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3년 05월 2003-05-01   1202

지역운동중계차 제주 ‘야생화 한송이 들릴까요?’

먹고 노는 관광에서 생태문화기행으로


“여러분들이 지금 보시는 오름은 용눈이 오름이라고 부릅니다. 이 오름의 북동쪽에서 보면 용이 한 마리 누워있는 모습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죠. 이 오름은 화산 활동으로 만들어졌고 초원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제주의 초가를 닮은 아름다운 오름의 곡선을 볼 수 있고요, 야생화의 천국이기도 합니다. 오늘은 용눈이 오름의 봄 야생화를 만나 보겠습니다.”

제주 생태문화해설가들이 최근 생태문화기행이란 새로운 관광문화 실험에 나섰다.

우리나라 국민 대부분이 ‘관광도시’하면 제일 먼저 떠올리는 제주도. 실제로 관광산업은 제주에서 생명산업이라 불릴 정도로 비중이 큰 산업이다. 그러나 질보다 물량에 중점을 둔 관광정책은 적지 않은 폐해를 낳고 있다. ‘많은 관광객이 찾아와 많이 쓰도록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는 관광정책으로 인해 해안에는 숙박시설이, 산간에는 골프장을 비롯한 대규모 리조트 시설이 하루가 다르게 들어서고 있다. ‘굴뚝 없는 청정산업’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관광산업이 제주도의 생태계를 파괴하는 공해산업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생태문화기행은 이에 대한 깊은 반성에서 태동했다. 관광은 일상을 떠나 새로운 세계를 접하면서 삶의 에너지를 재충전하는 것이다. 제주는 그 무엇으로 찾아오는 이들에게 활력을 줄 것인가? 대규모 위락시설? 아니다. 바로 아름답고 건강한 제주의 생태와 문화라고 자신있게 대답한다.

이들은 작년 제주참여환경연대가 열었던 제1회 에코가이드 아카데미를 수료하고 나서도 7개월 동안 주 2회 생태공부와 현장교육, 실습을 해오며 만반의 준비를 해왔다. 이들은 올 4월부터 매달 셋째 일요일 매번 다른 주제로 시민들과 함께 생태문화기행에 나선다. 지난 4월 20일 열린 첫 생태문화기행의 주제는 ‘봄과 함께 찾아온 야생화’. 참가자들은 생태문화해설가들의 안내로 약동하는 봄의 생명력을 만끽했다.

“저희들이 생태문화기행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제주의 생태가 지금보다 건강해지는 것이고, 건강한 자연 속에서 사람들이 몸과 마음의 건강과 균형을 회복하는 것입니다. 우리 자신이 생태문화기행을 통해 생태의 중요한 한 부분이 되기를 소망하는 마음도 있구요.”

11명으로 이뤄진 이 모임의 이름은 올레. 큰길에서 집까지 돌담으로 구불구불 이어진 골목길을 이르는 제주도 방언이다. 미지의 세계를 찾아가는 가벼운 설레임, 손님을 맞이하는 따스한 마음, 올레에 담긴 생태적 지혜를 담아 붙인 이름이다. 이들은 서로를 산들바람, 물매화, 마타리, 다람쥐꼬리, 무명초, 머털도사, 섬잔대, 노루귀, 솔향, 딱따구리, 쑥대낭이라고 부른다. 자연의 일부가 되고 싶어 그렇게 부른다.

이들의 발걸음이 피로한 섬 구석구석을 누비며 새로운 활력소를 불어넣기를 기대해본다.

홍영철 제주생태문화해설가모임 교육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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