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0년 05월 2000-05-01   988

정치인 · 공무원 · 언론인 · 직장인 대상 시민운동 영향력 여론조사

본지는 창간 5주년을 맞아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길리서치에 의뢰, 여론조사를 통해 시민운동의 영향력을 알아봤다. 대상은 정치인·공무원·언론인·직장인 등 각각 60명씩 총 240명의 각계 인사들. 지난 4월 18일 하루 동안 전화면접을 통해 실시한 이번 설문조사의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 ±6.3%이다. (편집자 주)

낙선운동의 파괴력은 가공할 만했다. 낙선 리스트에 오른 인사들이 이번 총선에서 무더기로 고배를 마셨다.

‘시민권력’.

이번 총선에서 낙선운동을 지켜본 사람들은 문득 이런 단어를 떠올렸을지도 모른다. ‘권력’이란 단어에서 풍기는 부정적 인상 때문에 대체로 많은 시민운동가들이 시민단체가 ‘제5권부’로 규정되는 것을 꺼리고 있지만, 시민운동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최근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소위 ‘권부’에 소속한 인사들은 시민운동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우리 사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집단은?

행정부·사법부·국회·언론·재계·시민단체 중에서 우리 사회의 가장 영향력 있는 집단은 어디일까. 소위 ‘권부’에 소속한 집단을 대상으로 한 이번 설문에서 이들은 언론을 ‘제1권부’로 꼽았다. 언론이란 응답이 30.4%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행정부(22.5%), 국회(19.6%), 재계(11.7%), 시민단체(9.6%), 사법부(5.0%) 등의 순이었다. ‘권부’에 미치는 언론의 가공할 만한 위력이 느껴진다. 이 같은 답변은 설문 응답자 중 언론인을 제외하고 정치인·공무원·직장인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 질문에 언론이라고 응답한 인사들의 구성을 살펴보면 공무원(45%)이 가장 많았고, 직장인(30.0%)과 정치인(28.3%)순이었다. 그 이유로는 ‘대중에게 미치는 영향력’ ‘여론형성’ ‘여론의 신뢰성’ 등을 제시했다.

시민단체가 우리 사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집단이라는 의견을 피력한 설문응답자는 상대적으로 정치인(15.0%)에서 가장 많이 나왔고, 다음으로는 공무원(11.7%)이었다. 이들은 그 이유로 ‘낙선운동이 이번 선거에서 큰 영향력을 미쳤고’ ‘국민들의 권리의식이 고양됐으며’ ‘시민들과 공감할 수 있는 운동’ 등을 꼽았다. 시민운동의 영향력을 가장 낮게 평가한 것은 언론인(5.0%)이었다.

이밖에 행정부의 영향력을 가장 높게 평가한 응답자(정치인 31.7%, 언론인 25%)들은 그 이유로 ‘예산집행을 하기 때문에’ ‘대통령중심제이기 때문에’ 등이라고 답변했다. 또 재계가 영향력이 가장 크다는 응답자(언론인 23.3%)들은 ‘물권이 곧 권력’이기 때문이라는 이유 등으로 이를 꼽았다고 밝혔다. 국회를 가장 영향력 있는 집단으로 꼽은 사람들은 공무원(21.7%), 언론인(20.0%), 직장인(20.0%) 등 각 집단에 고루 분포돼 있었다.

집단별로 분류해보면 정치인과 언론인은 가장 영향력 있는 집단으로 각각 행정부(31.7%, 25.0%)를 꼽았고, 직장인과 공무원은 각각 언론(30.0%, 45.0%)을 주목했다.

당신이 소속된 곳에서의 시민운동의 영향력은?

다음으로 본지는 각 조직 구성원이 느끼는 시민단체의 영향력에 대한 체감 온도를 쟀다. 설문 응답자가 ‘소속한 곳에 대한 시민단체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라는 질문에 10명 중 4명 이상은 ‘큰 편이다’(‘아주 크다’ 9.6%, ‘큰 편이다’ 33.3%)라고 응답했고, 반대로 영향력이 미미하다는 응답은 27.1%(‘작은 편이다’ 21.7%, ‘아주 작다’ 5.4%)였다. 보통이라는 응답은 29.2%였다.

