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5년 01월 2015-01-05   534

[역사] 역사세탁

역사세탁

 

김정인 춘천교육대학교 사회과교육과 교수

 

참여사회 2015년 1월호(통권 218호)

 

Whitewashing History in Japan일본의 역사 세탁

2014년 12월 5일 자 뉴욕타임즈 사설의 제목이다. 첫머리는 이렇게 시작된다. 

일본의 우익 정치세력들은 아베 신조 내각에 고무되어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수치스러운 역사, 즉 일본군이 수천 명의 여성들을  전시 위안소에서 일하도록 강제동원한 역사를 부인하기 위한 협박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뒤이어 뉴욕타임즈는 일본 아베 정부가 전쟁 역사를 미화하는 우익에 영합하기 위해 불장난을 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리고 아베 정부와 우익의 이러한 무모한 시도를 ‘역사세탁’이라고 일갈했다. 2014년 12월 8일 자 워싱턴포스트에도 일본군 위안부 역사를 지우려는 아베 정부를 비판하는 칼럼이 실렸다. 첫 대목이 “Japan is working hard at forgetting”로 시작되는 칼럼의 제목이 의미심장하다. Will Japan’s habit of rewriting its history affect its future? 이 칼럼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이 저지른 잔학 행위를 지우려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일본에 대해 역사 왜곡이 계속된다면 다른 나라들이 일본을 외면할 가능성이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언론에 이어 정치인도 일본의 일본군 위안부 역사 지우기에 대한 비판에 가세했다.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의 에드 로이스 위원장은 2014년 12월 6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위안부는 강제로 동원되어 성노예로 살아왔다. 역사를 부정하는 일본에게 변명의 여지는 없다.”는 견해를 분명히 했다. 이렇듯 2014년을 마감하면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아베 정부의 행보는 세계적으로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고노담화, 강제동원을 인정하다.

1993년 일본의 고노 요헤이 관방 장관은 일본군에 의한 일본군 위안부의 강제 동원 사실을 인정하고 다음과 같은 사과를 담은 담화를 발표했다. 

본 건은 당시 군의 관여 하에서 다수의 여성의 명예와 존엄에 깊은 상처를 준 문제다. 정부는 이 기회에 다시금 그 출신지의 여하를 묻지 않고 이른바 종군 위안부로서 허다한 고통을 경험하고, 심신에 걸쳐 씻기 어려운 상처를 입은 모든 분들께 사과와 반성의 마음을 올린다. 

 

지금 아베 정부에 고노담화는 부담스러운 존재다.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강제 동원 자체를 부인하는 데 있어 크나큰 걸림돌이기 때문이다. 2014년 8월 아사히 신문은 일본군 위안부를 강제 동원했다는 요시다 세이지의 증언 보도가 오보였음을 고백했다. 학계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요시다의 주장이 허구임을 알고 있었기에 새삼스러운 것이 없는 발표였다. 하지만, 아베 정부에겐 더할 나위 없는 먹잇감이었다. 아베 정부의 역사세탁 시도는 나라 밖까지 뻗어갔다. 일본 외무성이 직접 발 벗고 나섰다. 이에 일본 인권 대사인 사토 구니는 1996년에 일본군 위안부 에 관한 유엔 보고서를 작성한 쿠마라스와미를 만나 보고서를 재검토할 것을 요구했다. 쿠마라스와미는 충분한 자료와 증언을 확보하고 작성한 보고서라며 이를 거부했다. 

 

지우지는 않겠으나, 지우고 싶다?

세계가 묻는다. 일본은 이제 고노담화를 부정하는 것이냐고? 아베 총리와 일본 정부의 대답은 한결같다. 아베 정부는 고노담화를 계승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곧 일본이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강제 동원을 인정한다는 걸 의미한다. 이렇게 기억을 지우지는 않겠으나 지우고는 싶다는 아베 정부의 모순적 행태는 그래서 불장난이라는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  

2014년 12월 13일 일본이 세탁하고자 하는 또 다른 전쟁 기억인 난징대학살을 기념하는 자리에 참석한 시진핑 중국 주석은 잘라 말했다. ‘역사를 망각하는 것은 배신행위다.’ 일본의 역사세탁에 대한 중국의 대응은 공세적이다. 일본군 위안부 관련 문서는 유네스코에 세계 기록 유산으로 지정해 달라고 신청해 놓은 상태다. 난징대학살과 관련해서는 중국, 미국, 일본, 영국, 독일 등 14개 국가에서 7천여 건의 사료를 수집하고 자료집을 발간하기 시작했다. 2014년 12월 10일 세계 인권의 날에는 난징대학살 희생자 유족과 생존자 3,361명이 유엔에 공개서한을 보내 일본의 역사세탁을 규탄했다. 중일전쟁 승전 70주년을 맞는 2015년, 중국의 태도는 강경하다. 

 

아베 정부는 역사세탁에 대해 세계적으로 지탄받는 가운데, 2014년 12월 14일의 중의원 선거에서 경제를 살리자며 ‘아베노믹스’를 내걸어 결국 압승했다. 더욱 든든한 날개를 달게 된 그들은 2015년을 맞아 본격적인 역사세탁에 나설 듯하다. 을미년의 동아시아에는 또다시 역사전쟁의 전운이 감돌고 있다. 

 

김정인 

참여연대 창립 멤버, 현 참여연대 운영위원회 부위원장. 한국근현대사를 전공하였다. 한국 민주주의와 시민사회의 궤적을 좇는 작업과 함께 동아시아사 연구와 교육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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