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7년 11월 2017-11-02   401

[통인뉴스] 한반도 핵위기, 정부의 대응 어떻게 달라져야 하나

한반도 핵위기, 

정부의 대응 어떻게 달라져야 하나

 

글. 김건우 참여사회연구소 간사

 

참여사회포럼

 

1945년 미국의 핵투하로 시작된 세계적 핵경쟁은 1970년 UN에서 핵확산금지조약(NPT)의 발효로 어느 정도 타협점을 찾은 듯 보였다. 이어 1995년 NPT의 무기한 연장이 결정되고, 이듬해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이 채택되면서 많은 이들은 인류에 대한 핵위협이 상당 수준 감축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NPT체제는 기본적으로 핵보유국과 비보유국에 각각 다른 조약의무를 부과한다. 즉 비보유국은 모든 핵활동에 관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과 제재를 받지만, 보유국의 경우 그렇지 않다. 이렇듯 NPT체제는 핵의 수직적 확산에 대한 통제만을 목적으로 삼기 때문에 핵위협에 맞서 상호확증파괴(MAD)①를 성립하려는 비보유국의 핵개발②을 유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해왔다. 실제로 지구상에는 ‘사실상(de facto)의 핵무기 보유국’이 여럿 존재하고 있다.

 

주지하듯 북한 또한, 1993년 NPT 탈퇴를 선언하고 본격적인 핵개발에 착수해 현재 상황에 이르고 있다. 핵확산을 막고자 하는 국제 사회의 노력이 무색하게도 북한은 여섯 차례에 걸친 실험을 통해 핵무기 보유에 매우 근접해 있다. 하지만 이러한 핵위기를 타계할만한 묘책은 요원해 보인다. 핵전쟁의 현실화 가능성이 매우 높았던 과거의 몇몇 위기국면을 막아낸 반핵평화운동, 관련 국가 간 외교와 대화 또한 실종된 듯 보인다.

 

이에 참여연대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는 지난 9월 28일, 현재의 핵위기 국면의 복잡다단한 변수들을 분석하고, 문재인 정부의 대응전략의 변화를 모색하기 위해 <참여사회포럼-한반도 핵위기, 정부의 대응 어떻게 달라져야 하나>를 개최했다.

 

위기의 한반도, 달라진 조건들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 비핵화를 통한 평화체제’를 주장하고 있으며, 미국은 ‘선 비핵화-후 평화협정’을 공식입장으로 취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평화협정은 북한의 비핵화가 완성되고 재래식 무기의 축소 등의 여건이 성숙되었을 때 체결된다. 북한은 지난 2005년 “정전체제의 평화체제 전환은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과 핵 위협이 없어지는 것이며, 자연히 비핵화 실현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핵과 안전보장을 맞바꾸는 연성균형(soft balancing)의 입장을 보여 왔다. 하지만 현재 북한은 핵무력과 미사일 능력의 큰 전진을 이루면서 평화체제와 비핵화 연계를 거부하고 있다. 즉 북한은 핵과 미국의 핵위협을 맞바꾸는 경성균형(hard balancing)을 추구하고 있다. 비핵화의 대가였던 평화협정이 비핵화의 전제조건으로 격하된 것이다.

 

발제자로 나선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이태호 참여연대 정책위원장 모두 이러한 변화를 지적했다. 또한 이를 전제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동시에 북한의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비핵화를 ‘입구론’이 아니라 남북관계 개선의 포괄적 추진으로 최종단계에서 실현하는 ‘출구론’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핵화를 통한 평화체제’가 아니라 ‘평화체제 형성을 통한 비핵화’로 문제해결 전략을 담대하게 수정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것이다.

 

평화적 해법의 가능성은 있는가?

문재인 정부는 북한과 미국 사이의 ‘말폭탄’이 거듭되고 군사적 긴장이 극단으로 치닫는 동안에도 ‘운전자’ 역할이나 중재는커녕 참수부대를 운운하며 위기고조의 당사자가 되었다. 실제로 근래 문재인 대통령은 공식석상에서 “대북 압력 극한까지 높여야”, “견딜 수 없을 정도의 제재”, “도발의 강도를 높일수록 몰락의 길로 간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북한이 진정한 대화의 길로 나올 수밖에 없도록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박이 한층 더 옥죄어질 것” 등의 위험한 언사를 쏟아내며 ‘최대한의 압박’을 유지했다. 

 

하지만 이에 상응하는 ‘최대한의 관여’는 대칭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기 힘들다. 이태호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의 대북 관여 내용은 주관적 ‘제안’에 머무르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현 정부의 대북정책과 제안이 총체적인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이대근 경향신문 논설위원 또한 현재 상황을 ‘북핵 정책 실종사건’으로 명명하며 현 정부의 남북대화론이 거세되었다고 수위 높게 비판했다. 안타깝게도 문재인 정부는 현재의 핵위기 상황을 해결해나갈 운전대를 놓은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이날 참석자들은 상황을 대체로 비관적으로 인식하면서도, 변곡점이 될 계기들을 제시했다. 10월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 11월 트럼프 대통령의 한·중·일 방문과 미중정상회담 등이다. 이에 대해 이희옥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017년 하반기는 한미합동군사훈련이 없는 시기이며, 북한도 핵실험의 기술적 과정을 끝내면 대화공세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에 문재인 정부가 중국의 19차 당대회, APEC 정상회의, 아세안+3 정상회의 등의 외교일정을 통해 국제적 입장조율과 협상공간 창출을 주문했다.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핵억지’라는 환상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실험이 거듭되면서 국내에도 다시 핵보유론이 꿈틀거리고 있다. 보수세력은 전술핵 도입을 주창하고 일부는 NPT 탈퇴와 자체 핵무장까지 거론하고 있다. 이들의 핵보유 근거는 대북협상 수단으로 활용하고 북핵에 ‘남핵’으로 맞서자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의 핵무장사史를 돌이켜 보면 알 수 있듯이 핵무장으로 돌아올 국제적 압박과 제재를 감내해야 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지난 7월 7일 UN에서 ‘핵무기금지조약’이 채택되었다. 기존의 NPT를 대체할 수준의 확장된 범주로 핵무기를 금지하는 조약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어 국제반핵평화운동이 핵무기의 위험성을 국제사회에 지속적으로 알리고 조약이 채택되는 데 기여한 바를 인정해 노벨상위원회는 핵무기폐기국제운동(ICAN)을 올해의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지구적 위험을 초래하는 핵무기는 방어와 안보, 자강도 아닌 오직 평화의 반대말일 뿐이다. 이 땅에 발 딛고 있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건 더 많은 무기와 갈등, 긴장이 아니라 안전하게 살 권리이며 평화로운 삶을 누릴 권리이다. 

 


① 핵무기의 절멸적 능력 때문에 핵무기를 보유한 두 국가 사이에는 상호 파괴를 확증하는 상황이 성립되므로 전쟁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개념.

② 사실상 핵발전과 핵무기 개발은 기술적으로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NPT 체제가 보장하는 ‘핵의 평화적 이용(핵발전)’이 핵무장 전환으로 활용되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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