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8년 04월 2008-03-13   533

참여연대는 지금_기업은 어떤 사회적 책임을 지고 있는가

기업은 어떤 사회적 책임을 지고 있는가

김희순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 간사 hstrip@pspd.org

작년초 참여연대는 노동사회위원회를 발족했습니다. ‘시민단체가 왜 노동운동을 하지?’라는 의문을 가지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는 ‘노동사회운동’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입니다. 기존의 노동운동의 주체인 노동조합은 10%를 밑도는 조직률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포용하지 못하는 정책 등으로 인해 홀로 노동시장의 양극화를, 그로 인한 한국사회의 양극화를 멈추기에 역부족이었습니다. 비정규직, 여성, 노인과 같은 취약계층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줄 노동조합도 없이 혹독한 사회양극화 바람에 설 곳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노동조합이라는 방패막이조차 없는 이러한 노동자들의 권익이 더 이상 무시되지 않도록, 시민으로써 그들의 인권과 권리가 존중받게 하려고 노동사회위원회는 열심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운동은 또 뭐지?

‘노동시장의 양극화 문제의 원인은 무엇일까? 누가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열쇠를 가지고 있을까?’ 노동사회위원회가 지난 1월에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노동자들은 노동자의 삶의 질에 다른 어떤 조직보다 기업이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생각(48%)하는 반면에 기업이 노동자들의 삶의 질 개선에 기여하느냐는 질문에는 부정적 견해(52.8%)를 보였습니다. 기업이야말로 노동자들의 삶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데도 그에 합당한 책임은 지지 않았던 것입니다.

기업은 단지 영리추구만 하는 집단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제는 많이 사라졌습니다. 과거 소홀히 하다가 지금은 당연시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영역 중 하나가 바로 환경입니다. 이제 자기 회사의 이윤을 극대화하려고 환경을 파괴하는 기업은 큰 지탄을 받을 뿐 아니라 기업 스스로도 환경에 대한 책임을 인식하고 이행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환경뿐만 아니라 조직지배구조 개선, 인권보호, 올바른 노동관행, 공정운영, 소비자이슈, 공동체와 사회기여 등 기업들은 다양한 요구를 받고 있으며, 또 이를 이행하기 위해 노력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습니다.

유엔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10대 원칙을 담은 글로벌 컴팩트(Global Compact)를 2000년 공식 출범시켰으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과 비재무적 정보를 담은 CSR보고서(한국에서는 보편적으로 ‘지속가능보고서’라고 칭함) 발간을 위한 가이드라인 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를 1997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이제까지 국제적으로 활발히 논의되던 기업의 사회적 책임 담론은 규범적 수준을 넘어서 이제 하나의 기업경영 프레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국제표준화기구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을 표준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에 있으며 이른바 ISO26000이 2010년 공식 발표될 예정입니다.

사회공헌 아니죠~ 사회적 책임 맞고요~

이제 국제 무역에서 하청을 준다거나 경쟁할 때 CSR 이행은 필수요건 중 일부분이 될 것이기 때문에, 한국기업들은 이것을 시민단체의 압박이라 생각하기보다는 국제무역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필수적 과정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런데도 한국기업들은 사회공헌을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동일시하고, 기업의 이미지 홍보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경향이 상대적으로 강합니다. 더군다나 몇몇 기업들은 사회공헌을 법적 처벌을 회피하려는 면피용 수단으로 오용하는 사례가 빈번했습니다. 지난(2월18일) 토론회에서 ‘기업 내부에서 종업원들, 즉 노동자들의 권익은 보호해주지 않으면서 그 종업원들의 노동에 의한 결실을 가지고 기업 밖에서만 사회공헌을 하는 것은 모순된 행동’이라며 국내기업들의 사회공헌 행태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참여연대, 기업의 사회적 책임 평가하는 50개 지표 발표

참여연대는 지난 2월 18일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노동지표 개발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습니다. 이날 토론회에서 참여연대는 기업들의 노동CSR 이행정도를 평가하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려고 개발한 10대 부문 50개 지표를 발표했습니다. ‘국제지표가 있는데 왜 참여연대가 지표를 만들지? ’라고 묻는 분들이 계십니다. 다양한 국제적 기준이 마련되고 있지만, 이 지표들이 대부분 다국적기업들이 저개발국가에서 인권과 노동권을 유린하는 등의 행태를 제어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져서 국내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한 국내에서는 CSR논의가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 등으로 범위가 한정되어 있고, 특히 노동CSR에 관한 논의는 전무한 수준입니다. 이 때문에 참여연대는 자체적으로 개발한 50개의 노동지표를 한국노동사회에 던진 것입니다.

앞으로의 CSR운동 방향
참여연대의 노동CSR 지표는 앞으로 참여연대가 노동사회운동을 통해 지향하는 사회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참여연대는 ①가족친화적 기업, ②높은 삶의 질 제공,  ③차별 없는 직장, ④양질의 고용창출, ⑤사람투자/존중 기업, ⑥법/인권 준수기업, ⑦건강하고 안전한 직장, ⑧건전한 노사관계, ⑨노동참여 기업, 지역사회를 배려하는 기업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할 것입니다. 하지만 노동CSR 지표를 던진 것만으로 기업들이 CSR을 즉각 이행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토론회를 통한 피드백을 지표에 반영한 후 이를 기업들에게 적용해 노동 사회책임 이행 정도를 평가하고 점검하는 동시에, 그 개선을 요구하는 활동을 전개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SRI(사회 책임 투자)라 하여 특정부분의 CSR활동을 잘하는 기업에 펀드투자를 하는 것이 널리 퍼지고 있지만, 정작 기업들이 경영공시 외에는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 SRI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실정입니다. 그래서 참여연대는 기업들의 비재무적 정보도 일반 시민들과 투자자들에게 공개하게 함으로써 투명성을 높이고, 투자자와 소비자들이 기업의 사회책임 정도를 평가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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