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3년 09월 2003-09-01   1045

못 먹어야 잘산다

우리는 흔히 욕할때 잘 먹고 잘 살라고 한다. 지금도 나에게 무슨 글이나 강의를 부탁하는 사람들은 잘 먹고 잘 사는 법에 대해 가르쳐달라고 한다. 잘 먹고 잘 사는 법이 옛날에는 존재 가능했다. 옛날에는 모든 먹거리가 자연식품이어서 아무렇게나 골고루 잘 먹으면 건강하게 잘 살 수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아무렇게나 잘 먹으면 병이 난다. 잘 먹더라도 골라서 먹어야 잘 살 수 있는 것이다.

가까이 지내는 전도사가 있다. 그는 체격이 건장하고, 얼굴엔 기름기도 흐르고 윤이 난다. 그러나 수시로 쓰러지고 병원에도 자주 간다. 나는 그때마다 고기나 가공식품을 먹지 말라고 부탁했다. 그런데 그의 어머님이 문제다. 옛날 못 먹던 시절 생각에, 쓰러질 때마다 기운이 없어 그런다며 고기를 먹이신다. 결국 또 쓰러진다. 쓰러지면 또 몸보신을 해주고…. 종국엔 아들이 음식을 먹을 수 없어 눕게 된다.

그의 어머님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지금 40세가 넘은 이들은 못 먹고 배고픈 시절을 겪어왔기에 일단 푸짐하게 잘 먹어야 한다는 생각을 벗어날 수 없다. 그렇기에 어떻게든 자녀들을 잘 먹이려고만 애쓴다. 하지만 지금은 먹을 만큼 먹고 먹을 것이 없어 헤매는 시기는 아니다. 이제는 잘 먹고 나면 병이 난다. 무엇이든지 맛이 있으면 적당히 먹어야 한다. 가능하면 안 먹어야 잘 산다.

자주 쓰러지는 전도사더러 일주일 동안에 고기를 얼마나 먹었냐고 했더니 내가 먹지 말라고 해서 전혀 안 먹었다고 한다. 그래서 좀더 구체적으로 물었더니, 전도사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 많은 고기를 먹고 있었다는 게 밝혀졌다. 복날에 닭고기 먹을 때도 국물만 먹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닭고기보다는 국물이 더 고기성분이 많고 영양가가 많다는 걸 몰랐던 것이다. 고기는 건져내고 국물만 먹을 바에는 차라리 국물을 버리고 고기를 먹는 편이 낫다.

만두도 사먹었다고 한다. 만두피만 먹고 속에 있는 고기를 안 먹었다면 다행이지만 고기만두를 먹고 나서도 고기 먹었다는 생각도 안하고 지낸 것이다. 만두국을 끓일 때도 어떤 식당에서는 뼈국물에다 끓인다. 이 역시 고기를 먹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전도사는 그리고나서 뱀까지 다려 먹었다고 한다. 뱀이야말로 옛날에 허약체질이나 늑막, 폐결핵 환자들에게 극약처럼 일생에 고작 한두 번 썼던 고단백, 고칼로리 약품이다. 그는 고기는 안 먹고 뱀탕만 먹었던 셈이다. 몇 백만원짜리 하는 뱀을 선물로! 받아 마셨다 한다.

또 있다. 그는 중국집에서 짬뽕을 먹었다. 짬뽕엔 고기가 적게 들어가진 하지만 국물 자체에 기름기가 너무나 많다. 매운맛도 너무 진하다. 매운맛은 고혈압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콩팥이 하는 일이 첫째 자극성 있는 성분을 오줌으로 걸러내고, 둘째 피를 정화시키는 것인데, 짬뽕의 맵고 짠맛은 자극성 있는 음식을 오줌으로 걸러내는 일을 하는 콩팥의 작업량을 많게 해, 과부하에 걸린 콩팥의 정화기능이 떨어져 결국 고혈압으로 쓰러지고 만다.

이런 점에서 그 전도사는 화투치기는 안하고 고스톱만, 놀음은 안 하고 카지노만, 책은 안 읽고 성경만 읽었던 셈이다. 노래는 안 하고 찬송가만 불렀고, 정직한 맘으로 살면서도 복권당첨을 바라며 살아온 것이나 마찬가지다.

임락경 시골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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