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20년 09월 2020-08-28   591

[통인뉴스] 쓰레기 없는 하루, 어떨까요?

쓰레기 없는 하루, 어떨까요?

청년참여연대 1박 2일 제로웨이스트 도전기

 

글. 박승대 청년참여연대 운영위원 

 

 

7월 11일, 12일 청년들이 가평으로 워크숍을 떠났습니다. 청년참여연대 <지구 살림 반성기> 프로그램의 마지막 순서인 제로웨이스트Zero-waste 1박 2일 챌린지를 위해서입니다. 기후변화와 환경파괴에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청년들은 이번 챌린지에 대한 의욕으로 가득찬 모습이었습니다. 챌린지의 목표는 ‘제로웨이스트’였지만 우리는 원래 목표에서 조금 타협한 ‘레스웨이스트Less –waste’를 실천해보기로 했습니다.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먼저 사전 준비가 필요했습니다. 1박 2일 동안 쓰레기를 만들지 말자는 캠페인이다 보니, 숙소에서 사용할 개인 물품은 모두 챙겨 와야 했어요. 워크숍 동안 종이컵 대신 텀블러를 쓰고, 각자 개인 반찬통을 챙겨 와서 일회용 접시 없이 식사할 수 있었죠. 출발 하루 전 저 역시 짐을 싸면서 1박 2일을 머리에 그려보고 반찬통, 텀블러, 개인 수저, 젓가락, 장바구니 등을 챙겼습니다. 

 

쓰레기 없이 요리가 가능해?

드디어 출발 당일, 부랴부랴 전날 준비했던 물품들을 챙겨 약속 장소인 청량리역으로 향했습니다. 가평 숙소에 도착해 짐을 정리하고 다 같이 모여서 간단한 게임도 했어요. 배꼽시계는 우리의 배고픔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무엇을 먹어야 쓰레기를 더 적게 만들 수 있을까요? 참가자들은 곧바로 회의에 임했습니다. 저녁메뉴 팀과 안주메뉴 팀으로 나누어 어떤 음식을 만들어야 쓰레기를 줄일 수 있을지 열띤 논의를 펼쳤어요. 가공이 많이 필요한 음식은 쓰레기가 많이 나온다는 데 모두가 동의했고, 조리 과정이 간단한 음식을 만들자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최종적으로 저희 안주 팀이 만들기로 한 메뉴는 두부김치와 제육볶음! 필요한 재료는 두부와 김치, 돼지고기, 그리고 식용유였습니다. 장보기에 앞서 구입할 재료들을 종이에 적고, 각자 집에서 가져온 ‘제로웨이스트의 친구’ 장바구니와 반찬통도 챙겼습니다. 반찬통은 포장지 대신 재료를 담아오기 위한 용도로, 장바구니는 구입한 물건이 많을 경우 비닐봉지 대신 담아 오기 위한 용도입니다. 그렇게 약 1시간 동안 논의한 후 마트로 향했습니다. 

 

쓰레기 만들지 않고 장 보는 방법

그런데 막상 마트에 가보니 예상과 달리 돼지고기와 김치를 반찬통에 담아서 사오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었습니다. 김치는 이미 포장이 되어 있었고, 돼지고기를 담기엔 저희가 준비한 반찬통의 크기가 너무 작았기 때문이에요. 저희는 돼지고기 말고 재활용 효율이 좋은 음식이나 재료가 있는지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팀원 간 대화를 통해 돼지고기가 필요한 제육볶음 대신 재활용 용기에 재료가 담긴 쭈꾸미 전골로 메뉴를 변경하였고 두부김치에 필요한 김치는 반찬 가게에서 구입하기로 했습니다.

