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0년 04월 2000-04-01   579

새만금갯벌, 미래를 위한 자산으로 남겨라

자연자원의 무차별한 훼손은 92년 유엔환경개발회의 이후, 지구의 생명과 인류의 영속을 위하여 온 인류가 합의한 ‘지속가능한 개발’이념에 위반되는 행위이며, ‘세대간 책임’과 ‘세대간 정의’에 어긋나는 행위이다. 또한, 정부라 할지라도 공공의 이익에 반하여 자연자원을 처분할 수 없다는 ‘공공신탁법리’에 위반된다.

그러나, 국제환경법과 여러 이론에서 미래세대들의 자연자원에 대한 권리가 보호, 보장되어 있지만 행위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모든 결정으로부터 소외되고 있다. 또 현세대는 미래세대가 누려야 할 자연자원의 권리를 침해하면서 자연자원에 대한 무차별한 개발과 훼손을 끊임없이 진행하고 있다. 특히, 33km의 방조제를 막고 갯벌을 매립하고 있는 새만금간척사업의 허가와 공사는 미래세대들의 자연권에 대한 선택가치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정부의 국책사업이라는 미명아래 추진되어 왔다. 공공신탁 법리에 따르면 갯벌은 이를 관리하는 정부라 할지라도 공공이익에 반하여 처분할 수 없도록 되어 있으며, 국제환경법상 ‘세대간 형평’ 이론에 따르면 미래세대의 이익도 주요한 공익으로 보호되어야 한다고 되어 있다.

녹색연합과 생명회의는 ‘미래세대들의 몫을 남겨놓자’는 취지에서 새만금 지역 갯벌을 소송물로 하여 미래세대를 대리한 신탁소송(미래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2월 29일 미래세대인 그들이 직접 참여하여 미래소송에 대한 기자회견을 준비했다. 미래세대를 대표해서 선거권이 없는 만 18세 미만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원고로서 그들의 환경권을 되찾고자 새만금 간척사업의 중지를 요구하는 소송을 전개할 것이다.

갯벌은 새생명의 땅

부산 영도여자고등학교 2학년 김가영

어른들은 가끔 아이들을 불러 놓고, 자신이 어렸을 때 친구들과 산에서 뛰어놀고, 강에서 수영하고 고기잡던 일들을 신나게 이야기한다. 하지만 어른들은 자신의 아이들에겐 맑고 깨끗한 자연에서 뛰어놀 기회를 주지 않는다. 나는 「Heaven on Earth」란 환경운동 단체를 만들었다. 지금은 겨우 회원이 10명 정도밖에 안되고 크게 한 일도 없지만 우리는 조금씩 ‘지상의 천국’을 만들어 갈 것이다. 우리는 환경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정보를 구하고 공부를 하다가 새만금 간척 사업에 대해 알게 되었다. 인터넷으로 환경 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새만금 간척 사업에 대한 일은 빠지지 않고 나와 있었다. 이 자료들을 읽으면서 정말 어이가 없었다.

87년 대통령 선거에서 선심성 선거 공약으로 발표되어 자세한 조사도 하지 않고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거대한 갯벌을 ‘농토 확장’과 ‘산업 시설을 위한 토지 창출’이라는 이유로 간척을 한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갯벌이 쓸모 없는 땅이라고 생각했다면 그건 정말 큰 오산이다. 갯벌은 육상과 해양이라는 거대한 두 개의 생태계가 접하는 곳으로 두 생태계의 완충 작용뿐만 아니라 지구상에서 가장 생명력이 풍부한 곳이다. 새만금 간척 사업은 이러한 갯벌의 가치를 모르고 한 치의 땅이라도 얻기 위한 인간들의 이기심으로 벌여지는 사업이다.

새만금 간척 사업으로 전라북도 지역에 존재하는 갯벌의 90% 이상이 사라지게 되는데 그것은 해양 생태계에 큰 영향을 줄 것이다. 이 곳에서 먹이를 구하는 어류는 물론이고, 간척으로 인한 오염으로 피해를 보는 곳이 많이 생겨날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이 새만금 간척 사업을 위해 4조 2천억원이라는 큰 돈을 들였다. 도대체 간척 사업을 통해서 우리가 얻는 것은 무엇일까? 지금까지 갯벌 간척에 투자한 돈보다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나 있을까?

