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3년 07월 2003-07-01   817

새만금개발 찬반양론 들끓는 전북지역 2박3일 민심기행

‘삼보일배 짠하지만 매일 이렇게 살 순 없잖소?’


삼보일배가 국민들의 새만금 관심에 불을 지폈다. 그렇지만 전북에서 만난 사람들은 새만금은 말만 들어도 지겹다고 손사래를 친다. 그들이 고개를 돌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새만금 주변 주민과 환경단체, 전북지역 주민들이 모두 만족할 수 잇는 방법은 무엇일까. 얽히고 설킨 새만금 실타래를 풀기 위해 본지는 2박3일 동안 전북에 머물렀다. 편집자 주

지난 6월 15일 전북 군산시 옥도면 비응도에서는 200여 명의 마을주민과 환경운동가들이 모인 가운데 새만금 방조제 4공구 해수유통을 위한 국민대회가 열렸다. 지난 6월 12일 방조제에서 환경단체 회원들과 주민들과의 무력충돌이 생기고 처음 열리는 집회라 우려가 높았지만 별다른 마찰은 없었다. 4공구는 아직 뚫려 있는 2, 6공구 쪽으로 들어온 바닷물이 빠져나가는 통로이기 때문에 이곳이 막히면 갯벌은 빠른 속도로 죽게 된다. 오염이 심한 만경강 민물도 흘러나가지 못하고 고이게 된다. 시화호의 악몽이 재현될 수 있는 것이다. 활동가들은 반환경적인 노무현정부의 새만금건설정책을 강하게 비판했고 특히 농림부 장관의 퇴진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을주민들의 아우성

이날 집회에서 환경운동가들은 새만금 갯벌 개발론자들을 강하게 비판했다. 서주원 환경연합 사무총장도 “14일 폭력을 행사했던 주민들과 간담회를 갖고 대화를 나누며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게 되었지만 편영수 씨 등 새추협(새만금개발추진협의회) 회원 몇 명이 찾아와 대화를 가로막았다”고 발언했다.

새만금 개발을 둘러싼 환경론자와 개발론자의 갈등은 이미 오래 전부터 있었던 일이다. 물막이공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해창갯벌엔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진 주민들이 충돌하기도 했고, 환경운동가들과 전북지역 주민들 사이에 대립전선이 형성되기도 했다.

마을주민 대표 문영호 씨는 “제가 몇 번이나 강조했다시피 주민들의 80%는 갯벌에서 생계를 유지합니다잉. 방조제가 막히면 우리는 바로 죽는 거여. 하루만 갯벌에 나가도 최소 4∼5만 원은 벌 수 있는데, 갯벌이 썩어뿌면 조개들이 숨을 못 쉰당게. 그럼 한푼도 못 버는 것이제”라고 말했다.

한 아주머니는 갯벌의 오염이 벌써 시작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요즘은 딸딸이질(갯벌에서 주민들이 타고 다니는 바퀴가 달린 널판지) 하기도 얼마나 힘든지 몰러. 물이 없어 그란겨. 조개들도 예전만 모뎌. 내가 갯벌에서 애들 대학 보내고 학교 보냈는디 이제 어쩌면 좋소? 밥줄 끊어지는 데 누가 좋다고 하겄소? 우리 같은 사람들은 농사지을 줄도 몰러. 배운 사람들은 뭘 생각하는지 모르겠소만 아 우리 같은 사람들이 벌이를 계속하게 해줘야하지 않소.”

마을에서 만난 한 할아버지는 새만금 갯벌의 개발을 찬성하는 사람들의 입장도 이해한다고 말했다. 그는 “여기가 솔찬히 넓잖여. 우리 같은 노인네들도 다 돈벌 수 있는 곳이야. 진작 못 막게 해야지. 답답하지. 나야 전북 좋은 꼴 못보고 갈 사람들이지만…. 내가 저쪽에(육지) 산다고 해도 갯벌을 땅으로 만드는 것을 찬성할지도 몰러. 나도 이해하지. 그렇지만 우리도 살고 저쪽도 사는 방법을 만들어야 하지 않컷어? 지금처럼 벼락치기로 막아버리면 어떡해. 막아서 뭐뎌? 나는 동네 사람들이 ‘형님, 방조제를 거의 다 막아가요’하고 말하는데 거짓말인줄 알았어. 다리를 놓고 왔다 갔다 할 수 있으면 좋컷어. 우리도 섬에 살면 불편해잉. 다른 사람들은 건물 지어서 돈 벌고 나는 갯벌에서 돈 벌고 그러면 안뒤야?”

새만금문제 해결의 열쇠는 지역주민들이 갖고 있는 모양이다. 주민들에게 갯벌은 생계유지 수단이면서 전북의 자랑거리이기도 했다. 이미 새만금을 이 지경까지 만든 정부에 야속함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갯벌도 살리고 전북경제도 살릴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그들은 이기적이지 않았다. 구릿빛 피부를 한 주민들이 바다를 보다 한숨을 토해낸다.

“여기도 섬이었고 저기 보이는 데도 다 섬이었는데 이제 남은 거라곤 여기밖에 없네.”