 

그다음은 두부. 두부는 원래 직원이 비닐봉지에 담아 가격표를 붙여 주면 계산대에서 구입하는 방식이었는데요, 이렇게 사용된 비닐은 자연에서 분해되려면 수백 년이 걸린다고 합니다. 저희는 직원에게 양해를 구해 두부를 반찬통에 담아달라고 부탁했고, 직원은 흔쾌히 두부를 반찬통에 담아 계산해주었습니다. 마트 직원의 협조를 구하는 것도 제로웨이스트 운동의 일환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트에서 장보기를 마치고 이번엔 김치를 구입하기 위해 주변 반찬가게를 찾았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방문한 세 군데 반찬가게 모두 이미 포장되어 있는 김치만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더운 날씨에 여러 가게를 돌아다니는 일에 지치기도 했지만, 쓰레기를 만들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결국 식당까지 찾아가게 됐습니다. 열 곳이 넘는 식당을 방문했지만 김치를 구하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마지막으로 들른 식당에서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김치를 구하러 왔다”고 간곡하게 양해를 구했습니다. 어찌 보면 황당했을 제안에 식당 사장님은 청년들의 마음을 이해해주었는지 김치를 내주셨습니다. 

 

평소엔 아무렇지 않게 구입했던 식재료들을 쓰레기를 만들지 않고 전부 구입한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었어요. 쓰레기가 나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과일조차 마트에서는 전부 포장해서 판매하고 있었으니까요. 책이나 글로만 접했던 제로웨이스트를 실제 현실 속에 구현하는 것은 생각보다 더 큰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저희가 믿고 실천하는 가치를 이야기 하다 보면 더 빨리, 더 많은 사람들이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

 

제로웨이스트 확산을 위한 캠페인 고민하기

저녁 식사를 마친 뒤 참가자들은 다시 모여 회의를 시작했어요. 워크숍의 주된 목표는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청년들이 직접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해보는 것과, 8월부터 올 연말까지 진행할 환경문제 관련 캠페인을 기획하는 것. 본격적인 기획논의에 앞서 조희원 청년참여연대 사무국장이 캠페인 기획의 접근 방식과 고려해야 할 요소, 참고할 만한 캠페인 사례 등을 설명해주었습니다. 

 

그리고 각자 가장 심각하다고 느끼는 환경 문제는 무엇이고,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구체적으로 고민해보고 그 내용을 포스트잇에 적어 내용을 취합했습니다. 캠페인 방식은 ‘자료아카이브’, ‘직접행동’, ‘시설탐방’, ‘콘텐츠 및 굿즈 제작’으로 좁힌 후 회의에서 취합한 주제를 바탕으로 다시 ‘제로웨이스트 마켓 아카이브’, ‘자원회수시설 탐방 브이로그’, ‘한강 플로킹’ 세 가지 캠페인 후보를 추렸습니다. 

 

참가자들은 캠페인 후보 중 시급성·준비성·효과성 등 평가 기준에 따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점수를 부여한 후, 가장 높은 점수가 나온 캠페인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투표 결과, ‘친환경 제품 판매가게 지도 제작’이 올 하반기 실행할 캠페인으로 최종 선정되었습니다. 회의를 하면서 환경 문제에 대한 각자의 생각과 해결 방안을 공유할 수 있어서 너무 소중한 시간이었어요. 이러한 과정은 책 한 권이나, 영상 몇 개를 보는 것보다도 훨씬 더 와 닿은 부분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일상에서 실천하는 ‘제로웨이스트’

다음날, 참가자들은 1박 2일 동안 얼마나 쓰레기를 줄였는지 평가해보는 시간을 가졌어요. 레스웨이스트라는 관대한(?) 목표를 세우고 출발했지만, 쓰레기를 한 개도 안 나오게 한다는 것이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다 먹을 수 있을지 충분히 계산하지 못해서 생긴 음식물 쓰레기와 소주병, 맥주 페트병 등이 쓰레기로 나왔습니다. 

 

1박 2일 동안 어떻게 하면 더 쓰레기를 줄일 수 있을지 고민하며, 일상에서는 실천해보지 못한 제로웨이스트 방법을 연구하면서 여러모로 스스로 배울 점이 많았던 워크숍이었습니다. 제로웨이스트 챌린지가 끝나고 일상에 복귀해서도 그동안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던 플라스틱 빨대를 쓰지 않고,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를 들고 다니는 등 조금이나마 달라진 내가 되기 위해 노력하기로 했습니다. 여러분도 저처럼 1박 2일 제로웨이스트, 한번쯤 도전해보면 어떨까요? 

 

월간참여사회 2020년 9월호 (통권 278호)

 

>> 2020년 9월호 목차보기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