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4년 07월 2014-07-01   1075

[여는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당선을 축하하며

여는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당선을 축하하며

 

변호사 명함을 지니게 된 지 얼마 안 되었던 시절, 함께 일하던 사무실의 선배 변호사 한 분이 생각난다. 그는 고객들 사이에서나 변호사 업계에서 맡은 일을 철저히 하기로 소문나 있었다. 반면, 사무실 내에서는 직원들에게 수시로 호통을 치거나 일을 잘못한다고 대놓고 무안을 주어 직원들이 모두 그를 어려워했다. 그 선배의 사무실에는 결혼해서 아이가 있는 대졸 출신의 여비서가 있었는데, 언젠가 그녀가 친 타자에 오타가 있다는 이유로 심한 꾸중을 듣고 뒤 돌아 눈물을 훔치던 광경이 기억에 남아 있다. 그 선배는 전용 운전사가 딸린 외제 승용차를 타고 다녔다. 그때만 해도 자가용 운전사의 퇴근 시간은 차 소유자가 주점 순례를 마치고 귀가하는 때가 보통이었다. 그래서 운전사들은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만만한 젊은 변호사들에게 고충을 쏟아내기 일쑤였는데, 우연히 다른 볼 일로 그 차를 혼자 타게 될 때면 본의 아니게 그 불평불만을 고스란히 듣게 되어 거북하기도 했다. 

 

그 선배는 돈도 꽤 벌었기 때문에 성공한 변호사의 대표적인 예로 회자되었다. 그러나 후배들은 그의 성공에 대해 다소간의 의문을 가졌다. 바깥에서의 명성이 아무리 자자해도, 일상의 대부분을 나누는 안의 식구들에게 제대로 된 지지를 받지 못하고 두려움과 경원敬遠의 대상이 된다면, 이를 과연 ‘성공한 삶’이라 할 수 있겠는가. 성공이라는 말은 세속적인 면에서 외적인 성취와 동의어로 쓰이기는 하나,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자신을 제일 잘 아는 지척의 사람들과 사랑과 관심, 배려와 존중을 적절히 나누고 있는지에 대한 평가가 더해져야, 비로소 성공한 삶이라고 보아야 하지 않나 생각했다.      

 

사회적 성공과 인간적 성공

 

지난 6월 4일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조희연 후보가 당선되었다. 조희연 교수와는 그가 참여연대 초대 사무처장을 맡은 이력뿐만이 아니라, 꽤 오랫동안 여러 토론회 등에서 종종 만나기도 하여 그의 학문적 식견과 인품에 대하여는 비교적 잘 알고 있다고 자처해 왔다. 그는 한 마디로 무슨 ‘체’하는 것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그가 스스로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든가 또는 어디에서 무슨 직책을 맡고 있다든가 하는 식으로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한, 그의 검소한 인품과 겸손한 억양만으로는 그의 탁월성을 간파하기 쉽지 않다. 또 그가 비판적 지식인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학술적 비평 외에 어떤 자리에서든 도덕적으로 다른 사람을 비난하거나 낮추어 말하는 것을 들어 보지 못했다. 

 

그는 좀처럼 자신의 공을 내세우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그가 교육감 후보로 처음 나섰을 때 인지도가 낮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게 안타까웠던지 조 후보의 둘째 아들이 서울시민들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인터넷에 글을 올렸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서울시교육감 민주진영 단일후보인 조희연 후보의 둘째아들 조성훈입니다”로 시작하는 이 글은 인터넷 상에서 적지 않은 조회 수를 기록했다. 조 후보의 아들은 우리가 평소 알고 있는 그의 덕목에 더해, 조 후보가 가정에서 “누구보다도 제 말을 경청해 주시고 언제나 대화를 강조하시는 분”이었다고 썼다. 이 글이 훈훈한 공감을 불러일으킨 이유 중의 하나는 아마도 조 후보의 겉과 안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그의 아들이 썼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 편지의 영향일까, 그 뒤 얼마 안 되어 당시까지 인지도에서 맨 앞을 달리던 고승덕 후보의 딸도 자기 아버지에 관한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 이번에는 반대로 아버지인 고 후보가 교육감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었다. 고 후보가 아버지로서 교육 문제를 포함해 자식들을 제대로 돌보지 않았는데, 이는 교육감으로서는 중요한 결격 사유라는 요지였다. 고승덕 변호사는 머리가 비상하고, 주식 투자에 능한 사람으로 세인의 입에 오르내렸다. 그의 경력을 보면 사회 통념상 성공한 사람이라고 봐야 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고 후보는 안타깝게도 그와 가장 가까운 사람의 반대에 직면했다. 

 

인간승리, 조희연 교육감의 활약을 기대하며

 

조희연 후보의 당선은 선거라고 하는 대의 민주주의의 한계 속에서 얻은, 어떤 면에서는 동료 교수 그리고 가족과 함께 얻은 인간 승리라 할 만하다. 쉽지 않은 일상의 활동 속에서 때로 좌절감을 겪기도 하는 참여연대 식구들에게도 이번의 작은 기적은 보람과 의욕을 갖게 한다. 조희연 교육감은 이번 선거 직전 까지 금년에 창립 20주년이 되는 참여연대의 평가비전위원회 공동 위원장으로 참여해 왔다. 그런 그가 교육감이 되었으니 우리로서는 참여연대의 미래를 건설하기 위한 조타수를 잃은 아쉬움도 있다. 그러나 지나친 학습 경쟁에 시달려 스스로 목숨을 던지는 학생들이 적지 않은 현실 속에서, 그를 교육 혁신의 장으로 보내는 일 또한 뜻 깊은 일이다. 조희연 교육감의 당선을 늦게나마 축하드리며, 그가 이제까지 그러했듯이 서울시 교육감으로서도 잘 해 나갈 것을 기대해 마지않는다. 

 

 

이석태 참여연대 공동대표. 변호사. 주변을 구경하며 걷는 것을 좋아하고, 현장에서 열심히 뛰는 참여연대 식구들에게 늘 감사함과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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