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2년 05월 2012-05-02   1267

[여는글] 희망은 만들어가는 것

희망은 만들어가는 것

 

 

정현백 참여연대 공동대표

 

선거 이후의 비관론들

4월 11일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152석으로 과반 의석을 확보하였고, 이에 비해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은 140석을 얻는 데 머물렀다. 또한 원자력발전소 문제와 관련하여 보다 넓은 국민의 지지를 기대했던 녹색당의 지지율은 0.48%에 그쳤다.

 

총선 투표 결과에는 여러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이미 참여연대는 논평을 통해 이번 총선에 대해  ‘야권이 진보적 개혁을 향한 뚜렷한 의지와 정책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것’이라는 평가를 내린 바 있다. 선거 과정에서 벌어진 공천 파동, 경선 부정 논란, 막말 파문 외에도 야권이 지나치게 정권 심판에 각을 세우면서 도리어 정책 쟁점이 부각되는 것을 기피하는 태도를 보인 점도 국민들의 신뢰를 잃는 요인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세세한 문제점 외에도 참으로 심각한 문제는 이제 도덕성의 측면에서조차 국민들은 여당과 야권의 차이를 식별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전자와 후자 사이에는 정책이나 도덕성의 측면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별성이 드러나지 않는 현실은 한편으로는 전략전술의 부재에, 다른 한편으로는 야권이 오랜 민주화운동에의 헌신을 통해서 축적해온 도덕적 우월성의 퇴색에 기인하는 것이다.

 

또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새누리당이 비례 1번을 원자력과학자에게 배정한 데에서 보이듯, ‘녹색성장 경제’의 기조 아래, 원자력발전과 그에 기초한 성장주의를 계속할 단호한 결의를 드러냈음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가 새누리당에 대한 높은 지지율과 녹색당의 참패로 나타난 것은 생태주의에 대한 국민적 자각이 아직 싹트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떠오르는 낙관론

총선 결과는 한국의 미래를 염려하는 국민들에게는 짙은 우울과 비관주의를 낳았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낙관적인 전망을 조심스레 제기하는 이도 없지 않다. 우선 정당 지지율은 새누리당 42.8%, 민주통합당 36.45%, 통합진보당 10.3%, 자유선진당 3.23%인데, 여기에서 개혁진보진영이 여권을 근소하게 앞섰고, 그래서 12월 대선에서는 좀 더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해봄직 하다는 점이다. 또한 새누리당의 승리는 지역주의에 의존하고 있는데 비해, 승패를 좌우하는 수도권의 표심은 여전히 여권으로부터 돌아서 있다는 것이다. 강남 지역에서 야당이 패배했지만, 한미FTA를 반대했던 정동영 후보가 거의 40%의 득표율을 얻고, 송파에서 천정배 후보가 근소한 표차로 패배한 사실을 통해서도 유권자 사이에 흐르는 새로운 경향을 감지할 수 있다.

 

역설적으로 새누리당이 개혁과 도덕성을 언설하는 것 또한 희망적인 현상이다. 보수세력이 품격을 갖추지 않고 진흙탕 싸움을 계속 하는 한 개혁세력도 품격을 갖추기 쉽지 않다. 물론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지속적인 개혁과 도덕성에 대한 언설이 포장지 이상을 넘어서는 것인지는 아직 확인할 길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뿌리는 언설이 과거에 비해 진일보한 것은 사실이다.

 

 

성찰 속에서 만나는 희망의 지점들

 
보다 고무적인 현상은 이번 총선의 결과가 개혁세력 스스로에게 치열한 자기반성과 성찰의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이다. 이명박 정부 4년여 동안 민간인 사찰 등을 통해 국민들이 느낀 일상적인 불안, 도처에서 드러난 정부의 무능과 안하무인에도 불구하고 여당은 과반수를 차지했다. 개혁세력에게는 이점에 대해서는 보다 냉정한 분석과 자기비판이 요청되며, 바로 이런 과정에서 참여연대의 역할이 중요하다.

 

지난 2년여 사이 참여연대는 반값 등록금, 한미FTA, 제주해군기지 문제를 전국민적 이슈로 띄우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였다고 자평할 수 있다. 아직 이 문제들이 해결되지는 않았지만, 이는 대선에 이르기까지 수구세력과 개혁세력을 구분하는 잣대가 될 것이다. 게다가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MBC 노조, KBS 새노조, YTN, 연합뉴스, 국민일보, 부산일보의 파업과 관련하여, 정권이 언론을 장악하고 있는 현실과 더불어 언론인들이야말로 민간인 사찰의 가장 큰 희생자였음을 알려야 할 것이다. 또한, 지난주 22번째 희생자를 낸 쌍용자동차 해고자 문제는 우리 모두를 자책하게 하는 뼈저린 슬픔이다. 이는 노동과 자본 사이의 싸움이기보다 2009년 노사합의안을 지키지 않는 현실에 대한 노동 행정의 무책임한 태도의 문제이다. 쌍용차 문제의 해결을 위해, 우리는 최상의 노력을 기울이는 동시에 집권여당이 언설로 내세우는 민생개혁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는 시금석으로 만들어가는 것도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계간 <민주>에서 경제평론가 정태인이 인용한 루쉰의 문장을 재인용하면서, 나는 ‘희망 만들기’를 제안한다.
“희망이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으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

*이번 호부터  정현백, 이석태, 김균, 청화 네 분 공동대표님의  권두칼럼이 번갈아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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