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5년 01월 2005-01-01   765

시민의 힘으로 희망을 만들자

시대의 미숙아, 정치

지난 30여 년 간 민중이 말 그대로 피땀 흘려 노력한 결과 한국 사회는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 1970년에 200달러를 조금 넘던 1인당 국민소득이 1980년에는 1200달러를 넘게 섰다. 그리고 다시 1990년에는 7000달러를 넘었으며 머지 않아 2만 달러를 넘을 것이라고 한다. 한국의 경제성장은 실로 놀라운 것이다.

문화도 마찬가지다. 경제성장과 함께 생활문화가 변하며 이어서 대중문화가 변하게 된다. 30여 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우리의 생활문화와 대중문화는 크게 다양해지고 고급스러워졌으며, 일본과 중국에서는 ‘한류’의 물결이 거세게 일고 있다. 문화 영역에서도 엄청난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그러나 정치는 어떤가? 불행하게도 한국정치는 너무도 후진적이다. 정치는 사회 구성원의 뜻을 모아 강제력을 행사해서 사회 변화를 이끄는 활동이다. 정치의 중요성은 다시 말할 필요가 없다. 정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사회 구성원의 뜻을 제대로 모을 수가 없고, 따라서 사회 발전을 제대로 이룰 수가 없다. 지금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기본적인 모순은 빠르게 발달한 경제 및 문화에 걸맞지 않는 후진적 정치에서 비롯된다. 한국정치는 한국 사회의 발전을 끌어가는 견인차는커녕 가로막는 걸림돌이자 장애물이다. 한국정치는 하루라도 빨리 개혁되어야 한다.

16대 국회가 남긴 것

지난 16대 국회는 한국 정치가 안고 있는 모든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여주었다. 그것은 한마디로 정당 문제로 집약될 수 있다.

정당은 ‘현대의 군주’라고 불리기도 하거니와, 현대 대의민주주의를 일구는 핵심적 주체는 개별 정치인이 아니라 그들이 모여 만든 정당이다. 같은 이익과 이념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정당을 만들고 시민들은 그 중에서 자기의 이익과 이념을 대변하는 정당을 자유롭게 선택해 주권을 맡긴다. 의원으로 선출된 정당의 대표들은 의회에 모여 토론하여 법을 만든다.

그러나 이런 원칙은 현실에서 왕왕 배신당한다. 특히 우리의 현실은 그러하다. 많은 시민들이 정책을 기준으로 정당을 선택하지 않고, 자기와 출신이 같은 지역 사람들이 주도한다는 이유로 정당을 선택한다. 이런 식으로 유지되는 정당을 우리는 흔히 ‘지역정당’이라고 부르지만, 그것은 사실 ‘지역도당’이라고 부르는 것이 옳다. ‘도당’이란 정당의 탈을 쓴 이익집단일 뿐이다. 그것은 잘 해야 도당(徒黨)이고, 언제나 도당(盜黨)일 수밖에 없다. 세력의 흐름에 따라 이합집산을 밥먹듯이 한다는 점에서 도당(徒黨)이고, 정경유착을 통해 수백, 수천억 원을 챙겨 먹는다는 점에서 도당(盜黨)이다.

지난 16대 국회에서 한나라당은 이런 엉터리 정당의 문제를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한나라당은 망국적인 정경유착과 얼토당토 않는 색깔론 공작을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처럼 여기는 수구정당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이면 무조건 된다’는 영남 지역주의는 이런 한나라당을 이 나라의 지배정당으로 만들었다. 모든 지역주의는 큰 문제를 안고 있지만, 정경유착과 색깔공작을 용인하는 지역주의는 더 심각한 골칫거리다. 영남 지역주의의 해소와 한나라당의 개혁은 한국정치 개혁을 위한 가장 핵심적인 과제이다.

17대 국회의 현실

2004년 17대 총선은 ‘한나라당 문제’로 상징되는 후진적 한국 정치에 대한 국민의 준엄한 심판이었다. 한나라당은 민주당을 끌어들여 의회를 폭력적으로 점거하고 ‘부당한 다수결’을 통해 대통령 탄핵안을 가결시켰다. 피해망상과 과대망상에 사로잡혀 이 ‘의회 쿠데타’에 가담한 민주당은 그 위신이 폭락했으나, 한나라당은 영남 지역주의와 강남 이기주의에 힘입어 여전히 지배정당으로 남을 수 있었다.

17대 국회는 한국 정치의 개혁을 이루는 ‘개혁국회’여야 한다. 정경유착과 색깔공작을 뿌리뽑는 것은 물론이고 지역주의를 뛰어넘는 국회여야 한다. 열린우리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한 것과 민주노동당이 의회에 진출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국민적 소망의 결과였다.

그러나 2004년 첫 회기 결과는 극히 실망스러운 것이었다.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과 적당히 타협하려는 기회주의적 행보를 계속했고, 민주노동당은 의욕은 넘치고도 남았으나 이를 뒷받침할 역량이 절대적으로 모자랐다. 이에 비해 한나라당은 잘못을 조금도 반성하지 않은 채, 폭력적 떼쓰기와 색깔공작으로 국회를 계속 공전시켰다. 색깔공작은 오히려 강화되어 심지어 ‘간첩공작’으로 나타나기에 이르렀다. 한나라당의 개혁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한나라당은 스스로 명확하게 보여주었다.

17대 국회가 과연 ‘개혁국회’가 될 수 있을까? 지금까지는 매우 실망스럽다. 한나라당이 제2당의 힘을 무기로 폭력적 떼쓰기를 계속한다면, 17대 국회도 결국 ‘파행국회’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열린우리당이 17대 국회를 진정 ‘개혁국회’로 만들고자 한다면, 민주노동당과 힘을 모아 개혁에 전념해야 할 것이다.

시민의 힘이 곧 개혁의 길

한나라당이야 그렇다손 치더라도 17대 국회 첫 회기에 열린우리당이 보여준 기회주의적 행태는 개혁을 열망하는 국민의 선택에 대한 ‘배신’이라고 할 만하다. 특히 ‘안정적 개혁을 위한 의원모임(안개모)’은 열린우리당을 개혁이 아니라 ‘안개’ 속으로 몰아넣고 17대 국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키우는데 크게 이바지했다.

한나라당의 ‘불변’과 열린우리당의 ‘배신’을 보면서, 우리는 다시금 ‘시민의 힘’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2002년 12월의 대통령선거도, 2004년 3월의 탄핵정국도, 모두 ‘시민의 힘’으로 이길 수 있었다. ‘시민의 힘’이 커질수록 수구 세력과 기회주의 세력의 힘은 약해지고, 개혁 세력의 힘은 커진다.

이제 국민소환제 실시, 비례대표제 강화 등의 제도개혁을 통해 한국 정치의 개혁을 이루고, ‘시민의 힘’으로 한국 사회의 발전을 위한 희망을 키워가자. 정치개혁의 저편에서 복지사회와 생태사회의 희망이 손짓하고 있다.

홍성태 참여연대 정책위원장, 상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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