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6년 09월 2006-09-01   296

평화국가를 만들자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발족 3주년 기념 심포지엄이 8월 10일 배재대 학술지원센터 세미나실에서 열렸다. 1부에서는 왜 지금 ‘평화국가’를 만드는가, 2부에서는 ‘평화국가’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를 주제로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여기서 참여연대가 말하는 ‘평화국가’는 무엇인가. 그것은 안보국가의 개념을 넘어서서, 평화를 제일의 가치로 삼고, 시민이 주체가 되어 평화적 방법으로 평화를 추구하는 정치공동체라 설명한다.

그렇다면 평화란 무엇일까. 나는 일본의 피스 보트(PEACE BOAT)라는 시민단체의 세계일주 프로그램을 얼마 전에 다녀왔다. 여러 나라를 다니며 느낀 것은 저마다 생각하는 평화가 다르다는 것이었다. 내전을 겪고 있는 나라, 기아에 허덕이고 있는 나라도 현 상태를 평화와 연결짓는다. 그런 상황에 처해 있는 나라의 사람들에겐 평화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들과 내가 생각하는 평화는 다른 것이었다. 역으로 내가 그동안 살아왔던 사회가 ‘평화’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왜 그랬을까.

가난이 없는 것, 고통이 없는 것, 차별이 없는 것, 평등한 것, 서로 신뢰하면서 살 수 있는 것, 국경이 없는 것……. 평화라 하면 떠오르는 것은 지극히 소박한 것부터 거창한 것까지 폭넓고 다양하다. 이것들은 일반적인 것일 수도 있고 특수한 개념일 수도 있다. ‘무엇은 평화’라고 정의할 때 누구나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것은 다 다를 것이다. 예를 들어 정신적으로 또는 물질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하는 사람이 느끼는 평화는 지극히 다르다.

핵에 대한 공부를 했을 때 그 고민은 시작했다. 핵이 정말 무서운 것이고, 세상에 존재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 생각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순간 핵 없는 세상이 평화라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군대도 마찬가지이다. 국가안보를 제일의 가치로 삼는 데는 동의하지 않지만 지키고 보호하기 위해서는 군대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것이 바로 평화라고 감히 말하는 사람이 있다. 굶어 죽어가는 아이가 있는데 너무 많이 먹어 비만이 되는 아이가 있고, 아직도 사람을 죽이기 위한 끊임없이 무기를 만들고 있다는 사실. 이런 것에 분노하고 울고 있는 나를 발견했을 때는 그런 의문이 사라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 다시 일상생활로 돌아가게 되면 잊고 마는 나, 이중적인 나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래도 다시 외쳐본다. ‘평화국가’를 만들자고. 그것은 나를 위한 것도 아니며, 어떤 거대한 담론도 아니다. 시민운동 속에 파고들어야만 하는 숙제이며 마땅히 해야 하는 것이다. 머리로만 아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느꼈을 때 그것을 깨달았다고 할 수 있듯이, 이젠 ‘평화국가’를 머리로만이 아니라 몸으로 만들어보자고 외친다.

이진선 참여연대 자원활동가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