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20년 11월 2020-11-01   1770

[통인뉴스] 대학생들의 ‘온라인 혐오’를 말하다

대학생들의 ‘온라인 혐오’를 말하다

지금 <에브리타임> 게시판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글. 조희원 청년참여연대 사무국장 

 

 

SNS, 온라인을 통한 차별과 혐오가 일상이 되어버린 시대. 참여연대 부설기관 청년참여연대(이하 ‘청참’)는 그중에서도 대학생들이 주로 이용하는 시간표 애플리케이션 <에브리타임> 내 자유게시판에 주목했습니다. 지난 10월 8일, 우리 사회 혐오와 맞서고 있는 청년 활동가들과 대학가 온라인 혐오표현 문제에 대해 이야기 나눴습니다. 

※ 이 집담회는 코로나19 감염 예방 수칙 준수를 위해 온라인으로 진행했습니다. 

 

온라인 혐오의 사각지대, 에브리타임

 

조희원 청년참여연대 사무국장 에브리타임을 사용하는 주변 청년들에게 물어보니 “제정신인 사람이 쓰는 곳은 아니지”라고 말하더라. ‘일간베스트’처럼 혐오표현뿐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상당히 보수화돼 있다고 했다. 지난 6월 청참이 대학생 이용자 3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해보니 응답자 중 80%가 에브리타임에서 불쾌감을 느꼈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익명, 막말, 비방’과 ‘여성 혐오 등 소수자 혐오’라는 답이 가장 많았다. 그런데 불쾌감을 느낀 후 신고했는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신고하지 않았다’는 응답이 다수를 차지했다. 이미 혐오가 만연해서 신고가 소용없을 것 같다는 게 이유였다. 유니브페미와 천주교인권위원회 등에서도 에브리타임 문제에 대응해오셨는데.

 

노서영 유니브페미 대표 개인적으로 대학 다니는 내내 에브리타임을 이용했다. 평소 온라인 기사 댓글이나 SNS에서 혐오표현이 보이면 반박 댓글을 달기도 했는데, 에브리타임은 개인적 대응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니브페미는 지난 5개월간 ‘F5(새로고침)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에브리타임이 싫다고 그냥 탈퇴하고 ‘X’ 버튼을 누르는 게 아니라, ‘F5’를 눌러 새로고침 해보자는 취지였다. 

 

모니터링 결과, 페미니스트 혹은 여성에 대한 혐오가 절반이었다. 또 코로나19가 확산 초기 ‘우한폐렴’으로 불리면서 중국인 유학생들에 대한 혐오가 상당했다. 대학 사회가 한국 사회와 비슷하게 소수자 혐오로 옮겨가는 양상을 보였다. 올 7월에는 550건의 혐오표현을 수집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에 신고했지만, 아직 아무 답변이 없는 상태다. 방심위에 혐오게시물 삭제, 혐오표현 규제 기준 마련 등을 요구했지만 현행법에 ‘혐오표현’에 대한 정의규정이 없다 보니 규제 기준을 만들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장예정 천주교인권위원회 활동가 2018~2019년 인권단체 활동가, 학생, 공무원 등 대상으로 한 인권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혐오표현 등을 관리해야 하는 기관들이 공통적으로 차별금지법이 없기 때문에 관리 기준을 정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방심위도 차별금지법이 있어야 가이드라인을 만들 수 있다고 답했다. 

 

노서영 각 대학 인권센터도 비슷한 상황이다. 온라인 혐오표현 사건이 대학 내 인권센터로 종종 접수되는데, 처리하고 싶어도 처리 규정에서 어떤 사건으로 구분해야 하는지 애매한 경우가 많다고 한다. 예를 들어 성희롱, 성폭력 사건이면 구별이 쉬운데 혐오표현, 소수자 혐오 등은 처벌 기준이 없기 때문에 차별금지법이라는 전제 기준이 필요하다는 거다.

 

월간참여사회 2020년 11월호 (통권 280호)

 

온라인 혐오표현,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조희원 오프라인과 온라인에서의 혐오표현은 어떻게 다른가.

