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5년 01월 2005-01-01   1416

재조지은(再造之恩)과 우방 사이에 숨어 있는 비밀

1592년,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선조와 조정 대신들은 도읍지 한양과 백성들을 버리고 의주까지 도망을 쳤다. 그들은 일본군이 계속 북진할 경우 압록강을 건너 명나라로 도망갈 계획을 세우고 명나라에 원군을 요청했다. 물론 백성들에게는 이러한 ‘비밀계획’을 알리지 않았다. 오히려 의병을 일으켜 일본군과 맞서 싸우라고 독려까지 했다. 조선으로 출병한 명나라에 군 작전권이 넘어간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주권마저도 침탈당했다. 백성들은 명나라 군인들로부터 약탈, 폭행, 강간 따위의 이루 말할 수 없는 피해를 입었다. 백성들에게 명나라 군대는 ‘구원군’이 아니라 또 다른 ‘점령군’이자 ‘약탈자’일 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후 300년이 넘는 오랜 세월동안 조선의 권력자들은 명으로부터 망해가던 나라를 다시 세워준 은혜를 입었다면서 ‘재조지은(再造之恩)’이라는 칭송을 했다.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이승만 대통령과 정부 각료들은 수도 서울과 국민들을 버리고 부산까지 도망을 쳤다. 그들은 미리 녹음해둔 방송을 통하여 국군이 승리를 거듭하며 북진을 하고 있다고 국민을 속였다. 게다가 여차하면 일본으로 도망갈 계획까지 세우고 미국에 원군을 요청했다. 사실 미국은 UN군 창설을 위한 결의안이 채택(1950.7.7)되기도 전인 1950년 6월 27일에 자신의 국익을 위해 미 제5공군을 한국전에 투입했다. 이승만은 1950년 7월 14일 일체의 한국군 작전권을 이양하게 된 것을 기쁘게 여기며 영광으로 생각한다는 편지를 맥아더에게 보냈다. 그 후 대한민국은 50년이 넘도록 미군의 법적 지위와 관련된 각서, 한미상호방위조약, SOFA 협정 등에 의하여 ‘우방이요 은인’인 주한미군들의 강도, 강간, 폭행, 살인 등의 범죄를 제대로 단죄하지 못했다.

2004년 11월 30일, 민주노동당의 노회찬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어 “현재 미국이 한반도에서 추진하고 있는 ‘주한미군 지역 안정역할’은 북한과 중국에 대한 선제 군사개입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2004년 7월 제3차 미래한·미동맹정책구상회의(FOTA)에 제출된 자료를 구체적인 증거로 제시했다. 미 국방부와 한국 국방부, 수구언론, 수구정치인들은 한목소리로 ‘군사비밀유지’를 강조하며 유감을 표명했다. 그러나 한국 국민의 의사와 무관하게 미국의 국익을 위하여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는 엄청난 계획이 왜 하필이면 그들만 알고 있는 ‘군사비밀’이 되었는지 궁금하다. 우리땅에서 일어났던 전쟁과 외국군 주둔의 역사 속에는 그 ‘비밀’이 숨어있지 않을까?

박상표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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