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6년 09월 2006-09-01   371

인생 ‘한방’을 권하는 사회

복권에 당첨되어 한순간에 벼락부자가 된 사람들을 보면 예전에는 마냥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요새 언론에 나오는 ‘바다이야기’의 피해자들을 보니 ‘인생 한방’이란 단어가 ‘인생 마감’이란 단어처럼 보인다.

“어떤 고액복권의 당첨자가 거액을 손에 쥐었지만 무분별한 소비와 잇단 사업 실패, 술과 마약으로 인해 범죄의 길로 접어든 후, 당첨금을 모두 탕진하고 전보다도 어려운 생활을 하다가 자기 부모 집 차고에서 목을 매 자살했다.” 예전에 해외토픽에나 나왔을 법한 기사가 이제는 더 이상 우리와 무관한 이야기가 아닌 것 같다. 국내에서도 로또복권 발행 이후 고액당첨자들의 이야기가 방송이나 신문에 많이 나왔지만 그리 유쾌한 내용은 본 적이 없다. 복권당첨금 분배로 인한 분쟁이나 가정파탄 소식도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10억 원 이상 고액 복권에 당첨된 사람들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80%가 당첨 후 삶이 불행해졌다고 하고, 20%만 행복해졌다고 한다. 불행해졌다고 응답한 사람의 60%는 경마, 경륜, 도박 등을 통해 재산을 탕진하였고 기혼자의 60%는 배우자와 돈 문제로 인해 이혼을 했다. 불행해진 사람의 80%는 사업을 하다가 실패했고 당첨자 대부분이 기부 권유와 협박에 밤잠을 설쳐본 경험이 있다고 대답했다.

아마도 사람의 욕심이 끝이 없기 때문에 복권당첨자의 대부분이 불행해졌다고 대답하는 것 같다. 돈이 생기면 또 더 큰 돈을 원하게 되고, 한 번의 요행이 있으면 또 다른 요행이 있을 거라고 믿게 되기 때문에 그 마음을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어 불행한 게 아닐까? 이에 반해 복권 당첨 후 삶이 행복해졌다고 하는 사람의 대부분은 당첨금의 일부 또는 전액을 사회복지시설이나 불우한 이웃에게 기부한 사람이며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고 한다.

또 불행하다고 응답한 사람의 70%는 당첨 후 자신이 하던 일을 버리고 다른 일을 한 반면 행복하다고 응답한 사람의 90%는 당첨 후에도 직장생활을 유지했다고 한다. 돈에 의해 행복하고 불행해진다는 건 정말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겠지만 현실이 그렇지 못한 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괴테의 ‘파우스트’를 읽어 보면 주인공 파우스트는 그의 영혼을 악마에게 팔고 24년 동안 악마의 힘을 빌린다. 천국과 지옥을 넘나들고 지상에서는 최고의 향락을 향유하지만 어떠한 만족도 느끼지 못해 결국 인간의 순수함과 사랑으로 되돌아간다. 영화 ‘일곱 가지 유혹’에서도 주인공이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얻기 위해 악마와 자신의 영혼을 담보로 7가지 소원을 들어주는 거래를 하지만 악마가 만들어주는 부유하지만 거짓된 삶보다는 조금 부족해 보이지만 진실한 삶을 택한다. 100원을 투입하고 최고당첨이 되면 250만원을 받게 된다는 ‘바다이야기’는 희망이 부족한 대한민국의 또 다른 모습인 것 같아 씁쓸하다. 대한민국 사회가 ‘가짜’ 희망 때문에 인생을 한방에 보내는 사회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정대철 참여연대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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