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3년 07월 2003-07-01   2437

신용불량자들의 천태만상 카드빚 사연들

카드빚 때문에 자살을 계획하다


강남에 살고 있는 20대 여성들에 대한 납치행각, 성폭행, 할머니와 어머니를 죽이고 달아난 20대 청년, 딸 때문에 자살한 아버지. 공통점은 카드 빚이다. “돌려막기”로도 감당이 안 되는 눈덩이 같은 카드 빚은 결국 신용불량자들을 범죄의 소굴로 내몰고 있다. 갖가지 사연 뒤엔 반드시 개인회생제동의 마련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얻게 된다. 편집자 주

각종 포털사이트의 신용카드 관련 카페나 동호회의 자유게시판에는 절절한 사연이 줄을 잇는다. 하루에도 수십 통씩 걸려오는 카드사 전화에 몸서리를 치고 있는 신용불량자. 다니고 있는 직장의 급여 차압경고를 받고 절박하게 살길을 호소하는 사람, 7000만 원의 빚을 안고 6개월째 귀가하지 못해 개인파산신청을 고려하는 사람.

‘신용불량자 탈출과 성공’ 방에는 그나마 신용회복지원위원회에 개인워크아웃(신용회복지원)을 신청해 놓고 심의를 기다리거나 채무조정을 받고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는 사람들도 만날 수 있지만 ‘살아났습니다!’라고 탈출을 말하는 사람들의 상당수는 가족이 ‘살려준’ 경우였다.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4월 30일 현재 개인신용불량자는 308만6000여 명에 이른다. 사유별로는 카드론 연체 관련 특수채권 증가율이 39.04%로 가장 높았고, 카드론 연체(12.79%), 대출금 연체(8.53%)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신용불량자의 과반수가 카드 빚에 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 이후 신용회복지원 신청을 받아온 신용회복지원위원회에도 신청자가 1만 명을 돌파했다니 이쯤 되면 ‘신용카드 문제는 막가는 것’으로 보지 않을 수 없다.

카드 빚 갚기 위해 아르바이트

한때 신용카드 발부바람이 불었던 고시촌에서는 법학서 한 권만 가지고 있으면 고시생이라는 게 증명돼 신용카드를 즉석에서 발급 받을 수 있었다. 이때 카드를 만들었다는 고시생 박모 씨는 현재 신용불량자다. 카드가 없었을 때는 돈이 없는 대로 그럭저럭 버텼지만 카드로 조금씩 현금서비스를 받는 게 습관이 되면서 채무액은 현재 1000여만 원을 넘었다.

카드사의 카드발급 남발은 연령도 가리지 않는다. 경제적 능력이 없는 미성년자에게 신용카드를 발급하는 것은 이미 오래된 사회문제다.

회사원인 김모 씨는 미성년자 신용카드 발급문제로 화들짝 놀란 경험이 있다. 김씨는 본인이 전혀 발급 받은 바 없는 한 신용카드사로부터 대금 110만 원이 연체되었으니 서둘러 상환하라는 통지를 받았다. 알고 보니 중학교 3학년생인 아들이 김씨의 명의로 만든 신용카드 빚이었다. 그의 아들이 휴대폰을 구입할 때 판매원이 권유한 신용카드를 발급받아 야금야금 써온 카드대금이 110만 원으로 쌓인 것.

김씨는 아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연체금을 납부했으나 미성년자인 아들에게 신용카드를 발급해준 카드사에 대해서는 좋은 감정을 가질 수 없었다. 카드사에게 김씨는 이 카드의 폐기 처분을 요청하고, 재발급이 불가능하도록 협의했으나, 이는 공수표로 돌아갔다. 그의 아들이 며칠 후 재발급을 요청하자 카드회사는 어이없게도 다시 신용카드를 발급해줬고, 또 다시 사용대금을 청구해왔다.

카드사들의 추심도 만만치 않다. 이모 씨는 생일 밤 10시에 집으로 들이닥친 신용카드회사측 사람들 때문에 기겁했다. 법무사와 함께 실태조사에 나왔다는 카드회사 담당자는 막무가내로 1년 거치 후에 채무액을 상환하라고 통보했다. 카드사 직원들은 밀린 카드 값을 받아내기 위해 밤낮에 관계없이 채무자의 집을 불시 방문한다고 전했단다.

신용불량자들의 신용회복을 위한 노력과 그 과정 속에서의 좌절도 각종 게시판을 후끈 달궜다. 카드 빚을 갚기 위해 하루에 한 시간 눈을 붙이고 직장일 외에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는 사람과 그의 글에서 한참 내려가야 끝이 보이는 무수한 답글 속에서 동병상련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신용카드 빚을 갚기 위해 저녁 6시까지 근무를 마치고, 저녁 6시 30분부터 6시간동안 호프집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사람도 눈에 띄게 많았다. 생활고 때문에 어쩔 수 없이 3000만 원의 카드 빚을 지게 돼 고통 속에 지내다 자살까지 시도했다는 사람의 이야기까지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사연들도 많다.

20∼30대 청년 신용불량자 증가세

전국은행연합회가 발표한 2003년 4월말 통계자료에 의하면 20∼30대의 젊은 층 신용불량자가 전체 48.8%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 김남근 변호사(참여연대 협동처장)는 “가뜩이나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한창 경제활동에 종사해야할 인력이 파산위기에 몰리면서 경제활동인구에서 이탈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최근 발생하는 범죄에 카드 빚이 거의 연관돼 있다는 점 또한 사회불안을 부추기는 요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신용카드의 덫에 걸린 사람들. 그들의 일상은 피폐하다. 패륜, 납치, 흉악강도, 성폭행, 자살 등 카드 빚은 더 이상 방치돼서는 안될 사회문제다. 이 문제의 합리적 해결을 위해 채무자와 채권자, 정부가 함께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할 것이다.

김선중(참여사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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