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2년 04월 2012-04-02   1899

참여사회가 눈여겨 본 일-5년 만에 만난, 유권자 자유

5년 만에 만난, 유권자 자유

 

 

이선미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간사

 

유자씨

 


지난 2월 27일, 국회에서 인터넷 선거운동 상시 허용을 입법화했다. 2007년 9월 4일, 참여연대를 비롯한 6개 시민사회단체와 192명 네티즌이 공직선거법 93조 1항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한 이래 5년 만으로, 작년 12월 헌법재판소의 한정위헌 결정 이후 두 달 가까이 지속되었던 위헌적 상태가 해소된 것이다. 이번 법 개정으로 유권자들은 온라인상에서 특정 정당과 후보자에 대한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하고 정보를 교환할 수 있게 되었다. 끊임없이 자기 검열을 해야만 법망을 피해갈 수 있었던 ‘낡은 시대’에서 한 단계 나아간 것이다. 선거법 개정 내용에 여러 가지 미비점이 존재하지만, 온라인에서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진전된 점은 두 팔 벌려 환영할 일이다. 
 

 

set free ⓒatopy

 

 

온라인 선거운동, 이제는 마음 편히!

유권자의 정치적 표현과 참여에 대한 규제는 2000년 총선시민연대 활동 시기 이후 본격화되었고, 2007년부터 공직선거법 93조 1항에 따른 인터넷 단속이 단행되었다. 지난 2007년 1월 대선을 앞두고 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 UCC물에 대한 운용기준’을 발표하며 광범위한 단속에 들어갔고, 이로 인해 온라인 공간에서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매우 위축되었다. 이에 2007년 9월 4일, 참여연대, 진보네트워크센터, 함께하는시민행동 등 6개 시민사회단체와 네티즌 192명은 공직선거법 93조 1항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하였다. 또한 17대 국회에서 유권자 표현의 자유를 위한 법 개정을 위해 입법청원 등 다양한 캠페인을 진행했지만 이뤄지지 않았고, 2007년 대선과 관련한 인터넷 UCC물 88,000여 건이 삭제되었다.

 
  18대 국회가 들어선 후에도 유권자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보장받기 위한 활동은 계속되었다. 특히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관위가 발표한 SNS 단속 방침은 시민들이 선거법 개정에 다시 나서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이후 2011년 6월, 52개 시민단체와 네티즌·시민들은 ‘유권자자유네트워크(유자넷)’를 결성하고 선거법 개정 캠페인을 본격적으로 진행했다. 유자넷은 트위터(@youjanet)를 통해 캠페인 소식을 알리고 선거법 개정 촉구 유권자 선언을 이어갔다. 또한 선거법 독소조항 17개에 대한 개정안을 입법청원하고 의원발의(대표발의자 민주통합당 김부겸 의원)했다. 이와 함께 법률지원단을 구성해 선거법 피해 시민들을 지원하였다. 헌법재판소의 한정위헌 결정 이후에는 2007년 피해 네티즌 재심 청구 소송도 제기했다.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한 걸음 진전한 것은 표현의 자유를 열망하는 모든 시민들의 부단한 노력의 결과다.

    

we love democracy! ⓒatopy

 

독소조항은 남아있다

 

그러나 이번 선거법 개정안은 제한적이며 우려되는 조항이 여전히 존재한다. 헌법재판소 결정의 취지는 인터넷·SNS에서 정치적 표현과 선거운동을 상시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새누리당의 반대로 선거 당일은 제외되었다. 선거 당일 후보자들의 선거운동은 금지한다고 해도 유권자의 정치적 표현을 금지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선거 당일 투표 독려 운동을 정략적으로 판단해 제한하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스럽다. 또한 후보자비방죄 조항도 온라인 선거운동을 제약할 가능성이 있다. ‘비방’이라는 모호한 기준을 통해 사실상 정당과 후보자에 대한 비판과 평가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헌법으로 보장하는 기본권이다.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유권자들은 자유롭게 정당과 후보자를 지지·비판하고 정책을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행 선거법은 서명운동, 집회, 사진전 등을 활용한 오프라인 공간에서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고 있다. 또한 정책·공약에 대한 단순 비교·평가는 가능하지만 정당별·후보자별 점수를 부여하거나 순위를 정하는 방법은 금지하고 있다. 정책 캠페인 과정에서도 해당 정책과 관련된 후보자와 정당의 이름을 언급하는 것은 위법일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규제 조항이 촘촘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유권자들이 정당과 후보자들에게 자신이 원하는 정책을 요구할 수 있을까? ‘정책 선거’라는 말이 무색하다.

 

19대 국회의 과제, 포괄적인 선거법 개정

작은 물건 하나를 사기 위해서도 가격을 비교하고 장·단점 정보를 서로 공유하는 것이 우리의 일상이다. 하물며 나를 대리하는 사람을 선출하는 데 그러한 과정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18대 국회의 온라인 선거운동 상시 허용 입법화는 분명 환영할 일이지만 후보자비방죄 적용, 오프라인 정책 캠페인 단속 등 유권자 자유를 가로막는 독소조항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 유권자의 정치적 자유를 보장하는 선거법 개정에 특정 정당의 유불리가 들어설 자리는 없다. 곧 개원할 19대 국회는 여·야를 가릴 것 없이 유권자 권리가 완전히 보장될 수 있도록 선거법을 포괄적으로 개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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