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3년 07월 2003-07-01   1658

지구촌풍경-톡 쏘는 맛에 숨겨진 코카콜라의 인권유린

다음 질문에 답변하십시오. 미군에 음료수와 생수를 납품하는 이라크전쟁의 최대 후원기업 중 하나는? 지하수를 독점 개발해 어느 라틴아메리카의 한 마을이 먹을 물이 없어 물난리를 겪게 했던 기업은? 정답은 코카콜라다. 최근 펩시콜라를 마셨다는 이유로 코카콜라 노동자가 해고됐다는 뉴스는 이거 코미디 아니야? 하고 웃게 만든다. 그러나…. 편집자 주

때로는 아는 게 병이 되는 일이 있다. 차라리 몰랐다면 마음이나 편할 것을. 필자에게도 그런 게 하나 있는데 다름 아닌 코카콜라다. 필자는 코카콜라를 어릴 때부터 좋아했다. 톡 쏘며 입 안 전체로 퍼지는 탄산의 기운은 기분을 시원하게 달래주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미군에 음료수와 생수를 납품하는 코카콜라가 이라크 전쟁의 최대 후원 기업 중 하나였다는 말을 들었을 때, 세계적인 평화운동가 요한 갈퉁 교수가 돈이 최고의 가치인 미국을 막기 위해서는 코카콜라 불매운동을 벌여야 한다고 이야기했을 때, 결국은 그 이윤이 유대인들을 비롯한 무슬림 탄압 세력들에게 돌아가는 것 아니냐며 아랍 국가들에서, 파키스탄에서, 그리고 유럽 아랍 공동체에서 대대적인 코카콜라 불매운동에 돌입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코카콜라 회사가 엄청난 양의 지하수를 독점해 개발하는 바람에 먹을 물조차 제대로 구하지 못하게 된 라틴아메리카의 한 마을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리고 6월 16일 펩시콜라를 마셨다는 이유로 코카콜라 운전기사가 해고당했다는 뉴스를 봤을 때 필자는 더 이상 코카콜라가 사랑해서는 안될 음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말이 나온 김에 코카콜라와 노조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자.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12년간 코카콜라 배달기사로 일하다 최근 한 슈퍼마켓에서 펩시콜라 한 잔을 마셨다고 해고당한 릭 브론슨. 한 사람의 삶에서 어느 순간 직장에서 해고당하는 일은 그 자체로도 엄청난 일이지만 브론슨의 경우는 그가 노조 하급 간부였다는 점에서 더 문제가 됐다. 그렇지 않아도 코카콜라 사측이 노조를 마땅치 않게 여기던 차에 그를 해고시킨 것은 결국 노조 견제 의도가 아니냐는 주장이 불거져 현재 코카콜라 노조는 브론슨의 복직을 위해 법정소송까지 불사할 예정이라고 한다.

코카콜라에게 해고는 일도 아니다. 심지어 노조를 막기 위해 ‘살인’까지 저지르는 기업이라는 사실에서 기암하지 않을 수 없다.

콜롬비아 극우민병대에 의한 노조원의 살해

1996년 12월 5일 오전 8시 30분. 콜롬비아 카레파. 코카콜라 생산업체 베비다스 이 아리멘토 회사의 노동조합 집행부원 이시드로 세군도 길은 콜롬비아 극우민병대인 연합자위군 소속 군인들에 의해 살해당했다. 민병대원들은 그를 살해한 뒤 한 시간 후 또 다른 노조원을 납치했고 그날 저녁에는 노동조합 사무실을 불질러 버렸다. 그리고 노조를 탈퇴하지 않으면 모두 세군도 길처럼 목숨을 잃게 될 것이라고 노조원들을 협박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발생한 것일까. 코카콜라 본사는 “코카콜라는 자체적인 기업윤리강령에 따라 인권을 존중한다”면서 자신들과는 무관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콜롬비아 코카콜라 측도 “콜롬비아에 있는 음료업체들은 코카콜라 본사로부터 완전히 독립되어 있다”면서 코카콜라 본사의 연루 가능성을 부인했다. 사건이 벌어진 베비다스 이 아리멘토 회사 사장은 “우리로서는 도저히 민병대를 막을 수 없었다”라고 발뺌했다.

