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0년 04월 2000-04-01   1117

청년탐구단의 미국 예산감시NGO탐방

예산감시운동은 납세자와 친구되기

작년 ’99 서울 NGO 세계대회에서 ‘시민운동과 정부예산감시’라는 주제로 분과토의를 진행하면서 우리 나라에서 이제 갓 시작한 예산감시운동이 ‘우물안 개구리식’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또한 인터넷과 이메일을 통해 보던 해외 예산감시 NGO들의 활동은 오프라인에서의 한계를 느끼게 했다.

그러던 와중에 (사)청년세계탐구단에서 응모해 보라는 제안을 받고 이틀만에 허겁지겁 제안서를 기획하여 제출하였는데, 다행히 아이템과 훌륭한 팀 구성이 좋은 점수를 받아서 공개 심사를 거쳐 최종 선발된 6개팀에 당당히 들어가게 되었다.

이번에 함께 했던 World Watch팀은 예산감시운동의 최전선에서 가장 열심히 활동하는 각 지역 시민단체 실무자 위주로 구성되었다. 예산감시 관련 전문가들과 해외 NGO 소식을 국내에 소개하고 있는 자원활동가와 함께 미국 NGO탐방은 시작되었다. 우리 여행의 목적은 예산감시운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는 미국의 시민단체를 탐방하여 축적된 경험을 둘러보기 위함이었다.

이번 견학 일정중 첫 번째로 느낀 것은,견학의 주제와 상관없지만, 해외입양이었다. 비행기 앞좌석에 한 젊은 미국인 부부가 있었는데, 한국에서 아기를 해외 입양하였다가 돌아가는 중이었다. 14시간의 비행에 힘들고 지쳐 한번쯤은 울 법도 한데 비행 내내 조용하기만 했던 착한 아기의 모습에 자꾸 눈길이 가고 가슴 한켠이 내내 저며 왔었다.

예산낭비 감시하는 Pig Book

드디어 워싱턴D.C에 도착했다. 달라스공항에서 입국 수속을 받던 중 일행의 한 명이 영문도 모른 채 이민국 사무실까지 홀로 들어가 이것저것 조사받는 수모를 당하였다. 본인은 약소국의 설움이라고 말하였지만, 일행의 대부분은 앞머리를 염색한 것이 결국 일본 야쿠자로 오해받아서 여권 위조 여부를 조사받은 것으로 단정을 내렸다. 다행히 금방 해결이 되어 워싱턴D.C 안의 숙소인 한국인이 운영하는 브렉스톤호텔로 시원하게 뚫린 도로를 7인승 승용차 2대에 나누어 타고 이동하였다.

우리 일행의 첫 번째 방문단체에서는 작년 서울 NGO 대회에 참가했던 데이비드(David E. Williams) 조사국장이 건물 입구에서 우리를 반갑게 맞아 주었다. 우리가 단기간에 회원 60만명의 조직으로 성장한 CAGW(Citizens Against Government Waste)에서 가장 궁금해 하였던 것은 10년 째 발간되고 있는, 표지에 돼지 한마지가 나오는 Pig Book이었다. 의원들의 예산낭비에 대한 사례와 예산 편성의 절차들을 제대로 지키지 않을 경우 Pig Book에 오르게 된다.

미국 의회에서는 예산 지출에 책임이 있는 곳이 세출위원회(appropriations committee)인데 우리나라의 예산결산특별위원회보다 더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Pig Book은 감시의 초점을 세출위원회(예산에 있어서 절대적 권리를 행사하며, 과거에도 정부 업무를 정지시킨 경우가 있다)에 둔다고 한다.

Pig Book에 보면 말도 안되는 것(대표적 예: ‘인간은 사랑을 왜 하는가’라는 연구에 정부예산을 지원)들과 정상적으로 보이지만 선심성으로 편성된 것이 많이 있다는데 이런 것들은 적법 절차를 잘 안 따른 것으로 회기 마지막 날에 끼워넣기를 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고 한다.

