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5년 01월 2005-01-01   779

한국의 환경 시계는 자정 1분 전

노무현정부의 환경 정책과 환경비상시국회의

농성의 시대이다. 국회 앞에는 국가보안법 폐지부터 쌀 수입 개방 반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깃발을 내걸고 농성이 진행되고 있다. 한편 광화문 세종로에서는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농성을 벌이고 있다. 환경운동가들은 노무현 정부의 반생명, 반환경적 개발정책의 철회와 환경행정 쇄신, 장기 환경현안의 조속한 재검토를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이미 지난 11월 초 노무현 정부의 개발정책이 가져올 국토와 자연생태계 파괴 위험성을 제기하며 비상시국을 선포한 뒤 대정부 투쟁을 벌이고 있다.

한국의 주요 시민사회단체 대부분이 농성 중인 시대. 여기에 환경운동 진영까지 가세해 사상 처음으로 ‘환경 비상시국’을 선언하며 투쟁을 시작했다. 무엇이 문제인가?

빈약한 사회경제 개혁과 막강한 개발정책

노무현 정부는 ‘상식과 참여’의 원칙을 내세우고 출범하였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는 출범 이후 지지 세력의 이탈과 보수 진영의 공격, 장기화된 경제침체 속에서 ‘약한 사회 경제 개혁과 강한 개발정책’을 견지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에게 ‘경제문제의 발목을 잡는 환경’은 고려의 대상이 되지 않고 있다. 도리어 경제를 살린다는 미명 아래 환경 규제를 적극적으로 완화해왔을 뿐이다.

환경단체들의 우려는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김대중 정부 후반기부터 정부 차원의 경제 살리기 일변도의 신개발주의 정책이 계속되고 있다. 더욱이 노무현 정부는 출범 당시 환경 관련 내용을 완전히 배제한 국가 개조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이것이 환경의 희생을 밑거름으로 경제 회생만을 노리는 프로그램이라는 사실이 속속 밝혀지면서 환경은 물론 국가의 지속가능한 발전조차도 심각하게 훼손될 위험성이 지적되고 있다.

관리지역 내의 공장설립 면적 제한 폐지, 행정수도 이전 논란 속에 벌어진 수도권 민심 달래기 차원의 수도권내 공장 신·증설 허용, 경제를 살리자며 제시된 골프장 규제 완화와 230개 신설, 경제특구 설치, 기업 특혜가 의심되는 경유상용차 배출가스 기준 유예, 그린벨트 해제, 일부 대기업에게 특혜를 보장하는 기업도시, 관리지역 내 미니골프장 규제 완화, 계룡산 국립공원 관통도로 허용 등 정부는 환경에 대한 눈꼽 만큼의 고려도 없이 하루가 멀다 하고 개발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사실 경제 논리를 앞세워 환경 정책을 포기했던 참여정부 출범 초기의 모습을 돌이켜보면 지금의 정책과 태도가 그리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다. 새만금 갯벌을 보전하겠다는 의지는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2003년 우리 사회를 달구었던 부안 사태를 겪고서도 교훈을 얻지 못하고 또 다시 중저준위 폐기물 처분장을 분리 강행하겠다는 무모한 의지를 또다시 내비치고 있다. 정부는 12월 17일 중저준위 핵폐기장 관리대책 변경안을 제출하여 핵폐기장을 둘러싼 지역갈등을 다시 불러일으키고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사회적 갈등을 사전에 조율할 수 있는 공론화 과정이 철저히 무시 또는 거부되고, 자연환경의 보전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제한장치’마저 ‘개혁’ 의 칼날 앞에 위협 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가운데 환경에 대한 인식의 성장 속에서 사회적 합의로 형성된 정책들이 하나 하나 후퇴하고 있다. 실례로 최근 계속 터져나오는 골프장 진흥 정책에는 사전환경검토제도 기간을 단축하고 조사 항목을 줄이거나 교통영향평가를 폐지하려는 시도마저 벌어지고 있다. 특히 규제개혁위원회를 중심으로 ‘비합리적 규제’를 ‘합리적’으로 조정한다고 하면서 각종 환경규제와 기준을 마구잡이로 해제하고 있다.

또 다시 거리로 나선 환경운동가들

더는 상황을 좌시할 수 없다고 판단한 전국의 환경단체들은 지난 11월 10일 환경비상시국회의를 결성하고 15일부터 광화문 열린시민공원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더 이상의 환경정책 후퇴와 국토의 난개발을 막고 자연생태계를 보전하기 위해서는 전국 환경운동 진영이 힘을 한데 모아 공동 대응해야 한다는 데 대다수 환경운동가들이 공감하고 있다. 명망가들의 단식농성, 일반 환경활동가들의 노상 농성, 환경단체들의 간담회 및 토론회, 정부 정책의 문제점을 비판하는 집중 활동들이 진행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적지 않은 활동가들이 경찰에 연행되기도 하는 상황이다. 환경비상시국회의는 또 2005년 1월부터 전국 각지의 환경 문제 현안지역을 순회하며 정부의 반환경적 정책을 비판하고 환경진영의 역량을 결집하기 위한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환경과 생명 없는 미래는 없다

우리는 오늘을 살아가면서 우리의 자연과 국토, 미래 세대에 대한 책임을 고민해야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는 무분별한 개발과 생명 파괴를 막아내는 방법은 잘못된 정부 정책을 중단시키고 전환점을 만드는 것이다. 국토와 자연생태계를 보전하는 일은 노무현 정부와 일부 관료, 정치인에게 의지할 수 없다. 아이들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식품안전 정책에서부터 해양 생태계와 습지를 보전하는 정책에 이르기까지 시민이 감시하고 새롭게 만들어가야 할 부분은 많다. 환경비상시국회의는 정부가 스스로 잘못을 깨닫고 지속가능한 국가운영을 위한 정책을 바꾸는 그 날까지 국민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나아갈 것이라며 세밑에도 투쟁의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명 호 환경운동연합 정책기획실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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