내가 알아 본 바에 의하면 절대 그렇지 않다. 갯벌은 주요한 수산물의 생산지이며 지구상에서 가장 생산력이 높다고 알려진 열대 우림이나 산호초 해역과 비교도 안 될 만큼 높은 생산력을 가진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갯벌은 오염 정화 기능, 심미적 기능, 홍수 및 태풍 조절 기능까지 한다.

그러므로 지금처럼 수십 킬로미터의 방조제를 쌓고 바다를 막는 간척 사업은 자제되어야 한다. 더구나 간척 사업이 해양 오염과 연계된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오히려 손실이다. 간척 사업이 이처럼 많이 진행되는 국가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 우리는 갯벌 그 자체가 귀한 자연자산임을 생각하여야 한다. 그리고 매스컴에서도 보다 쉽고 사실적인 갯벌의 중요성을 알려야 할 것이다.

갯벌은 우리 모두의 땅이다. 어느 재벌 개인의 소유도 아닌 현존 세대와 미래 세대 모두의 땅이다. 그러므로 새만금 간척 사업을 무책임하게 벌인 사람들은 간척 후에 생기는 해양 오염 문제 등에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 이제 우리 미래 세대들도 생명과 조화의 땅, 갯벌을 살리기 위한 운동에 적극적으로 앞장설 것이다.

신탁 소송에 참여하며

조진영 대월초등학교 5학년

요즈음 우리 가족에게는 특별한 사건이 있다. 새만금 갯벌을 살리기 위한 각종 행사에 참여하는 것인데 처음에는 그다지 구체적인 생각을 하지 않고 강화 밖으로 나가는 게 신이 나서 열심히 쫓아 다녔다. 그런데 작년 12월에 엄마와 함께 천수만에 간 적이 있는데, 그 이후 우리 가족은 종종 갯벌 간척에 관한 얘기를 하게 되었다.

어느 날 엄마께서 ‘미래세대 신탁소송’에 대하여 대강의 말씀을 해주셨을 땐 그냥 고개만 끄떡였는데 서울 녹색연합에서 첫 모임을 갖고부터는 간척사업이 가져올 생태계 변화와 환경문제를 연관하여 생각하게 되었다.

2월 29일에는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했는데, 어느 방송사 언니가 내게 마이크를 내밀고 얘기를 시켜서 얼마나 놀랬는지 모른다. 그날 저녁 우리 가족은 TV를 열심히 봤다. 왜냐하면 혹시 우리 얼굴이 나오게 될까 봐서… 그런데 8시 이후부터 우리집 전화기가 춤을 추기 시작했다. 친구들의 전화 때문에 ….

‘미래세대 신탁소송’은 나에게는 좀 어려운 문제인 것 같다. 그렇지만 그것을 왜 하는지는 알 것 같다. 강화에는 동검도라고 하는 곳이 있는데, 그곳에 가면 염생식물을 다양하게 볼 수가 있다. 옛날에는 섬이었는데 둑을 쌓아 길을 이어놓았기 때문에 육지가 되었다. 길이 만들어진 곳은 1Km도 안되는데 그 동네 생물종이 많이 변했다고 했다.

지도책에서 본 새만금은 호수를 만들어 막아 없애기에는 너무 아까운 것 같다. 내가 늘 강화도 남단을 찾아다니며 새들을 관찰하고 갯벌에서 갯지렁이를 보며 놀리며 어린시절을 보냈듯이 내가 커서 어른이 되었을 때, 내 아이들과 함께 같은 추억을 만들고 싶다.

갯벌은 해수욕장의 모래사장보다 더 재미있고, 스타크래프트 게임보다 더 흥미롭고, 태평양 어장만큼이나 많은 수산물을 우리에게 주는 곳이다. 갯벌이 만들어지려면 수억 년의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어른들과 함께 소송을 해서 갯벌을 보전할 수 있다면 나는 더 많은 친구들이 소송에 참여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요즈음 우리 동네에는 왜가리가 찾아오고 오리들이 날아가 버렸다. 산토끼도 있고 고라니도 있고, 꿩들도 많은 우리 동네를 우리 가족은 사랑한다. 새들도 강화도의 넓은 갯벌과 풍부한 자원이 좋아서 해마다 수만㎞의 장거리 비행을 하면서 찾아온다고 한다. 우리 가족이 강화도 갯벌의 가치를 사랑하듯이, 새만금 갯벌을 없애려고 하는 사람들이 갯벌의 소중함을 알면 얼마나 좋을까?

박정운 녹색연합 갯벌해양팀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