지역경제 균형발전 가능한가

그러나 비응도에서 나오는 목소리는 전북주민 전체의 목소리와 차이를 보인다. 6월 13일부터 15일까지 2박3일 동안 수십 명의 전북사람들을 만났다. 그들은 새만금문제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했다. 전북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문제의식도 컸다. 갯벌을 살려야 한다는 의견중에는 환경주의에 기반한 것도 있지만 갯벌도 돈이 될 수 있다는 의식이 더 지배적이었다.

“우리도 새만금 개발에 찬성하는 사람이 90%라는 이야기 들으면 좀 거시기혀요. 그렇지만 거꾸로 생각을 해봐. 경기도는 파주를 개발한다며? 왜 산은 개발해도 괜찮고 바다는 개발하면 안된다는거여? 여기 와서 한번 살아보라고 해요. 지방경제는 다 죽어있어. 내가 사는 전주야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것도 아니지만 다 같은 전북 아니것소? 사람들은 우리를 돈벌려고 안달이 난 것처럼 말하는 데 그런 소리 들으면 섭섭하죠. 스님들이 삼보일배 하는 거 보니까 마음이 짠하긴 하더라만 그렇다고 우리가 매일 이렇게 살 수는 없지 않소. 선거 때마다 새만금은 꼭 들먹이고. (고개를 흔들며) 솔직히 그만했으면 좋컸어. 지겨워 죽갔소.”

찜질방에서 만난 김해구(46세) 씨는 건설업을 하는 사람이다. 그는 새만금 개발에 찬성하는 시위를 하러 서울에 올라가기도 했었다. 그리고 그의 마음은 전주에서 만난 많은 지역주민들의 심경과도 그리 다르지 않았다. 그들은 새만금과 전주, 전주와 전북을 분리시키지 않고 고민하고 있었다.

택시기사들은 서울에서 새만금을 취재하러 왔다고 밝히자 서울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역으로 물었다. “서울에서 환경운동하는 사람들이 내려와 있는 것을 보면 개발을 반대하는 분위기인 것 같은데 이유가 뭡니까? 도대체 알 수가 있어야지. 지역 방송 보니까 개발해야 된다는데. 중국과 직접 무역을 할 수 있으면 전북이 다 잘 살아지는 것 아닙니까? 지역균형 발전이 노무현 대통령의 공약인데 왜 이중적인 정책을 펼치는 겁니까?”하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벌써 80% 완공한 새만금은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살려야 전라도가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역단체들의 고민

이 같은 민심 속에서 지역단체들은 속앓이를 하고 있다. 환경을 따르자니 시민들을 설득시키기에 역부족이고 무작정 새만금 개발을 찬성하는 시민들의 의견을 받을 수도 없다. 시민단체들 사이에도 의견이 엇갈린다. 전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전주지역의 시민단체 중에서 유일하게 새만금개발을 수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물론 현재까지 개발된 새만금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환경을 살려야 한다는 게 요지다.

전주경실련 장세광 사무처장은 “서울사람들은 가끔씩 내려와 갯벌을 보고 ‘와 조개다!’하면서 소리치면 재밌겠지만 전북사람들의 마음은 다르다”라고 말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아울러 장 사무처장은 “전북지역 주민들은 새만금과 관련해 마음이 복잡하다. 정부는 지난 10여 년 동안 새만금이 마치 전북의 커다란 소득을 안겨다 줄 것처럼 현혹해왔다. 정치논리에 의해 새만금이 좌지우지되고 있는 것에 주민들은 질렸다. 새만금사업의 저변에는 다른 곳 같으면 10년씩 끌지 않았을 것이라는 피해의식이 깔려 있다. 전북의 재정자립도가 전국 최악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전북도민에게 함부로 새만금 개발 중지라는 표현을 써서는 안 된다. 공사중단을 요구하면 전북민심은 마음을 닫는다.

마치 새만금 간척사업을 완전히 중지시키려는 꿍꿍이로 받아들인다. 이번 새만금 사태에 불을 지핀 것은 한나라당 의원들이 6월 15일 ‘새만금사업 중단 법안’을 제출했을 때였다. 정부는 정치논리를 버리고 거국적인 시각에서 새만금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역 환경단체들도 속이 편치 않다. 전주환경운동연합 이정현 기획조정팀장은 “우리는 서울 환경단체들보다 입장이 곤란한 것은 사실이다. 새만금간척사업의 대안이 무엇인지에 대해 좀더 진지하게 고민중이다”고 털어놓았다.

대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 6월 13일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새만금, 대안은 있다’ 토론회(주최 환경운동연합 부설 시민환경연구소·새만금생명학회·국회환경경제연구회)에서는 새만금 갯벌도 살리고 전북 경제도 살리는 현실적 대안들이 제시됐다. 그 가운데 전북대 지구환경과학과 오창환 교수의 주장이 환경운동가나 지역주민들 사이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방조제를 완전히 막지 않은 상태에서 간척규모를 축소하면서 산업 및 물류 전진기지를 건설하는 동시에 갯벌 생태공원과 고군산도의 해상공원을 중심으로 하는 해양·생태 관광특구를 건설하자”고 주장했다. 즉 방조제가 아닌 교량의 설치로 섬과 섬을 이으면서 갯벌을 살리자는 의견이다.

정부가 정치논리를 버리고, 환경운동가가 전북 주민의 의견에 좀더 귀를 기울이고, 전북주민들이 조금만 마음을 연다면 현재의 분쟁이 조만간 해결될 수 있을 것 같다.

황지희(참여사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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