정말 그럴까? 또 다른 정황을 살펴보자. 민병대원들에게 노조파괴 지시를 내린 것이 바로 공장의 관리자였으며 당시 노조는 회사측과 단체협상 중이었다. 그러나 살인사건이 벌어지면서 당연히 단체협상은 중지됐다. 그리고 두달 동안 민병대는 아예 공장 정문 바로 앞에 캠프를 세우고 주둔했지만 회사측은 콜롬비아 당국에 신고조차 하지 않았다. 27명의 노동자들이 아예 그 지역을 떠나버렸다. 생명을 부지하기 위해 남은 노동자들도 노조를 탈퇴해야만 했다. 그렇게 노조는 완전 파괴됐다. 월 400달러의 임금을 받던 숙련노동자들은 다 해고되고 이들의 자리는 130달러의 최저임금을 받는 미숙련노동자들로 대체되었다.

플로리다 법정에 선 코카콜라

이 사건이 커지면서 콜롬비아 사법부에서 조사에 착수해 공장 감독관, 생산책임자, 지역 민병대 지도자가 구속되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무혐의 처분을 받고 모두 풀려났다. 콜롬비아 정부 자체가 미국정부, 미국기업들과 밀접하게 연루되어 있는 상태에서 콜롬비아 정부가 미국의 이익에 반하는 어떤 결정이나 조치를 취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였는지 모른다.

그래도 이 사건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콜롬비아에서 도저히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겠다고 판단한 노동자들이 코카콜라 본사의 책임을 물어 미 플로리다 법정에 이 사건을 제소했고 2년여를 끌어온 끝에 지난 3월 31일 플로리다 법정이 이 사건을 맡아 처리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아직 구체적으로 재판이 진행되거나 어떤 판결이 내려진 것은 아니지만 미국 기업이 다른 나라에서 저지른 인권유린 행위의 피해자들이 미국 본토에서 소송을 제기한 거의 첫 번째 사례로 재판 결과가 주목된다.

콜롬비아 지역에서만도 세군도 길 사건 외에도 1989년에 한 명, 1994년에 2명, 2000년에 1명의 노조 활동가, 지도자 살해 혐의를 받고 있는 코카콜라. 이런 이야기를 듣다보면 왠지 코카콜라의 그 빨간 로고가 ‘섬뜩’해지지 않는가? 냉장고 한켠의 빨간 코카콜라 캔을 도대체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마음이 심히 불편해지지 않는가?

이래서 정말, 때로는 모르는 게 약이다.

어쩌면 그래서 코카콜라는 최근 이런 광고 카피를 내놓았는지도 모르겠다.

“Stop thinking! feel it!”

그만 생각하고 느껴보란다. 골치 아픈 일 따위 다 잊어버리고 코카콜라에 대해 들은 것, 본 것 다 묻어버리고 그냥 목을 탁 쏘는 탄산에, 달콤한 맛에 중독되어 버리라는 것일까.

그럼 이 카피는 어떤가?

“어리석게 마시는 것은 이제 그만, 신념을 가지고 마시자.”

“나를 흔들지 말고, 당신의 양심을 뒤흔드세요!”

무슨 카피냐고? 바로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한 아랍, 무슬림들이 중심이 되어 코카콜라에 맞서 개발한 ‘메카콜라(Mecca-Cola)’의 카피다. 이라크 전쟁을 계기로 아랍 국가들과 유럽에서 현재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메카콜라는 이윤의 10%를 팔레스타인 아이들을 위해, 또 다른 10%는 지역 자선사업을 위해 쓴다.

어쨌든 선택은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의 몫이다. 골치 아픈 생각 따위는 집어치우고 그냥 느끼든, 신념을 가지고 마시든.

강은지 (민족21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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