영향력이 큰 편이라는 응답자들을 분류하면 정치인(66.7%)이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는 공무원(51.7%), 언론인(46.7%)순이었다. 반면 직장인의 경우 6.7%만이 이같이 답변해 아직 시민단체의 기업에 대한 영향력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인들이 시민단체의 영향력을 가장 높게 평가한 것은 이번 총선에서 낙선운동을 경험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시민운동의 영향력 강화를 위해 보강해야 할 점은?

시민운동으로부터 항상 감시의 대상이 되고 있는 이들 설문 응답자들은 시민운동의 취약점, 즉 영향력 강화를 위해 가장 선행돼야 할 것은 무엇이라고 느끼고 있을까. 전문성, 도덕성, 정책능력, 회원확보, 예산확보, 정치적 중립 등 6가지 항목을 제시했다. 이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한 것은 전문성(30.8%). 이 같은 답변은 성별로 볼 때 남자(28.9%)보다 여자(39.1%)에게서 좀 두드러졌다. 다음으로는 ‘정치적 중립’(19.2%), ‘정책입안능력’(15.4%), ‘도덕성’(15.4%), ‘회원 확보’(10.4%)의 순이었다.

공무원들의 경우 10명 중 4명 이상인 43.3%가 시민운동의 전문성이 보강돼야 한다고 답변했다. 시민단체의 주감시 대상이기도 한 행정부 공직자들의 이 같은 반응에 대해선 시민단체도 한번쯤 곱씹어 봄직한 대목이다. 직장인과 언론인들의 경우 10명 중 3명이 전문성을 꼽았으며, 정치인 중 이같이 답변한 사람은 18.3%에 그쳤다.

설문 응답자인 4개 집단 중, 시민운동의 도덕성에 상대적으로 많은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집단은 정치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운동의 도덕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응답은 정치인이 가장 많았다(25.0%). 반면 직장인의 경우 5.0%에 그쳤다. 정치인들은 또 시민운동의 ‘정치적 중립’(26.7%)에 대해서도 상대적으로 불신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언론인들 중 이 같은 응답은 11.7%에 머물었다.

시민단체들의 정책입안능력을 보강해야 한다는 답변은 공무원(18.3%)이 가장 많았고, 언론인(16.7%), 정치인(13.3%), 직장인(13.3%)이었다.

시민운동으로부터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곳은?

그렇다면 시민운동으로부터 가장 많이 영향을 받는 곳은 어디일까. 설문자의 52.5%가 ‘정치인’이라고 응답했다. 이 같은 결과는 총선연대의 낙선운동을 감안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또 이 같은 반응은 정치인(68.3%)들에게서 가장 높았고, 다음은 공무원(61.7%), 언론인(40.0%)이었다.

정치인 다음으로 시민운동으로부터 가장 많이 영향을 받는 곳은 ‘시민사회’(25.4%), ‘언론인’(9.6%), ‘공무원’(6.3%), 재계(4.6%)의 순으로 답변했다.

시민운동의 주장을 어느 정도 수렴합니까?

이번 설문조사에서 본지는 시민운동의 견제 대상이기도 한 각 집단으로부터 시민운동의 주장 또는 입법안 등에 대한 수렴도를 물어봤다. ‘시민운동단체가 제안하는 정책 혹은 입법안과 주장 등에 대해 어느 정도나 수렴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73.4%가 긍정적(‘적극 수렴’ 13.8%, ‘수렴하는 편이다’ 59.6%)으로 답변했다. 이 같은 답변은 여자(60.9%) 보다 남자(76.3%)에게서 두드러졌다. 부정적인 답변(‘수렴하지 않는 편이다’ 18.8%, ‘전혀 수렴하지 않는 편이다’ 3.8%)은 22.6%에 그쳤다.

이 질문에 대해 정치인 중 수렴한다는 응답은 90%라는 압도적인 수치를 기록했고, 다음으로는 공무원(83.3%), 언론인(81.7%)이었다. 반면 직장인은 38.3%에 머물었다.

시민운동이 우리 사회를 어느 정도 변화시키고 있습니까?