CAGW의 맹활약에 대해 세출위원들이 적지않은 부담을 느끼는 것에 대해 데이비드는 무척 즐거워하는 눈치였다. 한 예로 최근에 상원 세출위원장은 CAGW를 “멍청이, 미친놈들”이라고 비난했다는데, 이것은 그만큼 자기 단체가 주목받고 있다는 증표라며, 정부의 힘있는 자들을 흔들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CAGW 활동 성과의 한 지표가 된다는 것이다.

그외 우리가 준비해간 질문지에 최고의 답변을 해주기 위해서 데이비드는 조직의 역사와 회원확대, 기업과의 관계와 연대에 대해서는 피터 셉 회장과 직접 대화를 하게 주선해 주었고, CAGW의 전국적인 예산감시 네트워크 조직인 TAN에 대한 설명은 부회장이, 의료분야의 예산감시와 CAGW의 모금활동은 각각 담당 국장을 불러다가 우리에게 직접 설명을 하게 해 주었다. 덕분에 우리 일행은 한나절 만에 CAGW를 완전 해부하여 거의 모든 분야를 섭렵하게 되었다.

Qui Tam 소송으로 유명한 TAF(Taxpayers Against Fraud, The False Claims Act Legal Center)를 방문하여 남북전쟁 시기에 링컨이 군수물자제공을 통해 부정행위를 하는 업자들을 막기 위해 만들었다는 Qui Tam 소송의 탄생 배경 이야기와 현재 TAF의 활동과 조직 현황에 대해서 무만 국장과의 간담회를 가졌다.

특히 한국에 대한 이해를 가지고 있던 무만 국장은 한국에서는 Qui Tam 소송제도의 도입이 어려울 것이라며, 예산부정방지에 대한 전국민의 광범위한 여론조성이 필요할 것이라고 충고를 해 주었다.

1969년 창립하여 회원 30만 명의 회원을 가지고 있는 미국 최대의 납세자운동단체인 NTU(National Taxpayers Union)에서는 우리 일행은 과학적인 의원평가 프로그램인 Bill Tally와 Vote Tally에 대해서 완벽하게 이해하였고, 납세자의 입장해서 의정활동을 펼치는 의원들에게 주는 ‘납세자의 친구상’의 선정 방식과 운영 등에 대한 간담회를 가졌었다.

미국 최대 납세자 단체 NTU

우리 일행은 예산관련 NGO 외에도 미국 최대의 의회감시단체인 Common Cause를 방문하여 의회 로비스트로 활약하는 세리아비고웩슬러(정책분석가)를 만나서 단체의 역사와 활동 그리고 soft money를 규제하여 대기업의 의회에 대한 영향력을 줄이려는 셰이즈-미이한 법안에 대한 설명을 듣고 또 시민의 로비활동 등에 대해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리고 방문 단체중 유일하게 워싱턴이 아닌 뉴욕에 위치한 미국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된 인권단체인 ACLU(American Civil Liberties Union)를 방문하였다. 이곳에서 우리는 25년 이상 이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는 변호사와 개인정보보호와 에셜론 감시운동을 하고 있는 홍콩계 미국인을 만나서 최근 미국내 주요 사회문제인 유색인종차별과 디알로 사건에 대한 설명을 들었고 또 미국의 인권 현황과 ACLU의 활동 등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일주일이 너무도 빨리 지나갔다. 짧은 기간 동안 많은 것을 보고 느끼야 된다는 욕심에서 일행들 모두 발이 아파도 꼭 참고 워싱턴을 누비며 열심히 걸어다녔었다. 다른 나라에 첫 방문이 대부분인 우리들은 정말 많은 것을 느꼈다. 이 배움과 느낌은 우리들이 활동하는 공간인 시민운동과 각 단체의 활동 속에 녹아 들어 우리 나라의 예산감시운동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백현석 함께하는시민행동 예산감시기획조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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