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0년 03월 2000-03-01   1237

남성들이 말하는 군가산점과 비례대표 여성할당제

기자 군 가산점 폐지와 여성할당제에 대한 이곳 남성들의 생각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전병진 신부님 군대 안 갔다오셨죠?

(거기엔 외국인 신부가 있었다. 말이 끝나자마자 한바탕 웃음.)

전병진 (신부님을 위해 설명하려는 듯)작년에 군가산점 위헌판결이 나고는 여성의 전화를 비롯 여성단체의 홈페이지가 올스톱 됐어요. 한국 남성들의 무식함이 결정적으로 드러났죠.

하유설(신부님) 아하-. (그럴 것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

전병진 (얘기를 계속)욕으로 시작해서 욕으로 끝나는 것. 그거 어디서 배우냐면 군대에서 배워요. 한국 남자들 아직 멀었죠. 또 한편으로는 남자들에게는 하나같이 군에 대한 환멸 또는 부당하다는 느낌 같은 게 남아 있어요. 돈 있고 ‘빽’ 있는 사람들은 군대 안 가거든요. 오죽하면 군대 가면 어둠의 자식이고, 군대 안 가면 신의 아들이라는 소리가 있겠습니까? 27개월 반을 군대에서 보냈는데 보상받는 건 아무 것도 없어요. 정부를 상대로 싸워야하는데 엄한 곳으로 불똥이 튄 거예요. 공무원은 호봉으로 인정해주지만 회사는 그런 것이 없죠. 자영업의 경우도 보상받을 길이 없어요. 국가에서 총체적으로 보상해주는 방법을 찾아야한다고 봐요. 세금에 대한 면제가 있든지, 어쨌든 군에 간 남성들에게는 보상제도를 만들고 여성들에겐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줘야죠.

서재균 가산점 주면 안되겠죠. 3년간 봉사했는데 호봉을 쳐줘야되지 않겠습니까? 여성들이 3년간 월급을 더 받았으니까요. 아니면 여성도 군대가야 한다든가. 평등하게 하려면.

기자 평등하게 하려면?

서재균 (다시 힘주어)그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한국 여성들이 체력이 약하거든요. 군에 가서 훈련을 받아야합니다. 친구 중 하나가 산부인과 의사인데, 미국에서는 1천명당 한명이 제왕절개수술을 받는 답니다. 한국에서는 30%정도가 그렇게 한대요. 우리나라 여성들은 몸과 마음이 나약해요. 그게 문제입니다.

전병진 (여유있는 웃음을 머금고)여성이 군에 가기보다는 빨리 통일이 돼서 지원제로 바꿔야해요. 지금의 구조에서 여성들이 군대 간다는 것은 솔직히 국가손실입니다.

하유설 (거의 한국인과 유사한 한국어 구사, 한국에서 30여 년을 살았다고 함)여자들이 군대가는 것. 평등문화를 가꾸려면 군대를 강화하는 것이 오히려 장애가 아닌가 해요. 여성들이 군 제도 내로 들어가는 게 아니라 오히려 군 제도 밖으로 눈을 돌리는 것이 평등문화를 가꾸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아까 말한 대로 지원제도 있었고, 통일을 위해 노력한다든가, 예전의 미국에서의 평화봉사단 같은 식으로. 여러 가지로 대신할 수 있다고 봅니다.

박신선 (한 마디도 안하냐는 질책에)군가산점제는 당연히 폐지되어야죠. 입사할 때부터 자격이 제한되기 때문에 여성들 같은 경우는 만점을 받아도 입사가 안되는 경우가 있죠. 여성들에게 군대를 가라고 하는 것은 오히려 군을 더욱 강화시키는 것입니다. 군대는 앞으로 축소되어야 할 것입니다.

서재균 요즘 남자들 실업자 많잖아요? 남자가 직장을 보장받고 여자는 가정을 잘 꾸리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남자가 직장을 못 잡아서 실업자가 된다면 국가적 손실 아닙니까?

전병진 현대는 남자, 여자의 성적 구분이 아니라 인간성을 어떻게 계발하고 그런 개인적 능력과 국가원동력을 어떻게 이을까가 고민입니다. 이미 우리 사회는 가부장제가 금이 가고있어요. IMF 이후에 아버지권위되찾기운동을 하는데 그것이 우스운 일입니다. 일본에 다녀왔었는데 저녁 거리에 사람이 없어요. 다들 그 시간에 가정에 있거든요. 우리 아버지들이요? 술집에 있어요. 웬 놈의 접대가 그렇게도 많은지. 제가 생각해도 바꿔야할 것은 남성들의 문화입니다. 아버지의 권위는 가족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느냐로 봐야돼요. 그리고 인터넷 시대이다 보니 성별 파괴, 학력 파괴, 나이 파괴가 있습니다. 고등학생이 벤처기업의 사장이 되는 세상입니다. 이것은 예전에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죠. 가정에서는 아버지권위찾기운동이 아니라 아버지 가정으로 돌아갑시다 운동이 일어나야해요. 가족과의 관계들을 다시 설정하고, 국가에서는 부정부패 척결운동을 해서 접대문화도 바꾸어야지요. 가정에서의 평등문화 정착이 안되면 절대로 30% 여성할당제나 사회적 평등이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기자 여자들분들도 얘기를 좀 하시죠?

신영화 (이런 생각을 가진 남자들도 있다는 게 신기하다며)이 문제가 처음 나왔을 때 여성으로서는 무척 반가왔습니다. 남자들의 반발이 심한 것은 원래 가지고 있던 권력을 빼앗기니까 상실감이 컸던 것 같아요. 우리는 평등문화를 지향하고, 그 평등은 평화와 이어지는 것입니다. 물론 군가산점제는 폐지되더라도 부가적인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서재균 우리나라 유권자 중 50%가 여성인데 왜 30%할당제를 합니까? 여성들은 여성 정치인들을 뽑으면 여성할당제가 필요없잖습니까?

전병진 한국 사회가 평등해서 제도적으로 장치를 마련하지 않더라도 녹여낼 수 있는 구조라면 문제없어요. 그런데 우리 사회는 불평등 사회입니다. 그래서 현재는 할당제가 맞습니다. 여성들에게 기회를 한번 줘보고 평가를 해야되지 않겠냐는 거예요.

서재균 밥하는 것은 남자들도 할 수 있다가 아니라 당연히 해야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한편으로 남자들이 가사일을 남의 일로 생각하는 것엔 여성의 잘못도 있어요. 여성인 어머니들이 아들이 앞치마 두르지 못하도록 해요.

박연숙 (오랫동안의 침묵을 깨고)그런데 그 여성인 어머니가 사는 사회가 가부장적인 사회입니다. 우리 사회의 지배적인 이데올로기는 가부장적인 이데올로기죠. 개인의 의식과 생각이 여성이냐 남성이냐의 성별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가부장적인 이데올로기에 지배받고 있습니다. 더 이상 성별분업이 아니라 능력과 개성에 의한 분업이 이루어져야 평등에 가까운 사회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유설 (항상 웃음을 머금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찾고, 구체적인 접근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물론 정치적으로나 체제적으로 크게 접근해야 되는 것도 있죠. 그러나 구체적으로 일상문화를 바꿔나가는 것도 중요합니다.

윤정은(참여사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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