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선거제 국민 공론조사, 여론조사에 그칠까 우려돼

공론조사는 충분한 정보 제공 통한 이해를 바탕으로 진행되어야
국회는 스스로 설정한 시한에 쫓겨 졸속으로 논의하면 안 돼

지난 4월 10일부터 13일까지 나흘 간 1백 명의 국회의원이 선거제도 개편을 두고 토론하는 국회 전원위원회가 끝난지 2주가 지났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당초 예정했던 세 차례의 국민 공론조사 중 1차를 4월 23일부터 28일까지 5일간 전국 성인 남녀 5천 명을 상대로 진행하고, 5월 6일에는 2차 공론조사를 통해 주요 숙의토론 과정을 생중계로 공개할 예정이라고 한다. 뿐만 아니라 정치학자, 법학자 등 선거 관련 전문가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도 진행한다는 모양이다. 관례적으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나 여야 원내대표를 비롯한 비공식 협의체에서 선거제 개편을 논의해왔던 과거와 비교하면 국회가 선거제 개편 과정에서 국민의 의견을 묻는 공론조사는 첫 시도라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 가보지 않은 길이므로 공론조사의 설계와 진행에 있어서는 신중할 필요가 있으며 국민이 그저 장식처럼 동원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비례성과 대표성 강화라는 선거제 개혁의 원칙, 현 선거제도의 문제점, 대안으로 거론되는 각 제도의 장단점과 지향점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이해 없이 시간에 쫓겨 진행된다면 공론조사는 그저 좀더 복잡한 여론조사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컨소시엄 입찰 공고시 계약체결일로부터 60일 내에 설문조사, 숙의토론을 거쳐 중간보고서 및 백서 형태의 최종보고서까지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촉박한 일정 탓에 4월 28일까지 1차 설문조사를 완료하고 5월 6일에 2차 숙의토론(3차 미정)까지 진행하려면 고작 일주일 사이에 시민 패널 500명을 선정하고 일정 통보 뿐 아니라 선거제 해설 자료 제공 및 학습까지 마쳐야 한다. 시민 패널에게 충분한 자료 제공과 설명, 이를 숙지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보장되는 것인지 우려된다. 선거제에 대한 다양한 쟁점이 있는데도 단 이틀에 걸쳐 진행되는 토론 시간 또한 심도 깊은 숙의 과정으로 보기에는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결과적으로 공론조사가 기존의 여론 지형을 단순 재확인할까 우려된다. 숙의 토론은 충분한 설명과 이해를 바탕으로 사회적 합의를 모아가는 데에 의미가 있다.

국회는 공론조사와 병행하여 초정파적 숙의와 합의 과정을 지속해야 한다. 특히 의석과 정당 득표간 불비례성을 개선하는 선거제 개혁을 위해서는 과대 대표되어 온 거대양당이 기득권을 내려놓는 것이 중요하다. 비례성과 대표성 강화라는 대의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을 위해 소수정당 및 시민사회와도 전향적으로 대화해야 한다. 특히 학계와 시민사회는 지난 세월동안 진보와 보수를 뛰어넘어 보다 개혁적인 선거제도를 연구하고 꾸준히 목소리를 내왔다. 그럼에도 국회는 각 당 당론조차 없이 백인백색의 중구난방 논의를 거쳤을 뿐, 시민사회나 학계의 적극적인 의견 수렴은 여전히 부족해 아쉽다.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도 획정 공청회를 진행하며 각 정당과 학계 뿐 아니라 보수 및 진보 시민사회를 초청해 의견을 듣고자 노력한 바 있다. 국회는 스스로 설정한 시한에 쫓겨 선거제도 논의를 졸속으로 진행하지 말고, 충분한 시간과 논의를 바탕으로 국민과 시민사회가 함께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에 의미를 두어야 할 것이다.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과 정치 혐오에 기댄 국민의힘의 의원수 축소 주장으로 정치와 국회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어느때보다 냉담하다. 이럴 때 일수록 국민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고 정치개혁의 근본 과제가 무엇인지 돌아보고, 민주적 절차를 다시 세울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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