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2년 05월 2012-05-02   1637

[상담] 지금의 위치와 방향이 어디쯤?

지금의 위치와 방향이 어디쯤?

 

 

김남훈 프로레슬러, 육체파 지식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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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안녕하세요. 저는 대학교 4학년 학생입니다. 저는 아직 진로에 대한 갈피를 잡지 못하고 바보처럼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데요. 곰곰이 생각해 보니,  제가 진짜 좋아하는 것은 남들이 별로 관심 갖지 않는 격투기였어요. 실제로 수련도 조금 했었구요. 김남훈 님이 해설하시는 UFC를 보기 위해 일요일 아침마다 하루도 빼놓지 않고 일찍 일어났던 거 같아요. 저도 김남훈님 처럼 격투기와 관련한 기사도 쓰고 싶고 칼럼도 쓰고 싶은데 지금부터 뭘 준비하면 좋을까요? 불쌍한 대학생이라고 생각해 주시고 한 말씀만 부탁 드려도 될까요?

A 20대의 폐소공포, ‘로빈슨 크루소’ 방식으로 극복!

 

트위터와 메일로 종종 비슷한 내용의 질문을 받습니다. 어떤 특정한 문제나 고민이 있다기보다 뭔가 답답함이 넘치다 못해 모니터에서 흘러내리는 느낌을 받습니다. 글을 읽는 저도 그러니 쓰신 분이야 오죽하겠습니까. 삶의 지표에서 20대는 여러 가지 불안을 껴안을 수밖에 없는 영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만 작금의 20대에게 주어진 그 좁은 선택지는 가히 시대적 폐소공포라고 해도 무방할 것입니다. 저도 그런 20대의 답답함에 대해서 어찌 보면 협조 또는 방조했다는 의미에서 그저 미안할 따름입니다.

 

이 답답함의 원인은 무엇일까요? 일단 본인이 처한 상황에 대해서 갈피를 잡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 혼란은 종종 삶의 에너지를 깎아 먹기까지 합니다. 소설 『로빈슨 크루소』에서 무인도에 떠내려 온 주인공이 절망과 고독 속에서 몸부림치다가 다시 삶의 의지를 불태우면서 했던 첫 번째 행동은 바로 달력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동굴 벽에 날카로운 돌 등으로 긁어서 하루하루를 세기 시작했던 것이죠. 그때까지 어둠 속에서 그저 지나가는 하나의 함수였던 시간은 그때부터 유의미함을 부여받고 로빈슨의 20여 년에 걸친 긴 여정을 시작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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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캐스트 어웨이>에서 무인도에 던져진 척 놀랜드(톰 행크스)는 돌벽에도 적는다.

 

 

우리 탓은 아냐, 그럼?

 
그래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지금 처한 상황에 대해서 공간적, 시간적, 물리적 여러 가지 의미를 부여해 보라고요. 그 의미를 부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일기를 쓰는 것입니다. 담임 선생님에게 검사를 받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오직 자신만의 비밀 서랍장에 집어넣는 것으로 솔직하게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세요. 돈 주고 일기장을 살 필요 없습니다. 자신에게 이메일을 쓰거나, 싸이월드에서 비밀글을 올리거나 어떠한 형태로든 지속 가능한 형태를 취하면 됩니다.

 

사실 대학 4학년이라고 하면 어린 나이는 아닙니다. 특히 어른들의 관점에서 보면 사회라는 전투현장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다 큰 어른‘이라고 할 수 있지요. 하지만 초등학교에서는 중학교에 가기 위한 공부를 하고, 중학교에서는 다시 고등학교, 고등학교에서는 최종적으로 대학으로 들어가는 일종의 수직 계열화된 교육 시스템에서 학교는 단지 상급 교육기관으로 진학하기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저는 삶의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고민을 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교양이라고 보는 데, 바로 그런 교양을 키워주지 못했던 것이죠. 그래서 전 사연을 보내주신 분의 답답함의 원인이 오직 자신에게만 있다는 죄책감에서 조금 벗어나도 좋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즉 사회와 학교 탓을 하라는 것이죠. 그런데 여기서 끝나면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없습니다. 그래서 자신에 대한 확신과 믿음을 키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건 어떻게 키우면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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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전능이 온몸에 흐르는 제우스의 패션

 

제우스에게서 배운다

 
혹시 그리스 로마 신화를 좋아하시나요? 저는 신화를 아주 좋아합니다. 인간과 신이 공존하던 시대의 이야기들은 언제 들어도 사람을 홀리게 하는 매력이 있지요. 특히 신화는 단순한 옛날이야기를 떠나서 일종의 관념의 바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수많은 상징성이 만들어내는 커다란 바다 말입니다. 그 바다에서 노를 저어가고 때론 풍랑을 만나며 뭔가를 이해하기도, 때론 전혀 인지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신화를 접해 봤다면 제우스라는 신을 알겠지요. 신 중의 신, 전지전능 제우스 말입니다. 제우스는 특히 아주 화려한 패션 감각을 자랑하는 신이었습니다. 자줏빛 드레스를 입고 왼쪽 어깨엔 독수리를 올려놓았고 한 손엔 번개를 들고 있었지요. 자줏빛은 우아함과 권위의 상징, 새 중에서 가장 강력한 독수리는 힘의 상징이었고, 번개의 상징성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패션으로 자신의 권능을 드러낸 것이지요.

 

지금 입고 있는 옷을 완전히 바꿔 보세요. 아마 부모님이 추천하는 ‘아이비리그 모범생’ 스타일의 옷을 즐겨 입으실 것 같습니다. 분위기 싹 바꾸고 그 분위기에 본인이 어떻게 적응하는지 스스로에게 문제를 내고 답을 내보세요. 그리고 운동을 하세요. 팔굽혀펴기와 복근 그리고 스쿼트(앉았다 일어나기)를 추천합니다. 인체의 잔존 근육량이 자원 생산력을 나타내는 시기는 아니지만, 몸에 근육이 있을수록 자세가 바뀌고, 바뀐 자세는 당당함을 연출해 냅니다.

 

참!

 
참, 자신을 불쌍한 사람이라고 했는데 그건 정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자신의 문제점에 대해서 파악하고 그것에 대해서 타인에게 용기를 내어 도움을 구하는 사람은 결코 불쌍한 사람이 아닙니다. 이미 충분히 자신감을 갖고 자신을 사랑하며 그것을 바탕으로 더 멋진 삶을 살 준비가 되어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죠. 기대하겠습니다. 짱짱한 인생 최고의 봄날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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