자를 활성화한다는 명목으로 야당 시절 당론을 뒤집고 일반지주회사의 CVC 소유 허용 방안을 추진해왔습니다. 그러나 이는 금산분리 원칙에 위배되며, 총수가 투자자금을 사익편취나 부의 되물림에 악용할 소지가 있는 사안입니다. 

물론 이번 개정안에는 일반지주회사가 CVC 소유 시 100% 지분소유 의무화, 계열사 내 금융사의 CVC 출자 금지, 총수일가의 출자 회사 및 계열사에 대한 CVC 투자 금지 등 몇 가지 규제조항을 두고 습니다. 하지만 이를 어길 시 형벌조항이 부재하고, CVC가 최대 40%까지는 외부자금의 출자를 받아 투자할 수 있게 한 점, CVC를 통한 벤처투자가 부진할 경우 추가 규제완화 주장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공정경제를 위한 개혁입법, 아직 갈 길 멀다

한번 잘못 엮은 실타래는 꼬이고 꼬여 다시 풀기가 더 어려운 법입니다. 이번에 통과된 상법, 공정거래법을 또 다시 나은 방향으로 개정하려면 재계의 반발은 더욱 심해질 것입니다. 그래도 미완의 문제는 계속 풀어야만 합니다. 이번 법 개정을 통해 도입된 제도는 본래의 취지를 실현할 수 있도록 강화해야 하고, 집중투표제와 전자투표제, 소수주주·근로자 의사가 반영된 독립적 사외이사 선임, 전속고발권제도 폐지, 징벌적 손해배상 강화, 중소기업 경쟁력을 위한 공동행위 인가제도의 개선 등 추가 입법과제가 아직 남아있습니다. 참여연대는 내년에도 미완의 개혁이 실현될 수 있도록 소리 높여 외치도록 하겠습니다. 

❶  기존 공정거래법상 자산총액 10조원 이상 기업집단을 말하며, 개정 공정거래법상 자산총액이 국내총생산액의 0.5%에 이르는 상위기업집단을 의미한다 

❷  기존 공정거래법 상 지주회사가 상장회사인 자회사를, 자회사가 상장회사인 손자회사를 둘 때 의무지분율은 20%였으나, 이번 개정으로 30%로 상향되었다 

❸  공정거래법에 따라,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인 기업집단을 매년 지정하여 공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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