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5년 01월 2015-01-05   1360

[여는글] 상집 풍경

매주 월요일 아침마다 상임집행위원회(이하 상집)가 열린다. 참여연대 3층 회의실에서 9시 30분부터 12시 즈음까지 두어 시간 가량이다. 명절이나 휴가 때를 제외하고 거의 빠짐없이 열리니 일 년에 대략 45회 정도 모이는 것 같다. 물론 9시 30분 정각에 전원이 일사불란하게 모이는 것은 아니다. 회의 시작은 늘 10~20분씩 늦다. 대체로 나이든 이들이 시간에 맞춰 나오는 편이고, 주말을 일 속에서 보낸 사람들은 좀 늦게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 크지 않은 회의실에 서둘러 들어서면 갓 내린 커피 냄새가 좋다. 출근길에서 다소 긴장했던 신경을 따뜻하게 가라앉혀 준다. 회의 테이블 위에는 아침 식사를 거른 사람들을 위한 샌드위치 등이 회의 자료와 함께 가지런히 놓여있다. 커피 한 잔과 가벼운 빵 한 조각의 마술은 금방 방안 분위기를 온화하고 행복하게 만든다. 회의 살림 맡은 이의 세심한 배려 덕택이다.

참여사회 2015년 1월호(통권 218호)

효율적인 회의는 참여연대의 힘

회의 자료는 안건과 주간 보고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사오십 쪽 분량이다. 3년 전 처음 월요일 회의 자료를 그전 토요일 밤에 이 메일로 받아 보았을 때 깜짝 놀랐다. 주말에도 쉬지 않고 밤일을 하고 있구나 싶어 놀랐고, 그 내용을 일별해보니 참여연대가 이렇게 많은 일을 하고 있구나 싶어 또 놀랐다. 대략 올 사람이 다 왔다 싶으면 집행위원장의 사회로 회의가 시작된다. 그의 사회 솜씨는 좋다. 논의의 흐름에 거의 개입하지 않으면서도 회의의 골격을 잘 잡아나간다. 비교적 같은 생각을 가진, 품성 또한 나쁘지 않은 사람들끼리다 보니 회의 분위기도 좋다.

나는 회의 형식의 논의 방식을 별로 신뢰하지 않는다.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경험상 ‘회의는 춤춘다’는 말을 믿는다. 그러나 우리 상집 회의의 효율성은 인정하는 편이다. 그 이유는 이렇다. 우선 상집 안건은 팀장회의를 미리 거친 것이다. 상집은 상근 간사들의 기본 판단을 기초로 해당 안건을 다시 한 번 검토하고 확정한다. 그러므로 이러한 안건 토의 과정을 통해서 상근자와 비상근자 집단 간의 생각의 교류와 일체화가 만들어 진다고 하겠다. 이 점에서 상집은 참여연대 전체가 유기적으로 건강하게 잘 돌아가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한 증거일 것이다.

2015년, 쨍하고 해 뜰 날을 기원하며

상집회의에서 또 하나 중요한 요소는 공평함이다. 참여연대가 정부지원금을 한 푼도 받지 않는 등의 재정적 투명성으로써 조직의 자존심과 도덕성을 내세울 수 있는 것처럼, 상집 사람들은 회의에서 어떤 이해관계나 특정 입장에서 자기 의견을 표하지 않는다. 공평한 입장에서 사안에 대한 객관적 의견들을 개진할 따름이고, 그러면 사안 자체에 내재한 그 나름의 합리성이 토론을 결론으로 이끌고 간다. 그래서 회의에는 어떤 복선도 깔려있지 않고, 결론도 비교적 사안이외의 사안들에 대한 고려 없이 도출된다. 이는 참여연대 바깥에서는 보기 드문 상집만의 덕목이다. 그래도 생각의 대립이 없을 수는 없다. 그건 현장을 중시하는 가슴이 뜨거운 사람들과 차분하고 체계적인 대응 쪽에 무게를 더 두는 사람들 간의 긴장인데, 이 긴장과 대립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뜨거운 가슴과 냉철한 두뇌’가 함께 할 때에만 올바른 논의와 결정이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토론이 힘들고 어려운 적도 없지 않았다. 지금도 그 아이들을 생각하면 절로 가슴이 막막해오지만, 세월호 사건 직후에는 우리 사회 전체가 그랬듯이 상집 분위기도 무거웠고 한걸음 한걸음씩 논의해 나가는 과정들도 아주 조심스러웠고 힘들었다. 앞으로도 힘든 회의 순간들이 없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새해에도 변함없이 상집은 월요일 마다 열릴 것이다. 회의실 커피도, 샌드위치도 여전히 훌륭할 테고, 참여연대도 답답하고 부조리한 세상을 향해 열심히 제 할 일을 다 할 것이다. 새해에는 참여연대 회원, 상근자, 실행위원 등 참여연대 가족 여러분 모두에게 ‘쨍하고 해 뜰 날 돌아오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김균

경제학자. 현재 고려대 교수이자 참여연대 공동대표. 노년이 지척인데 아직도, 고쳐야 할 것들이 수두룩한 미완의 삶에 끌려다니고 있음. 그러나 이제는 인생사에서 우연의 작용을 인정함. 산밑에 살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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