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비례대표 늘려야 한다는 놀라운 숙의조사 결과

선거제 개혁 논의, 더 토론하고 숙의해야

정치혐오 여론만 내세우는 반정치적 · 반개혁적 주장 사라져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지난달 4월 24일부터 28일까지 국민 5,000명을 대상으로 1차 여론조사를, 그 중 469명의 시민참여단을 대상으로 5월 6일과 13일에 걸쳐 2~3차 숙의조사를 진행했다. 양일에 걸친 숙의조사 결과, 숙의 전과 비교했을 때 현재보다 비례대표 의원이 더 늘어야 하고, 국회의원 정수 또한 확대해야 한다고 답한 시민이 확연히 늘었다. 놀라운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선거제도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시간이 담보된 숙의의 결과로 단편적인 여론조사와는 다른 결과가 나왔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단순 투표나 여론조사는 불균형적인 정보환경을 바탕으로 개별 시민의 입장을 묻는 것에 그치지만, 숙의형 공론조사는 충분한 정보 제공과 시민 간 토론이 이뤄졌을 경우 의견이 변화하므로 이에 주목해야 한다. 때문에 이번 숙의 조사 전과 후의 시민참여단 답변의 변화 양상은 그 의미가 크다.

먼저 ‘지역구 의원과 비례대표 의원의 구성은?’이라는 질문에 숙의 전 시민참여단의 대답은 ‘지역구 더 늘려야’가 46%, ‘비례대표 더 늘려야’가 27%였는데 숙의 후 ‘지역구 더 늘려야’가 10%, ‘비례대표 더 늘려야’가 70%로 크게 역전했다. 또한, ‘국회의원 숫자는?’이라는 질문에도 숙의 전 시민참여단의 대답은 줄여야 한다 65%, 늘려야 한다 13%였는데 숙의 후 줄여야 한다 37%로 28%p가 감소하고, 늘려야 한다 33%로 20%p가 증가했다.

일부 국회의원들은 그동안 국민 여론을 핑계대며 의원 정수 축소, 비례대표 의석 축소, 심지어 비례대표 폐지를 주장 했다. 국회의원 스스로 국회와 정치에 대한 혐오를 재생산하며 선거제도 후퇴를 조장한 것이다. 하지만 숙의조사를 통해 비례대표제 도입의 취지, 사표를 양산할 수밖에 없는 기존 지역구 선거의 폐해의 보완 기능을 설명하면 유권자 또한 비례대표제의 강화에 충분히 동의할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된 셈이다.

한편 최근 국회 안팎으로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특정 정당이 특정 지역을 대표하는 지역주의 현상을 완화하는데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도 있었지만, 시민참여단의 판단은 달랐다. ‘비례대표의 선출 범위는?’이라는 질문에도 숙의 전 대답은 권역단위 45%, 전국단위 38%에 불과했지만, 숙의 후 권역단위 40%로 5%p가 감소하고 전국단위 58%로 20%p가 증가한 것이다. 한 선거구에서 선출하는 비례대표 의원의 수가 적을수록 비례성 또한 크게 악화된다는 당연한 사실 앞에서 시민들은 이러한 제도를 선호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숙의조사의 유의미한 결과에도 불구하고 숙의형 공론조사의 진행 시기와 기간, 과정에 대한 아쉬움도 있다. 우선 이번 공론조사의 시행 시기가 매우 늦고, 짧은 기간 내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은 무척이나 아쉽다. 선거제도는 유권자 모두가 직접적인 이해관계에 있는만큼 공론조사에 활용된 발제 및 토론자료 등은 선거제에 관심 있는 모든 국민이 볼 수 있도록 공개될 필요가 있다. 더 많은 국민이 선거제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토의할 수 있을 때, 우리 사회는 선거제 개혁에 더 가까운 원칙에 합의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국회의 차례다. 국민 공론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국회 전원위원회는 소위 구성에도 합의하지 못한 채 목표로 했던 복수안 마련을 위한 논의도 방기하고 있다. 이번 숙의 조사에 참여한 시민들은 토론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과감하게 바꾸는 열린 토론 태도를 보였다. 적어도 제대로된 논거도 없이 자신의 이해에 근거해 반대 여론만을 내세우며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폐지, 비례대표 폐지나 정수 축소까지 주장하는 일부 국회의원들의 반개혁적 언사는 중단되어야 할 것이다. 국회는 이번 숙의 조사의 의미를 되새겨 제대로 된 선거제 개혁 원칙을 세우기 위해 추가 논의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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