시민운동은 우리 사회를 진정 변화시키고 있는 걸까. 10명 중 9명 정도가 이 질문에 긍정적으로 답변했다. ‘큰 변화를 가져온다’는 응답은 15.8%였고, ‘변화를 가져오는 편’이라는 답변은 71.3%로 나타났다. 반면 ‘변화를 가져오지 않는 편’이라는 응답(10.8%)과 ‘전혀 변화를 가져오지 않는다’는 응답(1.3%)은 12.1%에 그쳤다. 이 질문에 대한 긍정적 답변은 각 집단별로 높게 나타났는데 언론인과 공무원은 각각 93.3%, 정치인은 91.7%였다. ‘전혀 변화를 가져오지 않는다’는 응답은 직장인(5.0%)을 제외하곤 한 건도 없었다.

당신이 시민운동가라면 어떤 시민운동을?

우리나라 시민운동의 무게 중심은 정치권, 행정부, 기업 등 권력 기관에 대한 견제에 쏠려 있다. 그렇다면 그 권력기관에 소속된 사람들은 어떤 시민운동을 원할까. 언론개혁, 행정개혁, 조세개혁, 정치개혁, 사회문화운동, 시민의식개혁 등 6개의 문항에 대한 견해를 살폈다. 설문 결과 ‘시민의식개혁’이라고 답한 사람이 28.3%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정치개혁’(23.3%)이었고, ‘언론개혁’(20.8%), ‘조세개혁’(10.8%), ‘사회문화운동’(10.4%) 등의 순이었다.

이 질문에 대해 정치인들은 ‘시민의식개혁’(36.7%)과 ‘정치개혁’(26.7%), 언론인들은 ‘언론개혁’(26.7%), ‘시민의식개혁’(23.3%)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지만 대체로 언론인들이 스스로에 대한 문제의식이 많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공무원들의 경우 ‘정치개혁’(41.7%)을 제시했고, 직장인들은 ‘시민의식개혁’(26.7%)을 가장 많이 꼽았다.

당신 분야의 개혁 과제는?

마지막으로 이번 설문조사에서 응답자가 소속한 집단의 개혁과제, 즉 자기 조직의 고질적 병폐가 무엇인지를 파악해보았다. 정치인들을 대상으로 가장 우선적인 개혁과제를 주관식으로 묻자 응답자의 30%가 ‘지역 이기주의 해소’를 꼽았다. ‘정치개혁’ ‘1인 보스정치 타파’ ‘당내 민주화’ ‘공명선거 정착’ 등에 대한 응답을 합해 정치개혁 일반에 대한 견해를 표명한 사람도 31%였다. 다음으로 가장 많이 나온 응답은 ‘부패방지’(11.7%)였다. 기타 의견으로는 ‘국민소환제 입법화’ ‘상대 비방’ ‘지구당 폐지’ ‘인적 청산’ 등도 제시됐다.

언론인들은 언론계의 가장 시급한 개혁 과제로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13.3%)을 꼽아 권언유착을 뿌리 뽑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언론인들의 윤리의식 정립’이란 응답도 13.3%였다. 이밖에 ‘언론의 소유구조 변화’(11.7%), ‘편집권 독립’(11.7%), ‘광고주로부터 자유로워야’(10.0%), ‘언론의 정치적 중립’(10.0%) 등의 응답도 많아 기존의 시민단체들이 언론개혁을 요구하며 제시했던 과제들에 대해 대체로 공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타 의견으로는 ‘광고비용 낮추기’ ‘치열한 기자정신’ ‘재계와의 유착관계 탈피’ 등이 제시됐다.

공무원들이 생각하는 공직사회의 개혁과제는 무엇일까. 우선 ‘정치로부터의 독립’(10.0%)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인사문제 개혁’ ‘의식개혁’ ‘권위주의 타파’라는 응답이 각각 5.0%였고, 기타 의견으로는 ‘경직성 탈피’ ‘학벌주의’ ‘행정서비스 개선’ ‘부처간 이기주의 타파’ 등이었다.

일반 직장인들이 생각하는 기업문화의 개혁과제로는 ‘족벌체제 타파’(28.3%)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투명 경영’(21.7%), ‘기업이윤의 사회환원’(20.0%), ‘정경유착 탈피’(13.3%) 등의 순이었다. 또 ‘기업의 문어발식 확장’과 ‘탈세’ ‘차입경영’ 등에 대한 문제의식도 드러냈다.

한길리서치 홍형식 소장은 “이번 설문조사 대상이 우리 사회 권력형성 집단 이해 당사자들이어서 일반 국민들이 바라보는 시각과는 좀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김병기(참여사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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