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7년 06월 2017-05-30   371

[통인뉴스] 선거 이후에도  시민정치가 지속될 수 있을까?

 

선거 이후에도 시민정치가 지속될 수 있을까?

‘5.9대선 평가와 시민사회운동의 과제’ 집담회 열려

 

글. 김건우 참여사회연구소 간사

 

기존의 한국 정치지형을 설명하는 표현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처음부터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없는 상황을 가리키는 말로, 한국 사회에서 지속되어 온 ‘보수독점의 정치구조’를 말한다. 이는 이념갈등을 포함하는 세대균열의 구조화와 인구구성 변화의 결합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지난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예상 밖의 참패를 했고, 국민의당이 약진하면서 기존 정당체계의 판도가 흔들렸다. 그 이후는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국정농단 사태로 비롯된 새누리당의 몰락이다. 이후 촛불의 힘으로 열린 조기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는 비교적 수월하게 당선되었다. 

이러한 과정이 기존 정치체계의 구조적인 변화를 의미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특히 대선을 통해 나타난 여러 특이점들을 정당체계의 단절이나 새로운 정치구조의 산출로 해석해도 될까? 그것이 아니라면, 문재인 정부의 탄생은 보수 세력의 몰락으로부터 얻어진 ‘임대된 권력’일까? 지난해 가을 시작된 촛불집회부터 이번 대통령 선거까지를 하나의 사건으로 본다면 이 사건이 앞으로 한국정치와 시민사회운동에 주는 함의는 무엇일까?

위 질문에 답하기 위해 참여연대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는 19대 대선을 평가하고 그로부터 향후 전망을 읽어내는 <5·19대선 평가와 시민사회운동의 과제> 집담회를 진행했다. 

 

월간 참여사회 2017년 6월(통권 246호)

19대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 직후인 5월 11일, 참여사회연구소는 ‘5.9 대선 평가와 시민사회운동의 과제’ 집담회를 개최했다. 장지연 참여사회연구소 <시민과 세계> 편집위원장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패널에는 김윤철 참여사회연구소 부소장, 박정은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서복경 서강대현대정치연구소 교수,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연정 배제대 공공정책학과 교수가 참석했다.

 

이번 대선은 중대선거인가?

이번 대선을 두고 가장 치열하게 논의된 쟁점은 이번 선거가 ‘중대선거critical election’냐는 것이다. 대개 중대선거 혹은 결정적 선거란 구조적으로 장기간 지속된 지배적 정치연합이 새로운 지배적 정치연합으로 대체되는 것이다. 이는 구조적 기반들(정치체계, 인구구성, 유권자, 정당체계, 정치쟁점 등)의 변동을 조건으로 한다. 이번 선거는 분명 기존 정당구조의 균열로 인해 다당체제로 치러진 선거였으며 정당의 지지기반인 유권자 또한 상당 부분 흔들렸다는 점에서 중대선거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한 발자국 물러서더라도, 이번 대선부터 다음 총선까지의 기간을 중기적 시야에서 본다면 새로운 시스템이 안착해가는 과도기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그동안 다수자로서 정치우위에 섰던 보수세력의 지지기반이 처참히 무너졌다. 이는 지역정치의 마감을 뜻하는 동시에 그들의 생존 기반이었던 안보와 발전주의 등 낡은 프레임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중대선거의 맹아 정도는 발견했다고 할 수 있지만 지금의 정치적 제도 즉, 다당체제가 지속되기 힘든 선거제도나 정치구조를 고려한다면 맹아의 발견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소수정당이 뚜렷한 정책적 메시지를 던졌고 기존의 양당체제에 포섭되지 않는 유권자에 대한 대표성을 자처했지만, 지금의 제도로는 그들이 지속적으로 유지되기 힘들다. 선거제도 차원에서 그렇고, 의회의 의석수 분포를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결국 발견된 맹아는 다시 소수정당이 거대정당으로 흡수되어 사라질 수 있다. 분명 이번 대선에서는 근 30년간 지속되어온 유권자나 정당구도의 분열이 목격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균열을 통해 진보세력이 다수자로서 재배열되고 기존의 정치체계를 단절하는 계기로 작용하려면 선거제도 개혁이 전제되어야하고, 기존의 프레임이 해체되어야 한다. 이는 곧 정당과 시민사회운동의 장기적 과제이기도 하다.

 

광장의 정치는 지속될 수 있을까?

대다수 토론자들이 이번 대선을 촛불이 만들어냈다는 데 공감했다. 그리고 광장의 정치로부터 새로운 시민이 등장했다는 것이다. 도처에 있었지만 이번 계기로 ‘발견된’ 시민은 공통된 의제로 묶이지 않는 불균등한 존재다. 하지만 스스로의 힘으로 권좌에 앉아 있던 낡은 권력을 끌어내리고, 개혁정부를 세웠다는 공통의 경험은 이후 한국 정치사회에 중요한 가능성과 토대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광장이 닫힌 이후에도 정치 공간에 시민들의 자리가 마련될 수 있을까? 불균등한 시민을 묶어낼 수 있는 의제는 무엇일까? 또한 그동안 무수히 목격해왔던 ‘개방되었지만 급속하게 닫혀버렸던 시민정치의 휘발성’이라는 한계로부터 시민정치의 토양을 형성할 수 있을까? 

위 질문에 대한 답으로 김윤철 참여사회연구소 부소장(경희대 교육대학원 교수)은 ‘촛불연합’을 제시했다. 이는 1932년 미국 대선에서 루스벨트를 당선시키고 그 선거를 중대선거로 만들었던 ‘뉴딜연합’에서 착안한 개념이다. 한국사회는 ‘민주화’ 이후에도 고착된 적폐들로 민주주의의 빈 공간이 넓어지며 이른바 민주주의의 위기를 겪어왔다. 이로부터 새롭게 형성된 촛불시민과 개혁에 동의했던 많은 시민들은 대선을 통해 적폐 청산과 변화에 표를 던졌다. 이러한 의지와 동력을 ‘촛불연합’이라는 이름으로 실질적인 시민참여를 만들자는 것이다. 즉, 시민들이 직접 개헌과정에 참여하고 개혁의제와 내용을 생산함으로써 시민정치의 영역을 넓히고 광장에서 발현되었던 힘을 공고히 해나가자는 것이다. 이는 “이번 대선은 중대선거인가?”라는 질문과 맞닿는 지점이다. 촛불연합을 형성해가는 과정이 곧 이번 대선을 중대선거로 만들어내는 단초라는 것이다. 동시에 시민사회운동 또한 그 내부에서 시민과 정치 사이의 통로역할을 해야 하는 과제를 부여받게 된다.

이번 대선을 중대선거로 규정하고, 촛불운동을 혁명으로 명명할 수 있으려면 실제적 개혁으로 전화시켜야만 한다. 그 개혁이 선거제도든 사법권력이든 의회구조든 개혁적 이행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번 집담회는 평가를 위해 기획되었지만 오히려 질문과 과제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선거에서 발견된 균열들이 켜켜이 쌓여 앞으로의 정치체계에 어떤 단절을 낳을지 아직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확실히 알게 된 사실은 그 균열의 틈을 벌리고 그 안에 새로운 체계를 불어넣는 것은 오직 시민의 힘으로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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