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2년 02월 2012-02-06   1537

위대한 시민-서울시 학생인권조례제정 역전만루홈런의 주역

서울시 학생인권조례제정 역전만루홈런의 주역


열혈 청소년 김인식, 정은진

 

강지나 「참여사회」 시민기자

곽노현 교육감이 업무에 복귀하고 교육과학기술부와 서울시교육청의 재의 요구가 철회되었음에도 서울시 학생인권조례는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다. 학생들이 직접 조례안을 구성하고 주민 발의를 통해 상정되는 민주적 절차를 거쳤는데도, 일부 보수적 교육 단체들과 교과부는 수업권과 학습권을 근거로 들며 조례 제정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생인권조례 주민 발의에 참여했던 학생 당사자 김인식(20세) 씨, 정은진(19세) 씨를 만나 얘기를 들어보았다.

 

“경험에 비추어 직접 조례안 만들었어요”

김인식 씨는 고등학생이었던 2009년부터 학생인권조례운동 밑작업을 준비했다. 그가 이 운동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학교에서 일어나는 말도 안 되는 상황들을 직접 겪었기 때문이었다.

  “학생 생활 규정을 개정한다는데 실제로 학생들의 참여는 완전히 배제되어 있었다. 형식적으로만 학교의 삼주체로서 학생이 있을 뿐 아무리 학생회가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해도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학생회도 학생회장 선거 출마에서부터 유인물 붙이는 활동까지 학교장의 검열을 받아야 했다.”

  정은진 씨는 보충수업 문제를 놓고 학교와 부딪혔다.

 
  “보충수업을 사실상 강제로 하면서 학교에서는 요식 행위로 ‘보충수업 동의서’를 받는다. 내가 동의를 거부했더니 선생님들과 교장, 교감 선생님이 ‘그렇게 하려면 전학 가라’는 압력을 계속 주었다. 결국 나의 거부 때문에 그 해 보충수업과 야간자율학습은 이루어지지 않았는데, 일부 선생님들이 학생들에게 ‘너희가 보충수업을 못 받는 건 누구 때문이다’라며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전교생에게 외면당하고 욕을 먹었다. 하지만 실제로 그 다음 해에 이뤄진 보충수업과 야자는 원하는 학생들만 참여했기 때문에 분위기도 좋고 질도 향상되었다.”

 
  이들이 학교 현장에서 겪은 인권 침해의 사례는 이 뿐이 아니다. 양말과 속옷 색깔까지 친절히 정해주는 복장 규정, 수시로 이뤄지는 소지품 검사, 대화와 이해보다는 명령과 강압으로 이뤄지는 지도 등. 아마 학교를 졸업한 사람이라면 대부분 겪은 일일 것이다. 여러 번 욱했다가 참은 경험도 있을 것이다. 그럼 우리는 왜 12년의 정규 교육 과정 동안 수차례 욱하고 또 참기를 반복하는 것일까?

  “나이 많은 사람에게는 무조건 복종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는 것 같다. 거기다가 학생들은 어리고 아직 미숙한 존재이므로 성숙한 판단을 하지 못한다는 생각을 기본 전제로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어려도 스스로 결정할 권리와 자유는 있어야 한다. 그런 권리와 자유가 없기 때문에 학생들이 어릴 때부터 타율적인 교육을 받는 습성이 생기게 되는 것 같다.”

 

우리 사회의 인권 점수는?

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본부의 활동가들은 6개월 간 12만 명의 서울시민들의 서명을 받기 위해 불철주야 발로 뛰었다. 어린이대공원, 신촌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갔다. 한 활동가는 부친상을 당했는데 장례식장에 온 조문객들에게도 서명을 받았다. 서명을 받으러 다니다가 대상포진에 걸린 활동가도 있었다. 격려하며 캔커피를 쥐어준 시민들이 있는가 하면, 주민등록번호와 주소까지 정확히 기입해야 서명이 유효하기 때문에 꺼리는 시민들도 많았다. 그렇게 어렵게 발의한 조례안 선포를 정작 교육 관계자들이 막았다. 이런 상황은 교육 관계자들이 일반 시민들보다도 낮은 인권 의식을 갖고 권위주의에 찌들어있는 우리 교육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준다.

 
  “이번 운동에 참여하면서 우리 사회의 인권 의식이 얼마나 미숙한지 깨달았다. 조례안을 보면 오히려 기존에 통과된 경기도 학생인권조례보다 후퇴해 있는데도 반대가 만만치 않다. 이것은 서울시민들의 민의를 배반하는 행위다.”

 

조례 제정에 대한 우려, 정말 그럴까?

 
학생인권조례제정을 한사코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몇 가지 쟁점에 대한 은진 씨와 인식 씨의 반론을 정리해보았다. 우선, 일부 보수 단체들은 학생인권조례를 위시한 체벌 금지 조항이 교사가 학생들을 지도하기 어렵게 하고 결국 학교 폭력을 예방하기 어렵게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두 사람의 의견은 다르다.

 
  “학생인권조례가 아니어도 체벌에 대한 규제는 항상 있어왔다. 그러므로 체벌을 통한 학교 폭력 예방과 학생인권조례를 연결시키는 것은 억지다. 또한 체벌을 사랑의 매라면서 미화하려고 하는데, 학생들과 대화하고 이해하고 수용하는 과정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지도가 가능하다. 사실 학생에 대한 체벌은 물리적인 폭력을 넘어서 언어적, 정신적 폭력을 포괄한다. 체벌 금지를 악의적으로 이용한다든지 학생이 교사를 때린다든지 하는 사례를 거론하는데, 언론은 몇몇 극단적인 사례를 들어 실제 학교 현장의 모습보다 훨씬 자극적으로 보도한다.”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는 조항 또한 수업과 안전을 명목으로 하는 수많은 반대에 부딪쳤다. 결국 최종안은 초안보다 많이 수정되어 최소한의 범위에서 교장과 교직원의 감독 하에 허용된다는 단서 조항을 달았다.

 
  “미성숙하다고 집회를 통한 표현의 자유를 국가가 규정하고 지도한다는 것은 사실 보호라는 미명 하에 또 하나의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라고 두 사람은 말한다.

 
  마지막으로 언론에서 가장 선정적으로 다루고 있는 성적 지향과 임신·출산 등으로 인한 차별 금지 조항이다. 이 조항은 동성애를 양산하고 청소년의 성관계와 임신을 부추긴다는 보수 단체들의 반대에 부딪치고 있다. 그러나 두 사람 의견대로 “십대의 성관계, 임신에 대해서는 더 실질적이고 자세한 성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또한 동성애 부분은 성적취향에 대한 주류의 시각에 우리가 너무 편중되어 있는 것이다.”

  학생인권조례의 출발은 학생도 ‘권리’를 가진 ‘인격체’라는 생각이다. 학업만을 위해 살아가는 존재가 아닌 권리와 자유를 가진, 그 단계에 걸맞은 성숙한 인격체로 그들을 인정한다면 우리의 인권 의식도 한층 성장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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