 

장예정 분명한 차이가 있다. 오프라인에서 발화되는 혐오표현은 흘러가면 그만인데, 온라인 혐오표현은 기록이 남는다. 게다가 온라인은 짧은 시간에 많은 이들에게 노출되고 리액션을 일으키기 때문에 오프라인보다 훨씬 더 자극적인 혐오표현이 등장한다. 그런 게시물에 ‘좋아요’ 수가 올라가면 다시 상위 노출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노서영 게시글에 모욕적인 말이나 혐오표현이 댓글로 달릴 때 작성자는 큰 고립감과 불안을 느낀다. 포털 댓글은 안 보면 그만이지만, 에브리타임은 다르다. 같은 캠퍼스 공간에서, 같이 수업 듣는 누군가가 혐오 글을 쓰고 차별적인 관념을 갖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내가 속한 대학 공동체로부터 배제되는 기분이나 소외감을 느끼는 것 같다. 

 

조희원 앞서 언급한 설문조사에서 에브리타임 내 혐오표현을 줄이기 위한 방안에 대해 물어보니 에브리타임 운영 기업의 적극 제재와 조치가 필요하다는 답변이 가장 많았고, 대학교 측의 노력, 이용자 자정작용 등이 뒤를 이었다. 청참이 학내 인권센터가 설치된 65개 대학에 에브리타임 혐오 관련 실태 파악과 대안적 조치 여부에 대한 질의서를 보냈는데 한양대학교의 답변이 인상적이었다. “에브리타임은 익명성으로 인해 혐오표현이 난무하고 있으며, 사건과 관련 정보를 요구해도 2주 이상 된 기록은 확인해줄 수 없다는 등 비협조적입니다. 대학에서 에브리타임 측에 윤리규정 마련 등의 방안을 요구하고 시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했다. 기업도 책임이 큰 거다.

 

노서영 올해 4월에 ‘n번방’ 사건이 터지고 나서 에브리타임에 2차 가해성 게시물이 정말 많았다. 그때 에브리타임 본사 앞에서 최소한의 윤리규정을 마련하라고 기자회견을 했다. 윤리규정뿐 아니라 이용규칙에도 문제가 많았기 때문에 내부 논의를 거쳐 이용규칙 권장안을 6월에 발표했다. 불법행위 외에도 권리침해행위를 추가해서 혐오표현의 기준이 될만한 것들을 정리했다. 권리침해 규정의 첫 문장은 “우리는 타인의 존엄성을 침해하지 않고, 모든 회원이 환영받을 수 있는 공간을 추구한다” 였다.  

 

장예정 에브리타임은 플랫폼의 일종이다. 해외에서는 커뮤니티여도, 일정 수준 이상의 비즈니스 규모를 가진 경우, 법으로 정해놓은 기준에 따라 혐오표현 신고가 들어오면 무조건 답변하도록 돼 있다. 15일 안에 답변과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해당 플랫폼이 과태료를 무는 거다. 에브리타임은 이미 450만 명이 사용하고 있는, 사회적 책임을 가진 기업이다. 플랫폼 규제 방안이 꼭 필요하고 그 기준을 세우기 위해서는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

 

다음 평등의 이야기를 쓰자, 차별금지법

 

조희원 올해 6월 국회에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발의가 됐지만 입법 논의는 더딘 듯하다.

 

장예정 일각에서는 남녀고용평등법, 장애인 차별금지법 등 개별법이 있는데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냐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한 가지 정체성으로만 살지 않는다. 지금은 청년여성이지만 언젠가 노년여성이 될 것이고, 상황에 따라 성소수자, 장애인이 될 수도 있다. 개별법만으로 포괄할 수 없는 사각지대의 문제를 보완하고 아직 제정되지 못한 개별법들의 근거가 되기 위해서라도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이 시급하다.

 

노서영 퀴어퍼레이드 행사 등에 참가할 때 차별금지법이 있으면 더 안전하게 지켜줄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우리의 정체성이나 신념, 가치를 비난하는 피켓을 보면 실제 위협을 느낀다. 만약의 상황이 일어나도 경찰은 단순히 충돌을 막는 의무만 갖고 있을 뿐이다. 그럴 때 차별금지법이 있으면 더 확실한 보호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장예정 평등, 차별, 혐오에 대한 규정은 현재 대한민국 법 어디에도 없다. 그래서 정의규정으로 참고할 수 있는 차별금지법이 필요한 거다. 아직까지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지 않았다는 건, 한국 사회가 “그 누구도 어떤 이유로든 차별받지 않는 세상이 와야 한다”는 명제에 아직 동의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그 다음의 권리, 그 다음의 평등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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