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4년 09월 2014-09-01   601

[역사] 참여연대는 역사다

참여연대는 역사다

김정인 춘천교육대학교 사회과교육과 교수

1994년 9월 10일 참여연대가 탄생했다. 그로부터 20년이 흘렀다. 돌이켜보면, 참 많이 변한 세월인 듯싶다. 그러나 꼼꼼히 짚어보면 세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분명한 건, 참여연대는 늘 그 세상과 세월 속에서 더 나은 삶을 위해 부단히 애써왔다는 사실이다. 물론, 타성과 관행의 벽에 흔들리고 부딪히고 때론 외톨박이가 될 때도 있었지만, 지치지 않고 열심히 살아왔다. 그 발자국 속에는 참여연대의 영광과 좌절의 순간을 함께 했던 언론과 애증(?)의 세월도 녹아 있다. 

1994년, 누구도 걷지 않는 새길

1. 시민연대 출범

2. 민주화 감시 시민단체 참여연대 어제 출범

3. 새 사회운동 참여연대 발족

4. 참여연대 공식 출범

참여연대 출범을 알리는 신문 기사의 제목이다. 각기 다른 제목에는 참여연대 출범을 바라보는 각 언론의 안목이 담겨 있다. 1은 동아일보, 2는 조선일보, 3은 한겨레, 4는 경향신문의 제목이다. 제목만큼 기사 내용도 다를까? 동아일보와 한겨레를 살펴보자. 동아일보는 참여연대가 창립당시 표방한 정치적 중립성에 관심을 보였다. “참여연대는 정치적 중립을 지키면서 활동 방법에 있어서 가급적 집회나 시위 방식을 탈피하는 방법으로 정치적으로 성격이 강하거나 활동 범위가 포괄적인 기존의 재야 혹은 시민단체와 차별화를 시도할 방침”이라는 것이다. 한겨레는 참여연대가 ‘국가 권력 감시, 정책 대안 제시, 실천적 시민행동을 통한 참여민주사회 건설’을 목표로 한다는 점을 짚고 나서 “기존 시민운동과 재야운동의 성과를 토대로 새로운 차원의 사회운동을 모색한다는 점에서도 기대를 모은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가 기존 재야운동 및 시민운동과의 차별성에 주목했다면, 한겨레는 계승성을 강조했음을 알 수 있다.  

참여연대는 출범하자마자 연일 새로운 시민운동 방식을 선보여 언론의 각광을 받았다. 공정거래법에 대한 위헌소송, 내부비리 제보자 보호 법률안의 입법청원, 그 해 10월에 일어난 성수대교 붕괴 참사 관련 인사들에 대한 검찰 고발, 인사청문회 도입을 포함한 의회 개혁 요구, 국민생활 최저선 확보운동과 이를 위한 공익소송 등이 주목받았다. 언론이 볼 때, 1994년의 참여연대는 누구도 가지 않은 새 길을 닦는 시민운동의 개척자였다.

2004년, 갈림길에 선 참여연대

참여연대에게 창립 10주년을 맞은 2004년은 갈림길에 섰던 해였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 국회 통과와 촛불 시위, 열린우리당의 과반수 의석 획득과 진보정당의 원내 진출, 4대 개혁 입법을 둘러싼 보수와 진보의 이념 충돌 속에 참여연대를 보는 언론도 ‘편’이 갈렸다. 조선일보는 참여연대 10년을 돌아보며 초기의 눈부신 활약에 경의를 표하면서도 2004년의 참여연대에 대해서는 날선 비판을 담은 칼럼을 내보냈다.  

참여연대가 정점에 이른 것은 2000년 총선시민연대 낙선운동을 이끌 때였다. 정점 이후는 필연적으로 내리막일 수밖에 없는 것일까. … 총선연대가 결과적으로 특정 정파에 힘을 실어주는 사실을 보면서 유권자들은 ‘이게 아닌데’ 했다는 것이다. 참여연대가 초기에 보여주었던 창의성은 작지만 강한 효과를 발휘하는 힘을 찾아내 실현하는 데 있었는데 결국 또다시 ‘뭉쳐서 힘겨루기’로 가는 것을 보면서 실망했다는 것이다. 

초심을 잃고 정파적 운동 단체가 되어버렸다는 비판이다. 또한, 참여연대가 국가보안법 폐지 운동에 앞장서는 것은 ‘특정정파의 전위대 같은 인상에서 벗어나 정파를 넘어선 다양한 시민의 의견을 수렴해야 하는 참여연대’에 악수惡手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러한 조선일보의 참여연대 비판 수위가 시간이 갈수록 높아져 어느새 양식 있는 시민단체가 아니라 대표적인 친북좌파단체로 호명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참여사회 2014년 9월호 (통권 214호)

그리고 2014년, 거리에 선 참여연대  

2014년, 20주년을 맞는 참여연대에 대해 조선일보는 기존의 이념적 잣대 그대로 ‘2008년에는 촛불시위를 이끌더니 이제는 세월호 참사 유가족과 함께 거리 농성에 나섰다’고 비판하고 있다. 한편, 조선일보 공익 섹션인 ‘더나은미래’의 기사에 따르면, 참여연대는 ‘지난 5년간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변화를 이끌어온 공익 단체’를 묻는 설문조사에서 아름다운재단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하나의 신문 속에서 두 얼굴의 참여연대를 보는 감회가 남다르다.    

지난 20년간 참여연대는 세상 모든 사람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애써왔으나, 세상 모든 사람의 박수를 받지는 못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의 박수를 받기 위한 타협의 삶을 살지도 않았다. 그래서 오늘도 ‘참여’와 ‘연대’의 가치를 포기하지 않고, 세월호 참사 유가족과 함께 모든 이의 안전하고 행복한 삶을 위해 거리에서 싸우고 있다. 그렇게 역사의 한가운데에서 눈물 흘리는 사람들과 함께 서 있다. 참여연대 파이팅!

김정인
참여연대 창립 멤버, 현 참여연대 운영위원회 부위원장. 한국근현대사를 전공하였다. 한국 민주주의와 시민사회의 궤적을 좇는 작업과 함께 동아시아사 연구와 교육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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